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1

오광일(월드뷰 미디어팀장)/ 성균관대학교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교육, 출판업으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월드뷰>에서 미디어팀장을 맡고 있으며 인천사랑침례교회에서 중·고등부 설교 사역을 통해 청소년들의 믿음을 세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범죄학 연구소는 2012년 청소년 범죄의 주된 요인은 환경이 아니라 도덕성 결여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통 청소년 비행이 특정 환경에 의해서 범죄에 연루될 것이라는 일반적 상식과는 달리 범죄를 저지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도덕성이었다. 반면, 청소년들이 범죄를 자제하는 주된 이유는 범죄결과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애당초 범죄를 ‘할 수 있는 행동양식(possible course of action)’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도덕성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현시대 교육방법으로 우리는 어떤 것을 선호하고 있을까? 열린 교육, 토론식 교육,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등 우리 시대의 교육 방법론에 대한 토론은 밤을 새워도 다 못할 정도로 많다. 그런데 이러한 현대교육에서 도덕성 교육에 관한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류가 전통적으로 지켜온 건전한 도덕적, 종교적 가치를 주입해서는 안 되고 도덕에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평등의 가치를 우선시하면서 다양성 존중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것이 상대적인 가치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류가 오랫동안 지켜온 보편적 가치관 형성에 주입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간 지식인 그룹에서 구시대 사람이라는 핀잔만 듣기 십상이다. 과연 주입식 교육은 구시대 유물일 뿐이어서 교육적 효능감 형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용지물일 뿐일까?

토머스 리코나(Thomas Lickona) 교수는 <인격 교육론(Educating for Character)>에서 “다양성이 중요한 다원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구성원이 공유하는 기본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공적인 도덕교육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정의, 정직, 공손, 민주적 절차, 진리를 존중하는 태도와 같은 가치들에 대해서 합의하지 않고는 다원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다양성이 중요한 사회라 할지라도 사회 구성원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려면 구성원이 공유하는 기본 가치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천 부모로서 가치와 도덕교육을 학교에만 맡길 것인가?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기본 가치의 가르침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할까? 그곳은 바로 학교가 아닌 가정이며 부모이다. C.S. 루이스(C.S. Lewis)는 “그리스도인은 자기 방식대로 삶을 살고 가정을 자기의 성(城)으로 여기며 노동의 결실을 즐기고 양심의 지시에 따라 자녀를 양육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별히 자녀에게 크리스천으로서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 가치에 관한 교육을 말할 때 부모로서 양육과 가르침은 절대 중립적일 수 없다. 만약 우리 자녀들의 가치교육을 학교에 전적으로 맡긴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학교 교육은 어느 과목이든 교육 목표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위기관의 지침에 따라 학생을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치게 할 가능성이 있고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교육 목표에 맞춰 바꾸려 애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특성이 있다. 또한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교과서에는 가치 판단이 내재되어 있다. 학교는 교육 목표에 충실하게 설계된 교육과정과 수업방식 그리고 교과서와 기자재를 통해서 의도한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게 뭐가 문제일까? “학교 교육이란 원래 그렇게 되어야 정상적인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일반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학교교육의 구조적 특성이 적용되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가치와 도덕의 문제에 학교교육 방식이 여과 없이 적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치와 도덕, 성품의 문제가 시대에 따라 전문가 집단 합의에 의해서, 국회의원들의 입법에 의해서, 인권관련 위원회의 입장 발표에 의해서 결정되고 기준이 정해지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념 갈등이 첨예한 현 시대 학교는 상위기관들의 압박에 의해 학생들에게 그들의 방침대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현 상황이 이런데도 부모로서 여러분의 모습은 어떠한가?

크리스천 부모로서 그동안 가치와 도덕교육에 있어서 어떠했는지 이 글을 통해 돌아보길 바란다. 부모가 가정에서 책임지고 무엇이 올바른 가치이고 도덕적 판단인지를 가르쳐야 하는데, 그 일을 대부분 학교에 맡겨놓은 경우가 많지 않았는가? 그런데 문제는 학교는 교회가 아니기에 성경적 가치 판단의 기준을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는 정치권의 영향에 민감한 곳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치 판단 및 도덕교육에 있어서 기준이 중립적이지도 않다. 학교는 OECD의 기준을 따른다는 명목으로 그동안에 우리 사회에 전통적으로 지켜온 가치들을 해체하고 다양성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적 가치를 우선시한다. 이러한 학교 시스템을 알았다면, 크리스천 부모들은 더 이상 우리 자녀들의 가치와 도덕교육을 학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크리스천 부모의 도덕교육 목표: 선한 그리스도인이 되게 양육하라

