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들이 7년 만에 만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하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또한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발표를 대하는 국민들은 이번 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획기적 단초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평화와 번영은 선언만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선언은 단지 첫 걸음일 뿐이다. 평화는 본질상 관계의 문제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4가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초월자, 이웃, 자연,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관계 속에서 적대감과 긴장감을 제거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건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적대감이 해소되었다고 해서 평화가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관계 속에서 누리는 ‘즐김’을 요구한다. 한 국가는 주변 다른 국가와 적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평화롭게 보일 수 있지만 가난으로 인해 비참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평화가 정착될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초월자 앞에서의 삶을 즐기며, 이웃과 함께 거하는 삶을 즐길 수 있을 때 찾아온다. 우리의 선조들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과 상부상조의 정신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개인이 지나치게 부정직하거나 세상에서 자신의 길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집단을 이룰 때 평화는 구현될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또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을 즐기는 삶에서 찾아오며, 자신을 진정으로 즐기는 삶에서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공의는 사회적 주변인들이 자신의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문제와 관계되기 때문이다. 공의의 본질은 단순히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에만 관여하고 다른 사람의 일에는 부당하게 간여하지 않는 행위로 규정되거나 부의 공정한 분배 등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공의는 본질상 고아와 과부와 어린아이들, 그리고 가난한 자와 병든 자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장해 주는 문제와 관계되는 것이다. 평화의 본질을 관계 속의 누림으로 규정한다면 공의는 당연히 평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2007 남북 정상선언’은 분명히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한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선언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경협목록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남북경협의 궁극적 목적은 북한 경제의 재생을 돕고 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남북한 주민들 모두의 삶 속에 적대감이 없고 관계적 즐김이 있는 진정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 이제 남북관계는 분열보다는 화합, 긴장보다는 편안함, 억압보다는 풀어줌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한반도 금수강산을 공의와 평화가 강같이 흐르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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