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

신요한(새언약교회 전도사, 코닷 수습기자)

2020 WE KOREA 국회포럼

최근 들어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월 10일에는 민경욱 국회의원실 주관, 백만국민대회준비위원회 주최로 ‘2020 WE KOREA 국회포럼’이 개최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생명 존중 사상과 건강한 성 가치관 확립을 위해 오랫동안 뜨거운 이슈로 대두되어 온 차별금지법 반대, 낙태 반대, 중독 예방, 올바른 성교육에 대한 담론이 한꺼번에 논의되는 장이 마련됐다.

특히 정치계, 의학계, 법조계 등을 비롯하여 교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차별금지법의 문제와 대안을 모색하는 큰 규모의 포럼이었다는 점에서 아직 차별금지법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적지 않은 교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는 3월 중에도 서울시의회 앞에서 차별금지법·낙태반대·중독예방을 위한 백만국민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렇게 차별금지법의 실태와 위협에 대해서 한국사회에 알리는 노력들이 최근 들어 점점 늘어가고 있어서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민경욱 국회의원실 주관, 백만국민대회준비위원회 주최로 10일 오후 2020 WE KOREA 국회포럼이 개최됐다. 참석자들이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송경호 기자)

심상정 의원이 참석한 차별금지법 토론회

이러한 노력들의 일환으로 지난 1월 20일에는 고양시 일산에 소재한 사랑누리교회에서 고양시기독교총연합회 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지효현 목사)가 주최한 차별금지법 토론회 열렸다. 특히 이날에 심상정 의원이 배석하여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그만큼 이날 목회자들과 벌어진 토론 내용들이 많은 조명을 받았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해 온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과 김지연 약사(한국가족보건협의회 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그리고 토론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측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정의당 관계자들이 배석했고 반대 측에 덕기연(덕양구기독교연합회) 이대위원장 김명식 목사, 고양시기독교총연합회 송기석 목사, 바른군인권연구소 김영길 소장이 배석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토론을 듣고 있던 고양시기독교연합소속 신태식 목사는 “저는 핵심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 받는가, 안받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심 의원은 “처벌 받겠죠”라고 답했다. 이어 신 목사는 “성소수자는 잘못 됐다고 강단에서 이야기할 때에, 거기에는 이단도 들어가고 종교적인 것도 들어가는데, 이단을 이단이라고 할 때에 처벌 받는다고 말씀하셨으므로 우리는 처벌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심 의원은 “2013년도 차별금지법안에는 교육기관·공공기관에서 그런 (차별)발언을 할 때 처벌받는다고 돼 있고 종교기관은 없다”라고 반박했다. (참고: http://www.christiandaily.co.kr/news/정의당-심상정-의원-차별금지법으로-처벌-될-수-있다-85907.html)

사실 차별금지법을 위반하면 처벌받냐고 물었을 때 심 의원이 처벌 받는다고 대답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기독일보의 1월 20일 보도에서 ““핵심적으로 질문하겠다. 목사들이 차별금지법을 어기는 설교를 할 때 처벌받는가 안 받는가”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심 의원이 "처벌 받겠죠"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읽은 많은 기독교인들이 심상정 의원의 대답에 분노했다. 그러나 심 의원이 답했던 질문은 단순히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 받습니까, 안 받습니까”였다. 이 사실을 확인한 기독일보는 22일에 정정기사를 냈다. (참고: http://www.christiandaily.co.kr/news/정정-차별금지법-관련-심상정-의원-발언-기사-85970.html)

하지만 교계에서는 아직 이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신태식 목사의 질문과 심상정 의원의 발언이 가감 없이 녹음된 유튜브 영상까지 돌아다니고 있지만 아직도 “설교할 때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 받는다”고 답한 것으로 이해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우리는 차별금지법의 본질적인 문제에 더욱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20일 일산 사랑누리교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토론회에 배석한 심 의원(맨 오른쪽)을 비롯한 정의당 관계자들

 

