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집사의 아름다운 선행으로 한 사람의 목숨 살려.


8년 전 아내를 잃은 상실감으로 5년간을 방황하다 믿음으로 다시 태어난 40대 남자가 간경변으로 사경을 헤매던 50대 여성을 살렸다.

서울 화곡동에서 액자점 '그림사랑'을 운영하는 김인철(48·은성교회 집사)씨가 지난 6월28일 일면식도 없던 같은 교회 여신도에게 자신의 간을 절반 넘게(61%) 이식해준 것이다. 김씨의 미담이 교회에 전해지면서 은성교회에 은혜가 넘치고 있다.

김씨는 교회라고는 군복무 시절 딱 한번 가봤을 뿐이다. 아내가 크리스천이었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결혼 13년째였던 1999년 10월12일 새벽에 날벼락을 맞았다. 잠자다 일어나 갑자기 토한 뒤 응급실로 실려간 아내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김씨의 자책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갔다. 술기운으로 살아가는 무질서한 생활이 수년간 계속됐다. 2004년 12월10일 새벽. 술에 취해 쓰러졌다가 깨어나니 등촌동 배광교회 소예배실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통곡했다. 이 날의 사건으로 그는 어린 아들과 딸은 물론 노모를 방치한 채 살았던 삶을 회개하고 변화되기 시작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봄 주일예배 시간이었다. 담임목사가 설교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간이 아주 나빠 위독한 자매가 있습니다. 마땅한 기증자가 없어서 중국에 가서 수술하려고 합니다. 자매님 가족을 위해 우리 모두 치유기도를 합시다."

담임 목사님의 말씀이 강한 전류처럼 김씨에게 엄습했고 몸이 떨렸다. 곧이어 "네가 하라!"는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인생 마흔의 언덕을 올라설 무렵 내게 가장 소중한 아내를 데려가심으로 우리 가족 모두 예수를 믿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술과 탕자적 삶, 그 어느 것으로도 만족을 느끼지못하던 인생에서 주님은 내게 새로운 희망이고 기쁨임을 고백합니다."('세상과 바꿀 수 없는 주님' 중)

간기능 검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 김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이식에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김씨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9시간, 간을 이식받은 천씨는 13시간 만에 깨어났다.

"행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지난해 은성교회로 옮겨온 뒤 김씨가 자신의 껍데기 같은 신앙생활을 뉘우치며 다짐했던 문구다. 아들도 아빠를 닮았다. 지난달에 만 20세가 된 아들 준(중앙대 경영학과 1학년 휴학)군이 여자 친구와 함께 장기기증서약을 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내의 8주기 추도일인 지난 18일.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시 글을 올렸다.

"당신이 떠나고, 세상의 친구들과 많은 것들을 더 잃고난 후에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금의 행복을 얻었소. 이제 주님 영접한 기쁨으로 남은 생을 고통받는 사람들을 섬기며 살다가 당신 곁으로 가겠소."(국민일보제공)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