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회장, 사단법인 여명 이사장, 바른교회 아카데미 이사장, 본지 발행인)

시중에서 떠도는 말에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조국 사태는 그야말로 하나의 난(亂)이었다. 역사에 남을만한 난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이 함께 벌인 국정농단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난이었다. 이 난리가 남긴 것들이 많다. 심각한 후유증들이다.

첫째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윤리의 터를 무너뜨렸다. 그와 그들이 그렇게도 외쳤던 공평과 공정 그리고 정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정치와 윤리를 서로 상대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 조국 전 장관을 통하여 나타난 정치적 위선은 극에 달했다. 아무리 타락한 사회라 하더라도 적어도 기본은 지켜지는 법인데 조국의 난을 이것들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내로라하는 지성인들까지도 난(亂) 중의 한 패거리가 되어 세상을 요란케 하였다. 성경에 있는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하랴”(시 11:3)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둘째로 국민들을 반으로 갈라서 싸우게 만들었다. 이 깊이 파인 골은 오래 갈 것이다. 이것은 지역감정의 정도를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생채기를 남겼다. 물론 전에도 좌우의 갈등은 상존해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서로 총질하듯 갈등한 일은 해방 후 두 번째 일어난 좌우익의 싸움이었다고 할 수 있다. 통치자들은 모든 국민들을 아우르고 통합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권은 운동권 정권답게 자기들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모두 적으로 돌렸다. 그리고 여당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일에 조국 장관보다 더 강하게 나갔다.

셋째로 조국의 난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추락시켰다. 물론 조국 씨가 시작하기 전에 대통령 자신이 먼저 시작했다. 그렇게 의혹이 많고, 그를 비판하는 국민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였다. 필자가 아는 대로는 검찰총장이 대통령에게 조국 후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건의를 하였으나 듣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까 봐 염려하는 것으로 알고,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어떤 꺼리를 제공하기 위해 청문회 직전에 전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검찰의 수사는 조국 씨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하여간 이제부터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이다. 날개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넷째로 조국 씨는 그가 일으킨 난으로 패가망신의 결과를 남겼다. 그가 장관으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가족에 관한 일들은 대부분 조용히 넘어갔을 것이다. 그냥 덮였을 죄들이 드러나게 된 것은 사필귀정이라 하겠지만, 이번 일로 조국 씨의 가족들 - 부인이나 아들딸들은 물론 동생과 조카까지 일생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하기야 조 씨 가족은 좀 이상한 데가 있다. 남편은 아내가 수십억 원의 돈을 굴리고 투자해도 이를 몰랐다고 한다. 딸이 다섯 개 이상의 대학들에서 스펙을 쌓고 상을 받아도 아버지는 몰랐다고 한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그 가정은 보통 사람들의 가정과는 영 다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섯째로 조국 씨는 그의 미래를 잃었다. 물론 아내와 아들딸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누가 그의 말을 신뢰하겠는가? 어느 제자가 그를 스승으로 존경하며 따르겠는가? 그리고 이후부터는 작으나 크나 사사건건 그를 시비하는 일들이 계속 생기게 될 것이니 그가 즐기던 페북질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가 장관직을 내려놓았으므로 그가 재직하던 서울대학교에 자동으로 복직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학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다시 상처주지 않기를 바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먹고살 것에 대한 걱정은 없으니 개인 수양이나 하며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조국의 난이 적어도 한 가지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허울뿐인 좌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좌파의 민낯을 드러내 준 것이다. 본래 사회주의가 그랬다. 사회주의는 역사의 각광을 받으며 출현했다. 자본주의의 폐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혁명적인 사상이요 꿈이었다. 사회주의는 사람들에게 파라다이스의 그림을 보여주며 황홀한 미래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무엇이었나? 평등? 공정? 정의? 사회주의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국가들은 대부분 소수 지배계층의 독점과 독재에 시달리며 몰락하였다. 생각은 좋았는지 모르나 실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우리 조국의 국민들에게 이런 실상을 역력히 보여주고 퇴장하였다. 이 부분만은 감사할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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