차별금지법의 함정

심상정 의원은 토론회 초반에 염안섭 원장과 김지연 약사가 발언한 후에 “의사·약사분이랑 토론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목회자들과만 토론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발언에는 토론에 우위를 선점하려는 심 의원의 철저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마도 목회자들이 뭐라고 주장할지 어느 정도 다 알고 대비하고 온 것으로 판단된다. 심 의원이 토론에 참여한 이유는 목회자들에 대한 설득의 목적보다 목회자들의 주장에 허점을 잡기 위해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심 의원의 주장대로 차별금지법안의 내용 자체만 보면 종교의 자유를 교묘하게 피해간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안 상으로는 동성애에 비판적인 설교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것이 맞다. 실제로 2013년에 심 의원 외 11인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는 종교기관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종교의 자유를 막을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이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헌법상 종교의 자유는 존재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교회 안에서 직접 적용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 섣불리 “차별금지법이 설교를 막는다”고만 반박하면 함정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미래'에 차별금지법 발효의 효과가 종교의 자유를 막을 위험이 있다고 예상하는 것과, 추진하려는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의 명분과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별금지법안 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막지 않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종교의 자유를 막는다는 주장에는 반론하기가 쉽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주장에는 명분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심 의원이 반박한 것처럼 “종교와 정치는 분리해야 한다"면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것이 차별금지법의 교묘한 함정이다.

 

차별금지법의 진짜 문제

진짜 문제는 종교기관이나 설교보다는 “공공성”에 있다. 심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통해서 이 문제를 스스로 드러냈다. 바로 “2013년도 차별금지법안에는 교육기관·공공기관에서 그런 (차별)발언을 할 때 처벌받는다고 돼 있고 종교기관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개인의 양심과 공공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종교적 양심을 갖고 사회에서 살기 어렵도록 충분히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 WE KOREA' 포럼에서 민경욱 의원의 개회사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개회사인 만큼 차별금지법의 문제를 잘 짚어내고 있다. 

"현재 일부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따라 동성애를 반대하는 다수의 국민들을 인권 침해의 범죄자로 만들어 처벌을 받게 하는 악법이 될 수 있어 큰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남성의 에이즈는 90% 이상 동성 간 성행위를 통해 퍼지는데, 이런 것을 비판하면 처벌받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차별이라는 이유로 보도준칙을 통해 미디어나 언론에서 그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는 진보진영의 의도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 외부의 공공사회에서 “동성애는 죄”라는 종교적 양심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 의원이 의학 전문가들의 발언을 막은 이유는 전문성을 발휘해서 공공 영역에서의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하면 심 의원이 곤란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대신에 공공성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목회자들과만 논쟁해서 우위를 선점하려고 했던 것이다.

특히 공공 영역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는 영역은 “공교육”이다. “동성애는 건전하지 않은 성문화다”라고 가르치거나, 반대로 젠더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성교육 교재에 불만을 제기하면 차별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도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에 저촉이 안되지 않냐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것을 피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종교의 자유에 저촉되지 않도록 명분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바른 성교육을 시행하는 학교에 대해 동성애자 학생이 “난 종교적 표현을 막으려는 게 아니다. 교회에서 버젓이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학교는 비기독교인들 앞에서도 내게 수치심을 줬다. 이렇게 가르치지 않는 기독교인 교사들도 많고 동성애는 종교적으로 죄라는 것은 나도 아는데 학교는 성교육을 통해 굳이 비기독교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인권을 침해했다. 다른 이성애자들이 누리는 권리를 나는 못누렸다”라는 식으로 동성애자가 주장하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차별받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어린 학생의 주장이라면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다. 공공 성교육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차별을 규정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차별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관성에 의지해야 한다. 차별의 객관적인 정의가 명확하게 규정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를 판결하려면 판례에 의존해야 하는데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를 재판하는 첫 판사가 교회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지는 의문이다.

모 초등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성교육 교재. 만약 "남녀는 다르다"라고 가르치는 올바른 성교육 교재가 비치되어 있다면 성소수자들과 진보진영이 가만히 있었을까? 역설적으로 이러한 교재가 올바른 성경적인 성의식을 가진 학생들을 차별하는 행위가 아닌가?

차별금지법이 교회를 무력화 하려는 것은 교회의 종교적 의식과 설교를 막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진보진영은 이것들을 보장해 주겠다고 할 것이다. 만약 차별금지법이 시행 된다면 어쩌면 당장은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 설교도 막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그런 설교를 막는 것이 최종 목표이어도 말이다. 

그러나 교회 무력화의 진정한 의미는 기독교인이 종교적 양심으로 삶을 향유할 권리를 막는다는 뜻이다. 교회 건물이나 집단 자체가 무너지는 건 진보진영의 목표가 아니다. 중국의 삼자교회와 북한의 칠골교회처럼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교회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마치 중국과 북한처럼 “명분상”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니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둔갑한다. 그래서 진보진영은 앞으로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주장에 이러한 논리로 반박할 것이다. 이 함정을 분별해야 한다. 우리는 종교의 자유가 공공의 영역에서도 보장되는 것이 진정한 종교의 자유라고 확고히 주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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