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교단의 학교법인 이사회가 총회를 이탈하는 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드디어 고신에서도 총회이탈이 시작되었다. 김종인 이사장의 재임 시에는 총회가 파송한 4명의 이사들 중 한 사람을 전문성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결시켜 파동을 일으켰었는데, 이어 올해는 총회가 파송한 감사를 부결시킴으로써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가 총회이탈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 전 이사회에서 감사를 받는 일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난해의 일을 상기시키며 그 부당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사회가 곧 다시 열리면 지난 결의를 무효로 하고 오병욱 목사를 감사로 받는 것으로 즉시 수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곧 몇몇 이사들이 한 번 불만을 객기부리 듯 해본 것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13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또 투표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1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일부 이사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한 번 그래 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총회가 파송해도 자기들이 동의해야 이사나 감사로 취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곧 총회의 결정보다 이사회의 결정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우리는 부표를 던진 이사들이 총회를 거부하거나 불순종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한다.

아마 오 목사에 대한 개인적이 거부감으로 그랬을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이사장에 대한 거부감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을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는 총회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고 부정이다. 지난해 이런 일이 있었을 때에는 고신총회의 집행부가 학교법인 이사회에 즉각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단호하게 시정을 명한 바 있다.

이후 이사회는 김형태 목사를 이사로 받았다. 그후 일각에서는 당시의 이사들을 중징계해야 한다는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난 총회는 이 일에 대하여 경고하고 견책하는 것으로 수습하였다. 그런 일이 처음이었고 부표를 던졌던 이사들도 그런 결정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가 다르다. 지난 총회에서 경고와 견책이 있은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지난번과 동일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다른 점은 김형태 이사의 경우는 이사회가 공식 석상에서 의논하여 부결시켰고 오병욱 감사의 경우는 공식적인 의논이 없이 일부 이사들이 부표를 던짐으로써 부결시킨 점이다.

문제는 의논을 하고 그랬든 개인적인 의사표시로 그렇게 했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총회가 결정하여 파송한 사람이라도 마지막 결정은 이사회가 하는 것이라는 이사들의 권리 주장이다. 곧 이사나 감사를 선임하거나 결정하는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는 법(정관)을 총회결의보다 더 우위에 둔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총회가 파송해도 이사회가 받지 않을 수도 있고 그것을 결정할 권한이 이사들에게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다. 몇 해 전만해도 이런 생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총회가 결정하면 이사회는 법적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 결의를 했을 뿐 총회가 투표로 뽑은 이사나 감사를 이사회가 결의해야 확정된다고 생각하는 이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사들이 자기들에게 결의권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권한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본보는 이 문제를 이미 사설을 통해 두 번이나 지적한 바 있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세 번이나 반복해서 이를 지적하는 것은 이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예사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나 이런 일이 본격화되면 앞으로 이사들이 전횡을 해도 총회가 막거나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문제가 단순히 우려스러운 정도의 일로 여기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은 타교단들에서는 이런 식의 불순종이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문제들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신총회는 이제 반복되고 있는 이런 일을 지난번처럼 견책하거나 경고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또 감사를 받아들이기로 수정 결의를 한다고 그냥 지나가서도 안 된다. 이제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학교법인 정관을 수정하도록 하든지, 총회의 결의를 무시하는 이사들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든지 앞으로는 절대로 그와 같은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어떤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몇 년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나중에는 인사권만 아니라 재산권까지 행사하려들지도 모른다. 지금 일어나는 일을 예사로 생각하고 지나갔다가 얼마 후에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 지도 모른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그런 사태 말이다.

한국교회는 치리의 권위를 잃고 있으며 그래서 신자들은 교회법보다 세상법을 더 의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근래 학교법인들이 재단인 교단총회의 지시보다 정관의 규정을 더 우위에 두는 경향도 같은 맥락에 속한다. 이 세속주의의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고 그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 모두가 경성하고 고민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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