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소동 이유, 난민들?

▲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

지난 623, 영국은 역사적인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유럽연합 탈퇴라는 엄청난 결정을 내렸다.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영국은 유럽연합의 시발점인 유럽공동시장(EEC)이 시작될 때부터 연합에 그리 적극적이 아니었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EEC가 탄생했을 때 회원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731월에야 EEC 가입을 선언했다. 그런데 23일 치러진 브렉시트(Brexit, Britain +exit 나가다)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은 EU 가입 43년 만에 유럽 공동체에서 탈퇴를 선택해 버렸다. 24일 개표 결과 탈퇴 지지표가 51.89%, 잔류 지지표는 48.11%로 집계됐다.

사실 유럽연합은 처음부터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유럽연합의 주요 국가들을 보라. 나찌 독일과 프랑스는 숙적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세 때 100년 동안이나 전쟁을 벌였던 앙숙사이다. 근원적으로 하나 되기 어려운 나라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가 되는 기적을 이루었다. 백년전쟁 중인 1415825일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아쟁쿠르라는 북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전투를 벌였다. 헨리5세의 영국군 6천여 명은 프랑스군 2만여 명과 마주했다. 프랑스군들은 영국군 궁수들을 향해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었다. 잡히면 궁수들의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겁을 준 것이다. 그러나 아쟁쿠르 전투에서 수적으로 열세였던 영국군이 대승을 거두었다. 영국군은 포로로 잡힌 프랑스군들에게 자신들의 멀쩡한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조롱을 되돌려 주었다. 요즘 서양에서 누군가를 욕을 하거나 모욕을 줄 때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행동의 유래는 바로 아쟁쿠르 전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아쟁쿠르 전투로부터 6백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영국인들은 다시 유럽인들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43년간 함께한 유럽연합(EU)과 결별키로 대담한 결정을 한 것이다. 도대체 왜 영국인들은 EU 탈퇴의 길을 택했을까. CNN방송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영국인들이 EU 탈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수년 전부터 급증하고 있는 이민자 문제를 거론한다. 지난 해 30만명을 훨씬 넘어선 이민자들의 유입을 더 이상은 용인하기 어렵다는 데 영국인들이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로 이득을 보고 있는 건 몇몇 부자들과 정치인들뿐이라고 비판한다.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번 부자들이 정치 엘리트들과 야합을 하고 있는 바람에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몰아세운다.

탈퇴파들은 이런 영국인들의 불만을 파고들어 영국의 영광을 되찾고, 유럽인들의 손으로 들어간 국가 통제권을 되찾아오자고 호소했다. 또한 중동난민 증가에 따른 이슬람 테러 위험성을 부추겼다. 과밀학급이 발생하고, 병원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일은 모두 이민자들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자들에게 돌아가는 무상 복지로 인해 영국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복지 혜택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들의 뜻을 관철해 내었다.

유럽의 소동이유, 나만을!

그런데 과연 이번 투표를 통해 누가 승리한 것일까?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고 모두에게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을 뿐이다. 영국의 EU 이탈결정은 결국 남의 문제로 내가 손해 볼 수 있는 시스템에 협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선언 아닌가? ‘나는 나만이 지킬 수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의 결과가 아닌가. 나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하나 됨은 그 결과가 뻔 할 수밖에 없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헨리5세가 아쟁쿠르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지 1년 만에 죽었고 그의 뒤에는 전쟁을 하느라 늘어난 빚만 잔뜩 쌓여 있었다는 것. 양보 없는 싸움의 끝은 언제나 비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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