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알갱이를 감싸고 있는 껍질과 같아서 중요하다. 알갱이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껍질이 보호하지 않으면 알갱이 속에 있는 생명은 그리 오래 살아있지 못한다. 그러나 의식만 가득하고 알갱이에 속하는 복음과 진리가 변질되어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마틴 루터는 고민에 빠졌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에 부딪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성 베드로 대성당의 신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교황이 면죄부를 남발하자 루터는 15171031일 비텐베르크 대학교회의 정문에 이를 반대하며 항의하는 의견을 붙였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95개조의 의견서이다.

그것이 꼭 499년 전의 일이었다. 내년이면 500주년이 된다. 한국교회는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요즘 분주하다. 그런데 어떤 이는 종교개혁이라는 단어를 수정하여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루터가 살았던 당시는 기독교가 대세였기에 종교개혁이라는 단어가 통하였지만 지금 시대는 기독교 외, 이슬람, 힌두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있는데 종교개혁은 특히 개신교의 개혁이라는 어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개혁은 이미 보편적으로 고착된 루터의 종교개혁을 말하고 있고 개신교회를 뜻하고 있는 것이기에 새삼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주년을 위해 한국교회는 각 교단별로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특별위원회가 움직이고 있고 의외로 그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 14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이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각 교단의 준비위원을 초청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들었다.

합동에서는 옥성석 목사가 나와 종교개혁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신학, 정치, 교육, 선교, 사회의 5개 분야에서 지역과 전국적인 학술대회를 열어 지침을 만들어 백서를 발표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타 교단과의 연합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고신에서는 안재경 목사가 나와 고신 Refo500’이라는 로고를 소개하면서 과거의 종교개혁을 정확히 이해하고 현재의 우리를 성찰하며, 이를 미래세대에 잘 전수하겠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이루기 위해 9가지의 구체적인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루터교회는 김철환 목사가 나와 나부터 개혁하자는 표어를 만들어 실천하자고 하면서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대해서는 나그네로 살자. 거지로 살자. 머슴으로 살자고 말했다.

아직은 모든 교단의 계획을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세 교단의 준비상황을 보면 루터의 종교개혁에 대한 기념행사만 있지 정작 무엇을 개혁해야 할지에 대한 95개조와 같은 구체적 지적은 없다. 개혁교회는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교회는 부패한 인생이 모이는 곳이기에 끝없이 개혁되어야 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교회가 너무나 잘 개혁되어 와서 지금은 아무것도 개혁되어야 할 것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 교회가 보여주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지금은 95개조 보다 더 많은 것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사, 장로뿐 아니라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혁할 조항이 없다면 더 이상 종교개혁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개혁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실제적으로 개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진짜로 기념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목사로서 부끄럽다고 여길 때가 목사의 비리가 언론에 공표되어질 때이다. 주로 이성문제나 물질 문제로 말썽이 난다. 명예욕도 있어서 목회자끼리의 칼부림 사건도 터져 나온다. 선거운동을 대신해 주겠다면서 총회장에 출마하는 사람은 얼마씩 내라면서 기천만 원의 돈을 거둬들이는 일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경험한 당사자들을 통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다.

루터가 95개조의 의견서를 낼 때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방식은 달랐지만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비성경적 방법을 사용한 것은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 직분이 권세가 되고 명예가 된지 오래다. 이상하게도 돈은 어디서나 힘을 발휘한다. 이런 문제는 찾아보면 도처에서 발견된다. 은퇴해도 권세는 잃지 않고 싶은 모양이다. 증경총회장단이 움직인다는 소문도 들린다.

KNCC에서는 95개조의 개혁할 조항을 만들겠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러나 이는 KNCC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이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가리고 있는 비성경적인 요소들을 거둬내는 95개조의 의견서를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그래서 500년간 쌓여온 찌꺼기들을 한 번 청소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기독교의 신뢰도는 분명히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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