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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여담과 미담

제목

벌거숭이 감나무

닉네임
문일환
등록일
2006-10-04 06:39:25
조회수
2796
벌거숭이 감나무

감나무를 옮겨 심은지 3년만인 작년 봄에
우리교회 앞 마당에 심어놓은 17그루의 감나무들이 나를 부른다
가까이 가보니 귓속말로 ‘감 좀 따 잡 술라면 약 좀 치세요?’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지난 겨울 추위를 이기려고 각종 벌래들이 자기들의
옷속(껍질)으로 들어와 있다가 따뜻하니 밖으로 나갔으니
감 먹고 싶으시면 지금 약을 하라는 것이다

난 사람에게 헤롭지 않은 약을 사다가 서너 번 살포 했다
그 덕분인지 작년엔 감나무에서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 감을 보고 있으면 약친 보람과 수고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교인들과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도 나를 보고 ‘감 많이 열렸네요’ 하면
어쩐지 기분 좋고 내가 뭔가 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
난 그 감들을 늦은 가을까지 일부러 놔두었다
심지어는 까치밥 남겨 두어야 한다며 겨울 가까이에 까지 놔두고
감나무 열매로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다
그 장두감이 얼마나 큰지 내 주먹보다 큰 것은 한끼 식사였다

그런데 올봄
난 작년에 약치다가 땀 흘린 생각하며 귀찮기도 해서...
그리고 그 감들 내가 다 먹지도 않했고...
열린 감 절반도 가지지 못했고!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이 자기들 것처럼 따서 먹고
그때마다 뭐라 할 수 없어 눈치만보고...
교인들도 주일날 와서 ‘어! 단감 맛있겠네?’라며
뚝뚝 따다가 먹어 버리고
가을쯤 되어 장두감 홍시 되면 먹을란다고 몇 개 따달라하고...

약친사람 따로 있고 가지치기한사람 따로 있고...
먹는 사람 따로 있는 것 같아서

올해는 약간 심술을 부리면서 열리는 대로 놔두자
마지막까지 달리는 것이 있으면 난 그것을 먹으면 되지...
그래도 목사 것은 달리겠지! 라며

올봄에도 나무들이 나를 부르면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벌레들이
숨어 있다고 소리 질렀지만
못들은 체 하면서 약도 뿌려주지 않고 가지치기도 않했다

그런데 지금 17그루의 감나무를 보면 난 창피하다
거의 다 아니 모조리 떨어져 버렸다
자기들끼리 회의라도 한 모양이다
진짜 다 떨쳐버렸다....

지나가는 동네 할머니
‘목사님 올해는 감이 어째 다 떨어졌네?’한다
난 얼른 ‘감나무가 해걸이를 한 모양이네요?’라고 넘겨 버렸다

어서 내년 봄이 오거라 그 때 내 자존심 세워야겠다
필요한 약 많이 뿌려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매 맺히게 하고 싶다
그때 감 따 잡수러 오실 분 미리 신청 받아 둘까요?

늘빛의 과일 농장인 교회도 내년에는 열매 주렁주렁 열리게
옛날약(구약) 새로운약(신약) 듬뿍 뿌려서
추수때의 가을 잔치를 멋지게 해야지! (문)

위글은 10,01일 주보칼럼 입니다
작성일:2006-10-04 06:39:25 211.209.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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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m 2006-10-04 09:24:21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