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회 한국복음주의 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가 지난 5월 9일 창신교회 샬롬홀에서 열렸다김상구목사의 인도로 시작된 개회예배에서 양병모목사(침신대)가 기도하고 창신교회 유상섭담임목사가 로마서6:15-23의 본문으로 신자의 거룩한 삶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예배 후에 선교적 교회론의 복음주의적 수용 연구라는 주제로 김선일교수(웨스트민스터신대원)가 발표했다김 교수의 논문을 요약해 본다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관심은 선교신학은 물론이고 전체 신학 영영과 목회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아울러 이에 관한 상반된 신학자 평가도 일어나는 조짐을 보인다과연 선교적 교회론을 복음주의의 고유한 가치에 비추어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논의를 시작한다 

▲ 김선일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1. ‘복음주의적이라는 용어의 의미

선교적 교회론의 수용여부를 따지기 전에 먼저 복음주의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가장 고전적 정의는 데이비드 베빙톤이 정리한 대로 회심주의’, ‘성경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행동주의라는 네 가지 핵심요소에 기초해서 복음주의 운동의 성격을 한정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규정 방식이다.

네 가지 요소들은 각각의 강조점이 있지만이를 종합한다면 구령 사역으로서의 복음 전도와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수호하는 신앙으로 대표될 것이다그래서 복음주의적 성향의 기성교회나 목회자들이 선교적 교회론을 처음 이해할 때예전부터 이들이 강조했던 구령사역’(해외나 국내를 모두 포함)에 헌신하는 교회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했다사실 이는 선교적 교회론에서 말하는 선교와 교회의 관계와는 전혀 반대되는 개념이다선교가 교회가 힘써야 할 한 가지혹은 중심 사역이 아니라교회가 선교에 의해서 규정되고 선교적 본질을 정체성으로 삼는다는 것이 선교적 교회론의 요지라면 이는 전통적 복음주의자들에게 선교란 무엇이며전도와 선교의 차이는 어떻게 되며교회는 세상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물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2. 선교적 교회론의 복음주의적 가교

선교적 교회론의 선교 이해는 전통적 통념인 타문화권 사역이나 개인구원을 목표로 하는 복음 전파 차원에서 형성되지 않았다사실 선교적 교회론을 주창하는 복음주의자들의 경우에도 선교에 대한 이해는 전통적 복음주의의 개념을 훌쩍 넘어섰다에큐메니컬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개념즉 세상 속에서 하나님이 인간의 회복을 위해 일하신다는 하나님의 선교 이해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선교적 교회론은 미셔널 처치(missional church)의 사상적 효시였다고 볼 수 있는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의 영향력과 남아공의 세계적인 선교신학자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 구약학자로서 선교적 해석학을 주도하는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 등과 같은 학자들의 기여로 복음주의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복음주의자들에게 대중적 파급력을 갖게 된 점에는 이 운동의 신선하고 획기적인 실천 때문이었다실천은 단순히 이론을 적용하는 개념이 아니다실천신학적 관점에서 실천은 엄밀히 말해서 프락시스라는 개념으로서 이는 목적과 의미에 관한 이론이 행동에 내재된 현장이다따라서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복음주의적 연구를 함에 있어서 선교적 교회 운동가들의 프락시스와 그들의 실천적 주제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 한국복음주의 실천신학회 제29회 정기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3. 선교적 교회론의 실천적 의제들

선교적 교회론을 요약하면 성부로부터 보냄 받으신 예수께 헌신하는 제자도(기독론)가 세상에서 증인의 삶을 구현하는 선교를 파생시키며(선교론), 이러한 선교적 사명이 교회를 교회되게 한다(교회론)는 것이다이러한 선교적 비전은 장소이웃됨일상보냄 받음이라는 추동력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에 체화되어 나타난다 

장소로서의 선교: 기독교 사역에서 장소의 중요성은 최근에 새롭게 제기되었다근대적 기독교 신앙이 관념적 원리로 전유되었고교회 또한 탈 지역화 되면서 현대인의 필요와 문화적 취향에 사역의 초점이 모아졌다자신이 사는 지역과 연결되지 않은 교회만의 공간에서 종교적 욕구를 채우는 소비 주의적 신앙양식이 확산되고교회 또한 그 교회가 자리 잡은 인근 지역과는 무관하게 다방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도록 세련된 시설과 프로그램 및 주차장을 구비하고자 하였다이는 삶과 분리된 피상적 신앙프로그램화된 종교적 소비주의를 양산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그런 의미에서 지역과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선교적 사역의 회복은 신앙의 전인성과 교회가 실제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데 중요한 통로가 된다.

이와 같은 진단을 기초로 지역의 특정 장소에 신실하게 현존하는 새로운 지역 공동체 교회 운동을 제시한다선교적 교회론이 추구하는 선교적 실천은 지역의 장소에 의도적으로 뿌리 내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유형으로서 함께-안에서그리고 안에서-함께하는 교회(The church within & in-with)이다.지역의 구체적 장소라는 역할에 충실한 교회에 대한 개념은 선교적 교회운동가들로 하여금 이웃과 교류하고이웃이 되는 과정을 사역의 중심 주제로 삼게 하였다.

