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외부와 담을 쌓아 종교 인구 방어 성공?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통계’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없는 인구 비율은 2005년 47.1%에서 2015년 56.1%로 증가했다. 하지만 종교인구 감소에도 개신교 인구는 10년 새 125만 명이 증가했고, 불교 인구는 무려 300만 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의미심장한 변화를 보였다.

이런 통계 결과를 놓고 종교 연구단체들의 분석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개신교 인구 증가폭과 교회 숫자 증가폭이 반비례 관계에 놓여있는 데에 저마다 물음표를 제기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개신교 인구증가 원인, 이단이나 가나안 성도의 증가로 보아야 하나?

지난 연말(12월 26일) 목회사회연구소(연구소장 조성돈 교수)가 앞서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통계' 결과를 분석했다. 조성돈 교수는 “(개신교 인구)숫자는 늘었다고 하는데 교회에서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2015 종교통계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개 교회의 상황에서도 작은 교회들이 무너지고 큰 교회들도 매년 약 10% 정도의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교단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큰 교단들의 보고를 보면 매년 교인들이 감소하고 있다. 개신교인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다들 예상을 했는데 의외로 1백만 명 이상 늘어나니 다들 의아한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런 의문과 함께 조성돈 교수는 개신교 인구 증가 원인을 가나안 성도의 증가 및 이단의 발호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목회사회연구소 측은 "문제는 숫자는 늘었는데 왜 우리 교회에서는, 왜 우리 교단에서는 교인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느냐"라며, "바로 이 부분에서 이단이나 가나안 성도의 증가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 인구센서스 종교인구조사 결과 3대 종교 특별토론회' 현장

개신교의 인구증가는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근대조직의 방어적 힘 때문

지난 25일(2017.1.25.) '201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통계' 결과를 놓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신대승네트워크, 우리신학연구소가 서울 종로구 월드컬처오픈 W스테이지 안국에서 '2015 인구센서스 종교인구조사 결과 3대 종교 특별토론회'를 열었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의 연구자들이 종교인구 변화의 숨은 뜻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기조 강연을 한 윤승용 이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이번 종교인구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무종교인 숫자가 종교인 숫자를 넘어선 것에 주목하며, "한국종교가 탈종교시대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적 사회상황이 종교적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는데도 종교인구가 감소한 것은 기성 제도종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말하자면 사회불안과 생존위기를 담아내지 못한 기성 제도종교의 위기"라며, "이런 종교적 욕구를 받아들인 종교는 기성종교가 아니라 대체종교들로, 이들이 한국의 새로운 종교지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이사는 이어 "그 대체종교가 바로 '영성종교와 근본주의'인데, 영성종교는 떠도는 불교의 재가불자에 작용하여 종교 인구를 대폭 감소하게 했고, 근본주의는 개신교의 대형교회에 작용하여 종교 인구의 감소를 막았다."면서, "여기에 민주화 이후 종교 내부 구성원들의 분화는 주변의 이탈과 중심의 결속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이라 분석했다.

윤 이사에 따르면, 근대적 조직 기반이 취약한 불교는 주변 성원들이 각자 피난처를 찾아 흩어졌지만, 결속력이 강한 개신교는 외부와 담을 쌓아 종교 인구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개신교는) 불교보다 종교 이익집단의 성향이 강하고, 세속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종교공동체를 가지고 있다"며, "개신교의 인구 증가는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근대조직의 힘과 주변성원들의 강한 신앙 정체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개신교 인구 증가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탈종교 형상의 거대한 흐름에 벽을 쌓아 만든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신교가 “한국사회 전환기에 근대조직의 힘으로 1위의 종교로 등극하였지만, 탈근대에 대한 방어적 대응만으로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비평했다.

개신교 인구증가 원인, 위로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들과 공감의 연결망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2015년의 대중을 ‘위로 받고 싶어 하는 대중’이라고 명명했다. 민주주의나 반미 같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진보주의적인 이성의 기획을 중시했던 2005년의 대중과는 달리 "산산이 부서진 사적 공동체를 대체하는 대안적 공동체에 귀속하고 싶다는 갈망이 큰 이들"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신교 종교인구 증가에 대해서 김진호 연구실장은 "개신교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평가나 도덕적 평판보다는, 더 다양한 위로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더 긴밀하게 친구들과 엮일 수 있는 장(fields)을 선호했던 것"이라며, "그런 프로그램들과 공감의 연결망이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되는 장이 바로 개신교회였던 것"이라 주장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이런 위로의 프로그램과 연결망에도 불구하고, 한국 개신교가 처한 구조적 위기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신자유주의의 폭력적 횡포가 우리의 삶을 옥죄고 몸과 마음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아픔을 공감하고 거기서 성찰의 자리를 발견하는 신앙의 부재, 그런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불임의 종교성, 그것이 개신교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교인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개신교의 구조적 위기의 요체"라고 꼬집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그럼에도 교회가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읽어내지 못한 채 교리 중심주의적 교회주의에 머무르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하고, 친밀성의 신앙 네트워크로서의 교회의 가능성을 발견해 나갈 것을 조언했다.

종교인구 감소라는 결과에 당혹감을 보이며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발표자들

불교 신도 감소에 충격,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혁신의 필요성 강조

한편 이번 발표에서 신자 수 급감과 함께 개신교에 1위 자리를 내준 불교는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수호 연구위원은 먼저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 △신도 수 감소의 원인에 대한 진단 △신도 수 감소의 의미에 대한 논의 등 결과 발표 이후 불교계의 반응을 언급하고, “지나간 10년에 얽매이는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을 검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불교인구가 3백만 명이 감소했지만 이 기간 불교계는 템플스테이와 불교명상, 사회복지ㆍ참여 활동 등 다방면에 걸친 포교활동을 끊임없이 펼쳤음을 언급하고, 결국 ‘적극적으로 포교 활동에 나서지 않아 신도 수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불교 신도 정체성 강화 △불교 종단의 조직화 △사찰의 양극화 해소 △사회참여 활동 전략 구축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천주교 인구감소에 당혹,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

천주교는 지난 2014년 교황의 방한이 상당한 선교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조사에서 기대와 달리 종교인구가 감소한 것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박문수 편집위원장은 “신자들의 냉담과 이탈이 어느 한두 가지 때문이 아닌 다양한 원인들의 상호 중층ㆍ복합적 연결로 인해 벌어졌다”며, “중산층 중심의 교회문화 형성과 교회 내부의 권력관계 변화, 신자 증가에 반비례한 교회의 사회적 역할 등 내부 원인 외에도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도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에 천주교가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내부의 종교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이 추이는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끝으로 이번 조사 발표 이후 각 종교가 ‘종교 본연’을 강조하며 내부 문제에 치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같이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된 것에 주목함으로써 전체 윤곽과 방향을 파악해 나갈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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