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질 사태가 빌미가 되어 한국기독교는 사회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 아프가니스탄에 간 단기선교팀이나 이들을 파송한 교회에 무슨 큰 잘못이 있는가? 그들은 참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기기 위해 갔을 뿐이다. 잘못이 있다면 정부에서 ‘그곳은 위험지역이니 여행을 삼가라’는 권고를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상식을 벗어난 욕설을 인질들이 돌아온 지금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알고 보면 이런 비난의 이유나 동기는 탈레반 인질 사태가 아니다.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의 도덕성 상실 때문이다. 대형교회들의 담임목사 세습과 그리고 소위 이름난 몇몇 목사들의 돈과 이성에 얽힌 스캔들 등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한국교회가 사회적 분노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지금 고신총회가 처한 상황이 바로 이런 한국교회의 축소판이다. 어쩌면 도덕성 상실에 있어서는 고신교단이 앞장서 왔다는 느낌이다. 먼저 김해복음병원 문제, 곧 돈 문제와 얽히면서 많은 교단 지도자들이 도덕성을 상실했다. 이는 참으로 무서운 타락이었으나 이의 심각성을 깨달은 사람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아무런 치리도 권징도 하지 못하고 정치문제로만 다루고 싸우다가 끝나고 말았다. 이 문제가 오히려 불신자들의 일이었다면 법적으로라도 어떤 의가 세워졌을 것이다.

그리고 고신총회는 현재 고려신학대학원 문제, 곧 신대원 교수들의 도덕성 문제로 진통을 해 온지 벌써 수년이 지나고 있다. 밝혀진 대로는 입시부정을 중심한 모 교수의 범죄행위가 원인이다. 신학교 교수가 도무지 불신자도 행할 수 없는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 근간에 여러 경로를 통해 거듭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지도자들은 놀라지도 않고,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은 분위기다. 특정계파가 정치적으로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사회에서는 범죄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희한한 이유를 대며 처리를 미루고 있다. 특별히 목사 이사들이 앞장서서 이를 주장한다는 소문이다. 설사 실정법을 따라 그럴 수밖에 없다는 처지를 이해한다하더라도, 교단의 최고 교육기관이요, 신앙과 신학의 최고 지도기관인 신대원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는데도 시효 운운 하며 어물거리고 있는 모습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적어도 교회기관의 이사회라면 ‘이사회는 실정법 때문에 처리가 곤란하니 교회에서 이를 먼저 처리해 달라’는 청원이라도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사회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적반하장의 기가 막히는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범죄를 희석시키고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라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한 때 무고한 동료교수가 거짓 증거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하여 징계를 받게 하더니 그것이 성공하자 이어 동료교수들을 무더기로 각 노회에다 고소를 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범죄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자, 이제는 다시 신학 문제를 끄집어내어 또 여러 동료교수들을 공격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상당수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이런 사람의 술수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을 당한다할까, 아니면 영분별의 기능이 상실되었다고 할까, 그야말로 말세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신총회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정화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다. 피조세계는 하나님이 만드신 정화시스템에 의해 보존되고 발전한다. 오염된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물이 심해에 다다르면 심해에 있는 정화 시스템에 의해 물이 살아나게 된다. 만약 오염이 너무 심해서 바다 안에 있는 정화시스템이 다 감당하지 못하면 자연은 폭풍을 통해 정화시스템을 회복시킨다.

국가나 사회에도 정화시스템이 있다. 교회도 그렇다. 다만 다른 것은 인간은 인격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이 정화시스템의 관리를 위임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회는 신앙을 가진 기관이고, 말씀과 성령의 지도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기관보다 탁월한 정화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고신총회는 이 정화시스템이 고장 난 것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도덕문제, 신학문제 등을 정치적으로 이해하고 정치싸움으로 몰아가면서 무서운 타락현상이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다. 도덕적 분별력이 없어지면서 신학적 도착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어나야 한다. 깨어야 한다. 그래야 집단타락의 굴혈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제57회 고신총회가 교회정화의 실마리라도 붙들 수 있기를 소망하며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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