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 / 방석진 목사(말씀전원교회 담임)
사진, 글 / 방석진 목사(말씀전원교회 담임)

교회 숲 가장자리의 언덕배기에 제법 큰 밤나무들이 온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게 드리워져 있다. 그동안 병들어 죽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지면서, 커다랗고 굵직한 열 그루 정도만 세월을 흔적을 안은 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나뭇과인 밤나무는 초여름 유월에 하얗게 눈이 내린 듯 꽃을 피운다.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나란히 핀다. 흰 송충이처럼 하얀 털이 달린 게 수꽃이고 동그랗게 선인장 모양으로 된 꽃이 암꽃이다. 5월의 진동하던 아카시아꽃 향기가 물러간 자리를 이어 밤나무꽃의 가득한 향이 숲을 가득 둘러싼다. 흔하지 않은 비릿한 냄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커피 향기처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밤나무는 견과 열매인 가시 밤송이를 10월경에 맺는다. 토실한 밤은 4갈래로 벌어져 갈색으로 익는다. 바늘 같은 가시를 벗겨 내면 안에 굵은 알밤들이 있다. 밤은 옛날부터 다산을 상징하여 혼삿날 대추와 함께 신부 치마 위에 던져 주기도 하였다. 밤을 따기 위해 긴 대나무 장대로 가지를 치면 후드득 밤톨이 떨어진다. 모아 두었다가 겨울철 화목난로에서 고구마와 함께 구워 먹으며 배를 채웠던 추억이 새롭다. 소슬한 가을날 익어가는 밤을 보면 밤나무를 왜 밥나무라 했는지 알 것 같다.

밤은 당뇨에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신장, 위장을 건강하게 한다. 목재는 재질이 갈라지지 않고 잘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타닌이라는 방부제 성분 때문에 잘 썩지 않는다. 그래서 가야금 뒷판, 절굿공이, 철도 침목, 장승을 만드는 데 쓰인다. 주의할 점은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절대로 나무를 땔 때 사용하면 안 된다. 고기를 구워 먹어도 안 된다.

성경에서 밤나무는 이사야 6장에 한번 언급된다. 밤나무가 완전히 잘려져 나가도 남아 있는 그루터기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이스라엘이 완전히 망할지라도 소수의 거룩한 백성들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말씀이다. 결국은 살아남아 그 그루터기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밤나무처럼, 우리 모두가 밤송이 같은 의의 열매를 맺는 주의 거룩한 씨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사야 613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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