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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렇게 낮아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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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창 기
등록일
2007-05-31 17:49:58
조회수
13455
은퇴를 앞두고 안식학기로 이곳 미국 칼빈대학 근처에서 지나며 딸 쌍둥이 (고 2)를 수발하는 중에 겪은 이야기이다. (교습비가 싼 덕분에, 바이얼린 학습도 곁들이는 중에, 이 도시 청소년 교향악단 [Grand Rapids Youth Symphony]에 뽑혀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이곳 정규 교향악단 [Grand Rapids Symphony]이, 청소년 악단도 아닌, 한 고등학교 교향악단과 협연을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았다. 언젠가 이곳 일간지가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를 나온 이 악단 지휘자의 연봉이 2.5억원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수석 연주자 [concert master]도 유명한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학교를 나왔으며 그 단원 가운데 서울음대 바이얼린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더 공부한 사람도 있다. 이 교향악단은 시즌 내내 연주하고 봉급을 받는 전문 음악인들로 구성되어 이 지역 음악 예술의 심볼이라 할만하다. 따라서 언제나 메스콤을 타기 마련이다.

이 정규 악단이 고등학교의 초급, 중급, 고급 악단 학생들을 자기 단원들과 짝을 이루어 앉히고, 각각 연주하였으니 총 3 번이나 [2 시간 이상] 공연하였다.

무대는 근년에 수준급으로 지은 이 고등학교 연주 홀! 그들이 이 학교까지 찾아 와서 아침부터 애들과 같이 연습하고 온 종일 맞추었단다. 입장료를 5천원이나 받았지만 약 1천 석[?]의 이 전문 연주 홀에, 표가 매진되도록 관객이 거의 만원을 이룰 정도로 학부형들의 열성도 학생들의 음악 수준 못지 않았다. 마지막 고급 연주에는 차이콥스키 교향곡을 열연하는 고등학생들의 실력도 돋보였지만 정규 교향악단이 이처럼 찾아와서 학생들과 협연한 자체가 그야말로 돋보였다. 학생단원들도 감격하고 관중도 기립박수로 열광하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그런데 이 행사가 3 년째란다.

리셉션 때 나는 한 단원(여)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당신같은 전문인들이 이 애들과 협연하느냐고...? '지휘자가 음악가의 저변확대에 열정을 가진,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기에' 이런 기획을 했단다. 저쪽에서 이야기 중에 있는 그 지휘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였다. 역시 이 어린 음악 새 싹들을 위해서란다. 1년에 근처의 너댓 고등학교를 찾아간단다. 무슨 특별 댓가를 받는 것도 없이....

한국에서는 음악 지도자들이 제자들의 공식 연주 때 반주를 맡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웃에 사는, 연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분의 말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 권위주의가 무너지고, 어린 자들을 찾기까지 낮아지는 이런 예를 볼 수 있을까? 우리 사회 권위주의는 오히려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6.25 전후 우리가 초등학생일 때는 나이 차이가 예닐곱 살까지는 동무삼을 수 있고, 여나믄 살 쯤 넘으면 어른 대접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나이가 1년만 차이나도 그냥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형','언니'란 존칭을 깎듯이 붙여주어야 한단다. 우리 사회 본래의 유교문화에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해방 후 군사문화로 이처럼 경직된 것이 아닐까?

권위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권위주의는 안 된다! 권위주의는 많은 폐단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과 형식을 중시하고, 체면문화에 따른 불요불급한 비용이 지출되며, 사회에 이중인격자를 양산하게 마련이다.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면 이것은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진리 안에 자유하고 어린 아이 같은 신앙인이 되기 어려운 분위기로 굳어지는 것은 복음의 대적이다. 그러므로 이런 권위주의야 말로 우리가 서둘러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관행이 아니고 무엇이랴!
작성일:2007-05-31 17:49:58 24.11.1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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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panta 2007-07-13 12:57:50
권장로님! 주님의 교회가 가야할 길을 공감하시는 권 장로님께 감사드립니다. 미국에서
bdkwon41 2007-07-05 13:01:41
모처럼 시간을 내다보니 목사님의 좋은글을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너무나 좋은 말씀에 감명을 받았고 이런 운동에 우리들의교회가 앞장 서야 하는데 할말을 잃습니다
강건하시고 좋은 말씀 자주 주시기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