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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여담과 미담

제목

밤 주우러 갑시다

닉네임
문일환
등록일
2006-10-04 05:57:51
조회수
2969
가을엔 밤 따러 가야 합니다

교인 14명을 데리고 벌교의 한 야산에 심어 놓은 밤나무
밭에 갔다 주인이 밤나무를 심어 놓고 세상을 떠났다
그냥 버려두다시피하고 있는데
그 친척 중에 한사람을 알게 되어
그곳에 가서 밤을 주워가라고 해서
3일 아침 10시45분에 출발하고
12시 20분쯤에 도착하여 점심은 조금 있다 먹기로 하고
눈에 들어온 밤을
먼저 줍자 라고 하며 모두들 산속으로 들어갔다
난 밤을 많이 줍고 싶어서 빠른 걸음으로 산속 깊이 들어갔다

비닐봉지를 들고 가시 많은 산속에서 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밤들이 눈에 보인다 반짝인다 보물 주은 것 같다
그런데 그 밤들이 숨어 있다가
내가 그들 앞에 가면 얼굴을 내밀기에
난 즐거워하며 그들과 손을 잡았다
사람들은 따라오면서 밤이 없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왜 그리 잘 보이는지!

밤송이는 내가 갈 때 내 옆에 떨어져 주고
난 그것을 발로 살짝 밟아 꺼내니 거의 3개씩이 나왔다
밤들이 서로 속삭인다 ‘누구에게 보여줄까 ?’
그들은 회의라도 한 듯
일제히 숨어 있다가 나에게로 오는 것만 같다
난 그들을 두 손으로 환영하며 주워 담는다
하나를 주우면 나도 데려가 줘요? 라며 얼굴을 내민다
저쪽에서 쌍둥이 밤송이가 나를 부른다
또 저쪽에서 소리 내며 ‘나도 따라 가고 싶다’ 한다

나는 작은 산밤을 많이 주었다
작은 것이 훨씬 더 맛있기 때문이다
큰 것도 많이 주웠다
그것은 나의 봉지를 크게 만들어줘서
나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봉지가 가시에 찢어져 밤이 새어 나간다
두 겹 봉지를 만들어도 가끔 하나씩 세어 나간다

밤 주우면서 난 교인들을 생각 한다
교인은 밤송이들이다
그들은 겉에 가시가 있다 그러나 속에는 열매가 있다
가시 교인들을 주을 때 쎄게 손대면 나만 아프다
그러나 부드럽게 그리고 약간쎄게 다루면 내 봉지속으로...
교인 한사람 전도하면
그 사람 옆에 반드시 다른 알밤송이도 보인다
작은 밤송이 주우려고 엎드려 주우면 옆에 큰 밤송이도 보인다
알밤들이 나뭇잎에 숨어 있다가도
엎드려 전도하는 사람이 오면 얼굴을 내민다
난 작은 밤 같은 정있는 가난한 교인이 좋다
그러나 큰 밤 같은 교인은 교회를 든든하게 하기에 더 좋다

그 밤들 주우려고 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점심때가 지났고
그 밤들 주우려고 3시에 돌아가자 했는데
5시에 출발하게 되었다

전도하는 것은 시간가는 줄을 모르게 한다
봉지에 밤이 많이 담기니 가시에 봉지가 찢어진다
(그 가시 세상의 유혹인데...)
그때 든든한 마데 봉지 준비했더니 18kg을 담을 수 있어
그 보물들을 한 아름 옆구리에 끼고
하산하는 나의 발걸음은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장수의 발걸음이다!(십자가군병이니...)

‘앗! 따가워, 아! 아퍼, 에이 !, 어! 찔렸네!’
손에 가시가 찔리고 얼굴엔 가시가 스쳐가고
이마에도 가시나무가 스쳐 간다
난 밤을 한 아름(약18kg) 들고 산에서 내려오면서
만연의 웃음을 지었다(가장많이주워 일등!)
내려오는데 교인들이
‘어! 목사님 얼굴에 피가 흐르네요?’한다
난 정말 몰랐다 언제 아팠는지도...
왜냐구요? 물론 밤을 많이 주웠기 때문이다
(교인 많이 주우면 세상 상처는 모르는 일...)

천국에 가면 예수님께 궁금한 것 하나 여쭤 볼 것이 생겼다
‘혹 많은 사람 구원하시려고 가시 면류관 쓰셨을 때
아프셨나요? 안 아프셨나요?’
‘일환아! 잔소리 말고 알밤교인 새어나가지 않게
봉투보다 마데 준비 잘해라’ 하실 것만 같다(문)

위 글은 늘빛교회 주보 칼럼입니다
작성일:2006-10-04 05:57:51 211.209.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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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m 2006-10-04 09:22:24
참 재미있고 유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