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학년에 세례 준 허광열 광성중학교 교목

 

   
▲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복음을 심는 전파자가 됐다는 허광열 목사는 심겨진 작은 씨앗들이 큰 열매로 맺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송경호 기자
지난 주 토요일은 광성중학교(교장 이인순) 1학년 학생들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넘쳐나는 장난기로 잠시도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학생들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어느 때보다 경건함이 넘쳐났다

12일 오전 9시, 광성중학교 근처에 위치한 성광감리교회에는 전교생 5백여 명과 교직원, 학부모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수 감사예배 및 합동 세례식이 열렸다.

광성중학교는 이날 총 106명의 1학년 학생들에게 합동 세례식을 베풀었다. 전교생 5백여 명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인 광성중학교는 이로써 3학년 단 세 명의 학생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이 세례교인이 됐다. 이날 세례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선교학부모회에서 선교학생연합성가대가 직접 축하 특송을 불렀으며 유명 CCM 힙합 댄스그룹 멘토(Mentor)가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1894년 윌리엄 제임스 홀 선교사에 의해 평양에서 설립돼 올해로 개교 112년을 맞은 기독사학인 광성중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복음의 씨앗이 심겨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9년째 매년 세례식을 갖고 있다.

기독사학이라 할지라도 분명 타 종교의 학생이 있겠지만 이를 크게 반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아직 없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1학년 때 세례를 받은 3학년 박형섭 군은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 같았고 신앙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학년 임종화 군의 어머니 서정자 씨도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도록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이러한 지지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물론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렸던 교목 허광렬 목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 군의 어머니 서 씨도 “사실 허 목사님의 열정이 너무 컸다”고 귀띔했다.

애초 목회를 꿈꾸던 허 목사는 자신이 중학교 교목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유학 후 광성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게 됐고 이곳에서 그를 강하게 이끈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마음의 울림이었다.

학생들을 향한 그의 사랑은 지극하다. 전교생의 이름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매일 아침 출근하면 학생들을 위해 먼저 기도한다.

올해도 1학년 학생들이 빠짐없이 세례를 받은 비결을 묻자 그는 “그저 사랑해 주고 이름을 불러 주는 관심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은혜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이야기에도 “아이들이 복음을 접하고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고 했다.

하지만 부임 후 허 목사에게는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하나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나마 성숙해가는 고등학생도 아닌 장난기 많은 중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매주 월요일이면 교목실에서 1백 명의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나눠 주고 안수기도까지 해 주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초점을 맞춘 것이 바로 ‘몸’이었다.

한참 성장 중인 중학생들에게 ‘몸’보다 더 많은 관심거리가 있을까. 그래서 만든 동아리가 바로 ‘갑바 동아리’다. 허 목사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날마다 팔굽혀펴기를 함께하며 땀 흘리는 동안 학생들과 허 목사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

나아가 그는 본격적으로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에 성경 동아리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성경 동아리가 아닌 EBS(English Bible Study)라는 영어 성경 동아리를 만든 허 목사는 성경 공부로 인해 이후 9년간 한 번도 점심시간을 제때 지킨 적이 없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정성을 쏟아 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EBS 동아리 학생들이 전교회장과 부회장을 독차지했고 현재 학급의 임원을 맡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EBS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광성중학교가 기독사학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쏟았던 단체도 있다. 허 목사가 4년 전 설립한 ‘선교학부모회’다. 믿음이 있건 없건 자녀를 사랑하고 의논하길 원하는 어머니들을 한자리에 초청했고 자녀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신앙 공동체로 발전해나갔다. 믿지 않는 어머니들에게는 결코 믿음을 강요치 않았다. 신앙을 가진 이들의 삶 속에서 녹아 나오는 기쁨과 감동에 하나님의 손길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지금은 수능학부모회와 특목고학부모회도 만들어져 역시 알게 모르게 학교를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열정의 터 위에서 지금은 매주 토요일 전교생이 함께 예배를 드릴 정도로 진정한 기독사학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선하신 계획대로 이끌어오신 하나님의 손길을 고백하는 허 목사는 지금도 자신의 생각보다 더 큰 뜻을 품고 앞으로도 이끌어가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며 살 뿐이지만 지금도 광성중학교에서는 삶 속에서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학생들에게 스며들어가고 있다.(크리스쳔투데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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