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사임을 둘러싼 소문과 진상

복음병원 리더십에 빨간 불이 켜졌다. 5월 초 제출된 임학 원장의 사표가 지난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수리되었다. 부산의 모 매체는 임 원장이 “노조와의 갈등”으로 병원장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표를 내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내용에 대해 노조 측은 합법적인 요구를 했을 뿐이라고 답하고 있다.

병원장 사임을 둘러싼 소문과 진상

복음병원 노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기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소문도 들린다. “고려학원 이사회가 원장이 올린 인사를 부결하고, 그동안 친 노동조합 행보를 해 왔지 않느냐....”, “안 총장은 최근 노동조합 사무실을 전격 방문하는 등 친 노조 행보를 보여 왔는데... ” 등의 기사 내용들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들은 친 노동조합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고려학원 이사회와 고신대학교 총장이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는 복음병원장의 사임을 부추겼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번 병원장 사임의 불똥이 고려학원이사회와 고신대학교 집행부에게 까지 튀는 모양새다. 그러나 본사가 이사회 관계자들과 총장 측에 문의해 본 결과 그런 일은 없었다는 대답이다.

역설적이게도 노동조합법이 병원 경영진 손을 들어주다

복음병원 분식점 운영권을 두고 복음병원 집행부와 노조가 오랫동안 다투어 왔다. 최근에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금한다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 근거해 복음병원 분식점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에 의해 노조가 운영하던 분식점은 이제 병원 측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분식점 운영에 대한 병원 측과 노조와의 오랜 분쟁 가운데 ‘노동조합법’은 역설적이게도 병원 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다름 아닌 ‘노동조합법’ 때문에 노조와의 소송에서 병원 측이 이겼다. 이번 판결에서 보듯이 복음병원은 노동조합법, 근로기준법과 같은 세상 법에 의해 다스려 진다.

교회법과 노동조합법의 충돌

여기에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 등에 의하면, 노조활동은 합법적 활동이다. 대학 병원들 가운데 노조 없는 병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노조는 대한민국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한다. 따라서 복음병원 같은 대형 병원의 경영자들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등을 잘 인식하고 노조와 협상해야 한다. 필요하면 설득도해야 한다.

그러나 복음병원은 고신총회가 직영하는 고신대학교에 속해 있기도 하다. 고신총회는 교회법에 의해서 운영된다. 교단헌법에는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과 같은 개념이 없다. ‘고신총회 목사 장로들의 생각’과 ‘복음병원 근로자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이다. 고신교회 입장에서 복음병원은 말 그대로 선교와 구제를 위한 교회의 봉사 기관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고신총회는 고용주가 된다.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월급을 안 주면 악덕 기업주가 되고 만다. 교회법과 세상법의 충돌이다. 복음 병원장 같은 직책은 교회법과 세상법의 충돌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이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총회와 이사회의 입장도 대변해야 하고 병원 근로자들의 합법적인 요구에도 응대해야 한다. 교회법과 세상법의 충돌로 복음병원 리더십이 흔들리는 이유이다.

복음병원 미래를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

임학 전 원장은 아마도 이런 문제들을 인지하고 병원의 미래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본사가 줄기차게 주장해 왔듯이 3차 의료기관으로서 수익을 내는 대형병원 체제를 포기하고 구제 전문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복음병원이 경쟁력 있는 3차 의료기관으로 유지되기를 원한다면, 고신총회를 비롯해서 고려학원이사회와 복음병원 집행부가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 등의 세상 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노조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조를 설득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노무관리 능력을 겸비한 전문 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

교회법과 세상법의 충돌로 휘청거리는 복음병원의 리더십을 세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고신총회는 하나님 앞에서 이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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