크리스천 부모들이 올바른 기독교적 가치와 성경적 세계관으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양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경에서는 가치와 도덕교육에 대해서 어떤 교육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을까?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인간이 갖고 있는 특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한 피조물이기 때문에 사고체계 안에 있는 가치가 완전히 주관적일 수 없고 창조자의 가치판단체계가 인간 안에 실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창조자 하나님의 의도와 그분의 성품이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도바울은 로마서에서 인간의 사고체계 안에 있는 가치판단의 근원에 대해 “율법을 소유하지 않은 이방인들이 본성을 통해 율법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행할 때에 이런 사람들은 율법을 소유하지 않아도 자기에게 율법이 되나니 또한 자기 양심이 증언하며 자기 생각들이 서로 고소하고 변명하는 가운데 자기 마음속에 기록된 율법의 행위를 보이느니라(롬 2:14-15).”라고 말했다. 이 구절을 통해 인간에게는 자연법이 보편적이라는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 안에는 하나님의 형상 속에 있는 선한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내재해 있어서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지향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내면 안에 하나님의 창조를 인정하지 않은 채 선한 사람이 되는 것과 선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선한 사람은 세상의 기준, 그 시대의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이지만 선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기준, 시대의 변화에 관계없이 절대적인 성경의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준에 의한 선함은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더러운 누더기와 같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크리스천 부모로서 도덕적 가치판단 부분에 있어서 자녀교육의 목표는 선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성경이 제시하는 교육방법: 올바른 성경적 가치는 주입식 교육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성경이 제시하는 교육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주입식 교육이다. 성경이 말하는 올바른 가치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주입하고 또 주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선한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선한 성품이 있지만, 동시에 타락한 죄인이기 때문에 선한 그리스도인이 아닌 선한 사람이 되려는 교만한 욕망이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그런 인간의 특성을 알기에 절대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인간에게 토론 교육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양성 존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논쟁하거나 소수자 인권이라는 명목 하에 절대적 가치를 타협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자녀들에게 말씀에 근거하여 모든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일에 “예”는 “예”로 “아니오”는 분명하게 “아니오”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자녀들도 그렇게 가르칠 것을 강조하고 계신다.

모세는 신명기에서 성경적 교육법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오직 너는 스스로 조심하며 힘써 네 혼을 지키라. 네 눈이 본 일을 네가 잊어버릴까 염려하노라. 네 평생 동안 그 일들이 네 마음에서 떠날까 염려하노라. 오직 그 일들을 네 아들들과 네 손자들에게 가르치라. 땅에 사는 모든 날 동안 나 두려워하기를 배우게 하며 자기 자녀들에게 가르치라.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네가 집에 앉을 때에든지, 길을 걸을 때에든지, 누울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그것들을 말하라(신 4:9-10).” 반복해서 가르치고 주입해서 완전히 온 몸과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의 정신이 새겨질 수 있도록 철저한 주입식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약 시대 성도로서 어떤 가치들을 새겨 보면 좋을까?

사도 베드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본성에 참여하는 자로서 열심을 다하여 너희의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의 친절을, 형제의 친절에 사랑을 더하라(벧후 1:5-7).”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씀에서 크리스천이 반복하고 주입하고 새겨야 하는 가치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을 가진 사람이 첫 번째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부분이 덕(德)인데, 이것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요청되는 당위(當爲)이며, 동시에 그 당위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이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의 윤리적인 탁월성, 즉 덕은 본성적(本性的)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습관화로 생기는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을 크리스천의 삶에 적용해보면 하나님과 사람의 위치 관계를 명확하게 알고 먼저 부모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삶을 사는 가운데 말씀에 명료하게 나온 가치판단의 기준들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과 편견, 사회의 시선들에 대한 껄끄러움을 내려놓고 “예”, “아니오”를 분명하게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영혼에 하나님의 말씀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자녀들에게도 동일하게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가치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들은 명료하게 “예”,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반복하고 주입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육체의 훈련은 유익이 적으나 하나님의 성품은 모든 일에 유익하며 현재의 생명과 다가올 생명의 약속을 지니고 있다”라는 디모데전서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하나님 말씀을 가지고 철저하게 주입식 교육으로 자녀들에게 경건 훈련을 시키는 참된 부모가 되면 좋겠다.

 

※이 글은 월드뷰 2020년 4월호에 기고되었고 허락을 받아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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