이웃됨의 선교: 그리스-로마식 사상 체계에서는 관념 속에서 세계를 구상하였지만성경적 사고는 구체적이고 지역적인 차원에서 세계를 형성한다따라서 성경적 의미에서 복음의 증인으로 파송되는 선교적 실천은 먼저 이웃과 지역의 삶에 천착함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웃을 사역의 대상으로 보기 전에먼저 동등한 이웃이 되어서 함께 거하며이웃의 이야기를 들으며이웃과의 삶을 나눔이 선행되어야 한다이웃이 된다는 것은 미리 고안된 계획표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일상을 공유하며 삶의 리듬을 함께 함이라는 과정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일상의 선교: 선교적 교회론에서 그리스도인과 기독교 공동체가 지역 사회에서 이웃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면 이는 날마다 접하는 일상의 영역에서 실천되어야 한다일상은 우리의 평범한 삶이 반복되는 곳이며이웃과 우발적으로 만나는 현장이다일상은 계획과 의도 안에서 조성되는 곳이 아니라매일 같이 반복되고 돌발되는 삶 그 자체이다따라서 하나님의 선교는 우리의 가정일터이웃과의 관계동네 생활 등과 같이 가장 직접적이고 친숙한 공간에서부터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종교적 행위 속에서 일상이 갖는 영적 의미를 놓칠 수 있다예를 들어 성찬예식에서 분병과 분잔은 준수하면서도 하나님의 백성이 함께하는 공동 식사라는 일상의 의미를 놓치는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선교적 교회론은 몸의 회복과 역할을 강조하게 된다. 

몸의 선교: 성경은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성육신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선포하기에 기독교 사역에서 몸과 물리적 실체는 대단히 중요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사상에 침투한 이원론적 영향으로 인해오랫동안 그리스도인들은 몸으로 구현하는 예전이나 실천 보다는 정서적 감응의 자극을 받아 상상과 관념 속에서 일어나는 영적 경험에 훨씬 더 높은 의미를 부여했다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이원론은 그리스도인의 실제 삶에서 편협한 영적 가치를 추구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직장 신우회가 일터에서 어떻게 신앙을 구현하며 살 것인가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작장 동료들을 어떻게 전도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게 하는 식이다대형교회 예배와 집회들이 주로 사람들의 감정을 고취시키며 친숙한 시각적 분위기를 돋우는데 집중함으로 사람들에게 영적인 유사 만족감을 주는 것은 오늘날의 탈 육체 시대 풍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보냄 받음(Sentness): 선교 사역의 위와 같은 주제들은 교회와 신앙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것을 요청한다소비자 교회에 대한 대안으로 보냄 받은 백성의 교회를 제시한다이는 하나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심과 같이 예수께서 우리를 보내셨다는 사실에 기초한다.따라서 보냄 받은 백성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소비하는 것이 아닌 섬기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선교적 교회론은 이런 의미에서 일반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관한 근원적 문제 제기를 하게 된다.즉 안전한 그리스도인성공적인 그리스도인행복한 그리스도인에서 선교적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선교적 교회론의 실천적 의제들이 복음주의 운동에 왜 중요한가사실 복음주의 교회들은 근대사회의 대중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경향에 적응하면서기독교 신앙을 지역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전인적 진리로 표현하고 경험하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따라서 선교적 교회론은 복음주의자들로 하여금 개인의 기호와 취향그리고 실용적 효과에 따라서 교회 사역을 구상하던 습관을 극복하며 자신들이 위치한 지역사회에서 보냄 받음을 자각하고 기독교를 구현하는 프락시스를 형성해줄 수 있다 

▲ 단체사진

4. 복음주의적 수용을 위한 이중적 과제복음전도와 예배 공동체 

복음전도: 선교와 전도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회심과 전도를 강조하는 복음주의운동에서 선교적 교회론을 수용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김선일교수에 따르면 선교는 거시적이고 총체적 차원에서 교회의 세상을 향한 섬김과 증언이라면 전도는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은총을 통한 회심을 위한 핵심적 사역이라 할 수 있다전도는 선교의 심장이고 선교는 전도의 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인식 하에서복음 전도는 선교의 궁극적 초점이 된다선교의 초점이라는 말은 전도가 감추어진 목표라는 의미가 아니라 선교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도적인 결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배 공동체: 선교적 교회론은 에큐메니컬 진영의 미시오 데이’ 개념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기존의 하나님-세상-교회라는 구도에서 다시 교회의 중심적 역할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선교적 교회론이 교회 공동체의 선교적 사명을 재발견케 한 것은 복음주의 운동과 신학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부흥과 회심이 단순히 개인이나 운동가들의 사역이 아니라교회 공동체를 통해서 일어나야 함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김교수는 선교적 교회론이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에서 성육신적 삶을 실천하며세상과 일상에서 증인으로 산다는 보냄 받은 사명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은 복음주의 운동이 함께 할 수 있는 유력한 현황이라고 주장했다또한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논의가 복음주의 교회와 운동 안에서 상호적 이해에 기초하여 비판적으로 수용되며 하나님 나라 사역을 위해 동역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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