폭력사회와 청소년 기독교교육의 방향모색이라는 주제로 2015년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서 지난 44일 열렸다. 주제발표로 이승연박사(이화여자대학교)괴롭힘의 심리학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송순재박사(감리교신학대학교)폭력사회와 인간성을 위한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이재영원장(한국평화교육훈련원)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폭력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이 이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정부의 주도아래 여러 가지 폭력 방지 프로그램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 상태이다. 이러한 심각한 폭력적 상황에 대한 기독교교육학적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한 학회의 노력은 시기적절한 의미가 있음으로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이승연박사의 주제 발표인 괴롭힘의 심리학적 이해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 박사에 의하면 다양한 학교 폭력의 유형이 있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힘이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체계적 힘의 남용이라고 주장한다.

▲ 발표하는 이승연 박사

괴롭힘의 심리학적 이해”  /이승연 박사

괴롭힘의 본질

괴롭힘은 체계적인 힘의 남용으로 특징 지워지며,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공격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주도적 공격성(proactive aggression)의 대표적 예이다. 괴롭힘에 대한 최근 연구들은 괴롭힘이 피해자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학생의 약70%-80%가 주변인으로 참여하는 집단현상임을 강조한다. 이 주변인에는 가해조력자와 가해강화자 뿐 아니라, 피해자를 돕는 방어자,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수동적 방관자가 포함된다.

괴롭힘이 일어날 때 약 17-23%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가해자를 옆에서 돕고나 괴롭힘 행위를 부추기는 친가해적 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방관한다. 이 과정 속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괴롭힘 행위가 용인될 뿐 아니라, 주변 학생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복종하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심지어 존경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이는 상당한 보상으로 작용하여 가해자의 공격성을 강화하게 된다. 가해자는 괴롭힘을 지켜보는 주변인들의 반응 속에서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확인하여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

위에서 언급한 괴롭힘에 관련된 가해 및 피해학생은 교육감이 지정한 기관에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가해학생의 경우 특별교육 이수는 의무화되고 있는 반면, 피해학생에 대한 상담이나 치유는 권고형태를 지니고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학생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특별교육을 제외하고는 가해자에게 부과되는 조치의 상당부분은 처벌에 가깝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처벌위주의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은 오히려 가해학생의 인기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외현적 공격성을 보이는 초등학생이 교사로부터 선호 될 때, 이는 또래의 선호를 낮추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을 종종 괴롭히는 어떤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잘 해 주면 다른 학생들의 반감을 사서 그 아이의 인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현적 공격성을 보이는 학생에게 교사가 명백한 비선호를 보이고 처벌적 접근을 취할 경우, 그 학생이 지닌 반항적이고 일탈적인 속성들에 다른 또래들이 주목하고 끌리게 되면서 집단 내에서의 인기도가 상승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를 선생님이 야단치고 꾸짖으면 그 아이의 반항기가 오히려 다른 아이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그 아이의 인기도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이 지닌 공격성을 보상받고 이후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공격적 행동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 항목들이 상당부분 처벌적이고 제재적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가해행동이 형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괴롭힘의 본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처벌과 강력한 제재를 사용하는 것은 학교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특히 불관용정책이 모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반감과 공격성, 문제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해학생에게 더 많은 제재를 가하고 다른 반사회적 또래와 함께 제한되고 고립된 환경에 배치하는 것도 오히려 반사회적 행동의 증가를 가져온다. 괴롭힘에 대한 처벌적이고 사후반응적인 훈육방식은 다양한 문제행동을 심화시키고 학교폭력에도 기여하는 위험요인이다.

 

▲ 단체사진

긍정적 학교 환경의 중요성

따라서 괴롭힘을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위주의 반응이 아니라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만약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해자가 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맞으면서 얻게 되는 인기도 즉 사회적 보상을 줄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가해자가 공격성을 통해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이러한 기본적 동기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괴롭힘 행위는 그다지 흥미롭지도 유용하지도 않게 되면서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즉 가해자가 얻는 인기도와 같은 사회적 보상을 줄일 수 있도록 개입전략을 마련한다면, 애초에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확인하고 자신의 지위를 확보 및 유지하기 위해 공격성을 도구로 사용했던 가해자의 동기가 만족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가해행동 자체의 유용성이 사라지면서 괴롭힘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가해자의 사회적 보상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학교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schoolwide positive behavior support: SW-PBS)이다. 학교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은 객관적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학교 전체의 기대와 규칙을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이러한 기대를 명확히 전달하며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기술들을 직접 가르치고 다양한 보상을 사용하여 강화하며, 규칙위반에 대한 논리적인 결과물을 마련하여 문제행동의 심각성에 맞게 위계적으로 적용하는 등 긍정적인 훈육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포괄적인 시스템 차원의 전략이다. SW-PBS는 문제행동이 매우 심각한 소수의 학생에게 집중하면서 모두가 소진되는 것 보다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제 행동을 사전에 예방하고 긍정적인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학교환경의 변화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SW-PBS의 효과성은 처벌이나 제재에 의존하지 않고 학생으로 하여금 바람직한 행동을 할 동기를 살려주는 긍정적 접근 방식이 학생과 교사의 긍정적 관계, 학교라는 사회기관에 대한 학생의 유대를 살려냄으로써 보다 친사회적인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지위 향상을 위해 공격성을 도구로 사용해야 할 근본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괴롭힘이라는 공격성에 의지하지 않아도 모든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의미 있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 그런 행복한 학교와 사회를 만드는 것에 우리 모두의 관심을 돌려야 할 때이다. 이박사의 주장처럼 힘과 폭력을 도구로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 속에서는 학교폭력은 사라질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긍정적인 공동체, 즉 폭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이박사의 연구는 요즈음 폭력사태로 얼룩져 있는 몇몇 교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사후 약방문 식의 처벌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교회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churchwide positive behavior support: CW-PBS)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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