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역사, 흔들리는 나라

▲ 이성구 목사(시온성교회)

요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나라를 흔들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으니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별로 이의를 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바꾸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세어지고 있습니다. 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그대로 두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검정을 강화하여 바꾸면 된다는 주장과 검인정을 강화하는 정도로는 근본적인 잘못을 수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논리상으로는 국정교과서 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인상을 풍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 기술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핏 보기에는 맞는 말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논쟁을 보면서 뭔가 석연찮고 뭔가 아쉬운 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검인정강화를 주장하는 분들의 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검인정이라야 다양한 역사를 볼 수 있다는 말의 허구성입니다. 아무리 다양한 교과서를 만들어 놓아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한 권 뿐입니다. 교과서를 선택하는 역사 교사에게는 다양한 기회가 있을지 모르나 배우는 학생은 한 가지 책으로 배울 뿐입니다. 누군가가 선택하는 순간 다양성은 거기서 끝이 납니다. 국정화와 전혀 다를 바 없게 됩니다. 검인정 강화라는 말도 허상으로 보입니다. 역사교과서 기술문제가 수년간 계속되고 지적되고 수정명령이 내려졌지만 교육부의 명령에 집필한 교사들은 끝까지 반대하고 소송까지 하였습니다. 집필된 것을 바꾸는 것은 갈등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좋지도 옳지도 않아 보입니다.

소위 국정화 시도 역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정보다는 검인정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어딘가 세계에 뒤처지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정부가 독재하는 시대로 후퇴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과연 국가 주도로 역사를 편찬할 때 공정한 기술이 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결국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시비 거리로 전락한 과거, 인간의 오만함 노출

어찌 보면 두 쪽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둘 다 설득력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입니다. 이념으로 남과 북이 나누어진 상태입니다. 분단의 상처가 많고 깊습니다. 같은 남쪽에서 아직도 이념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친북, 종북이라는 말이 끊어지지 않고, 친일 독재미화라는 말이 계속 불거집니다. 진영논리, 진영싸움이 같은 정당 내에서도 잘 해결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현재적 상태를 보이고 있는 나라에서 아이들의 교과서까지 대놓고 갈등을 유발할 내용들을 여과없이 싣는다면 그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합니다. ‘모든 역사는 현재적 역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에 의미 없는 것은 역사일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일에 대한 역사해석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기 전에 모두가 상식선에서 인정할만한 것들을 중심으로 가르치도록 합의하고, 아직도 논란이 일어나는 문제들은 객관적 사실만 기술하는 방법으로 갈등의 요소를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유의해야 할 것은 친일 독재 친북 종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소망이 인간에게 있는 것 같으나 인간에게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일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과거 논쟁이 자기만 옳다하는 인간의 오만한 모습을 잔뜩 부각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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