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한주 목사 /푸른숲교회

최하의 기온을 뽐내던 겨울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도 봄에게 자리를 빼앗기기 싫어서인지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그러나 영동지방에 내린 눈이 소복이 덮인 가운데 매화가 꽃을 활짝 피웠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를 설중매라고 한다. 시절의 변화는 제 아무리 강한 겨울이라도 당할 수 없는 게 자연의 이치다. 교회 정원의 나무와 꽃들이 얼마 있지 않으면 아름답게 피어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잎을 내기까지 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나름 치열한 생존력을 발휘한다. 식물들은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세포 안에 있는 물을 밖으로 내 보내어 세포가 얼지 않게 한다. 그리고 부동액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생산하여 세포를 보호한다. 그러기 때문에 껍질은 눈에 덮여 죽은 것 같지만 세포조직은 얼지 않고 그대로 봄까지 보존되는 것이다. 단지 세포가 물이 없기 때문에 자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봄의 번식을 위해 인내해야 하는 몫이다.

그런데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봄꽃은 대부분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그런데 상식적으로는 나무가 잎을 내고 시간이 지나 꽃을 피우는 게 일반 상식인 데, 일반상식과는 다르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대부분 잎이 나기 전에 먼저 꽃을 피운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 중에 매화가 있고, 산수유와 목련, 그리고 생강나무 등이 있다. 모두가 겨울의 긴 추위를 이겨낸 꽃이어서 맘에 시리도록 아름답다.

어떻게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울까?

지금까지는 생태학적으로 식물이 꽃을 먼저 피움으로써 곤충이나 바람에 의한 수정에 보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다소 막연한 설명을 해 왔다. 그러나 꽃이 잎보다 먼저 피게 되는 생리적 현상을 세계농산림센터의 연구를 통해 최근 규명되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잎이든 꽃이든 잎과 꽃을 내기 위해서는 누적적으로 모인 특정 온도가 충족되어야 한다. 한 겨울에는 이 온도에 이를 수 없기 때문에 잎과 꽃을 낼 수 없다. 그러나 한 겨울이 지나고 봄의 기운이 들면 잎과 꽃을 피울 수 있는 적정 온도가 차게 된다. 그러면 잎과 꽃을 낼 조건이 충족된다. 이 때 잎을 낼 때 필요한 온도보다 꽃을 피울 때 필요한 온도가 낮다. 그러므로 먼저 채워진 쪽이 먼저 출발하듯 잎보다 꽃이 먼저 충족되기 때문에 먼저 피게 된다는 것이다.

식물이나 동물 개체 하나하나를 깊이 살펴보면 신비하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신비한 것은 최고의 피조물인 사람이다. 모든 식물과 동물이 봄을 느끼는 데, 하물며 사람이랴! 이 봄에 나는 무엇을 해야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로서의 삶을 사는가? 가을의 추수를 위해 갖가지 씨앗을 뿌리듯이 봄의 농장에서 하나님 앞에 설 그 날들을 준비하며 복음의 씨를 뿌리는 성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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