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헌옥 편집인

3월이 시작되면서 3.1절에 걸 맞는 영화 두 편이 개봉되었다동주와 귀향이다둘 다 공통점은 일제 강점기 때의 아픈 역사를 들추는 것이며 민족의 비극적 삶을 그린 영화이다역시 피해자는 조선인이며 가해자는 일본이라는 국가이다.

두 영화가 닮은 점이 꽤나 있었다일제 강점기의 조선인의 고통을 그린 것도 그러하지만 나쁜 일본인 가운데서도 좋은 일본인도 등장한다는 데서도 그렇다그리고 그 좋은 일본인도 죽거나 피해를 본다는 점도 닮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영화는 감성에 호소하고 한 영화는 이성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그래서인지 이성에 호소하고 있는 동주는 관객이 귀향의 1/3에 미치지 못한다동주는 대체로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많은 분량의 흐름에 쫓아가지 못하고 시어나 문학적 대화들이 어렵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가 본 두 편의 영화는 종교적에서 너무나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에서 완전 다른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무속신앙 홍보물이 된 귀향

귀향은 무속에서 출발하여 무속으로 끝을 맺는다어찌 보면 무속신앙의 홍보를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끌어들인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그 무속이 그냥 일반인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미신적 행위가 아니라 아주 전문적인 미신행위이기 때문이다영화의 결론이 빙의를 통해 피해 할머니의 위안부 시절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것에서 끝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고 우리가 겪은 것의 1/10도 표현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영화가 본질에 더 충실하지 못한 것이 입증된다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그리기 위한 의도로 시작하였었다고 하더라도 꼭 그렇게 무속신앙에 결부하여 영화를 끌어가야 했는가를 의심할 정도였다영화제작 초기에 제작비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아마 시나리오를 보았다면 필자라도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기독신앙에서 탄생하는 동주의 시

귀향이 무속신앙에서 출발하여 무속신앙의 절정에서 끝을 맺는 반면 동주는 기독교에서 시작하여 기독교에서 끝을 맺는다귀향의 주인공이 실제 인물이 아니었기에 작가가 임의로 환경을 설정하였다고 가정한다면 동주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고 학업했기에 기독교를 빼고는 그를 설명할 다른 길이 없다.

여기서 필자는 유럽 여행을 할 때 가이드가 한 말이 생각났다이탈리아 로마로 들어가면서 가이드는 여기서 부터는 제 입에서 교회기독교예수 그리스도 등 기독교 언어가 주를 이룰 것입니다혹시 다른 종교를 가졌더라도 양해하기시기 바랍니다그것 빼고 말하라고 하면 저는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라는 맨트를 들었다영화 동주에는 식사기도를 하는 장면이 두 번이나 나온다생략되어도 무방한 장면이지만 작가는 기독교를 빼면 동주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듯 보였다그래서 영화 내내 기독교 사상이 지배하였고 동주의 시어들도 그렇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시절 그토록 사모하던 시인 정지용(당시 이화여전 교수향수 등 작시)을 만난다. 15년이나 먼저 살아온 정지용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다.”라고 동주에게 말해준다그의 시 서시는 그래서 잉태되었는지도 모른다.

동주를 정적인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와 함께 자란 사촌 송몽규는 같은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동적인 사람이었다그는 동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그는 동주가 못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했고 동주는 합격하지 못한 교토제국대학에 당당히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재교토 조선인학생민족주의그룹사건’ 혐의로 검거되어 동주와 함께 1944년 4월 13일에 교토지방재판소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는다. 그 사건에 동주도 주범으로 연루된다. 그리고 그 이듬해 몽규와 동주는 함께 생을 마감한다사실 동주는 송몽규라는 사촌의 사건에 얽혀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일본 형사는 동주를 주범으로 몰아세운 조서에 서명을 강요한다그러나 동주는 서명하면 조선의 영웅이 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자신을 속여가며 할 수 없다고 말한다그는 끝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신앙양심을 지킨 사람이었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온 우리의 선조들의 아픔을 두 영화는 절절하게 보여주었다사실적 바탕을 근거로 한 기독교적 영화와 가상설정으로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관객면에서 귀향쪽으로 기울었다그것이 현 시대의 기독교의 위상과 관계가 없었으면 한다동주를 개신교 대학동아리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