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수 목사

결혼한 지 21, 이사 15번이나 이사했습니다. 지난번에 지금 사는 이 집으로 이사 할 때였습니다. 짐을 풀던 우리는 젓가락 한 벌을 찾아 소동을 벌였습니다. 처음으로 우리 부부를 위해 장만했던 젓가락 한 벌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삿짐을 풀다 말고 짐을 뒤지며 마치 보물이라도 찾듯이 정신없이 찾았습니다. 혹시, 이사를 돕던 분들이 빠뜨린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부부가 평생 사는 동안에는 이 젓가락 한 벌을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 젓가락에는 우리 사랑의 역사가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이 젓가락으로 생선 가시들을 발라서 어린아이들을 먹였고, 저는 이 젓가락으로 잠긴 창문도 연 적이 있습니다. 이 젓가락은 우리 가정의 역사와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더 좋은 젓가락들을 많이 사겠고 또 사용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새롭게 들여오는 번듯하고 멋진 새 젓가락들 사이에서 더 못나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젓가락을 사도 지금 우리 부부가 사용하는 이 젓가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젓가락 한 벌은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결혼한 지 22, 우리는 16번째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소중한 젓가락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도 못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첫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애증의 역사를 같이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못나고 못생겼어도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잠잠히, 즐거워하십니다(3:17). 끝까지 사랑하십니다(13:1). 우리는 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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