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우.박미란 선교사의 일곱 번째 선교편지

또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니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망을 움직이지 말며 굳게 잡고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10:23~25)

할렐루야!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세계적인 Pandemic의 유행으로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이 이 시대를 덮었습니다.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공포 속에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든 이러한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마저 겹치면서 하나님이 아닌 백신이나 치료제가 마치 우리의 소망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실로 두렵습니다. 우리 믿음의 성도들, 특히 우리 자녀들에게 이 시간은 더 힘들고 가혹한 듯합니다. 지난 100여년 쌓아온 믿음의 근본 토대가 흔들릴 만큼 한국교회의 분열과 동조는 마치 풍전등화와 같습니다. 마치 교회가 이 바이러스의 온상지인 것처럼 교회를 압제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힘있게 소리 내어 세상을 향해 저항할 수도 없을 만큼 지난 날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세상을 바꿀 영향력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막막할 따름입니다.

윤 선교사 가족
윤 선교사 가족

 

그럼에도 하나님은 살아계시며 우리는 나약하고 힘이 없으나 그 강하신 여호와의 손길이 이 시대를 이끌어 가시고 계심을 믿기에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음을 알고 오늘도 엎드려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가르치기에 앞서 말씀 앞에서 제 자신을 먼저 돌아보며 회개하며 그 말씀의 능력을 힘입어 새 힘을 얻습니다. 한국에 계신 모든 성도님들 역시 이러한 은혜 가운데 새 힘을 얻기를 소망하며 지난 몇 개월간의 필리핀 세부에서의 사역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필리핀 현지 교회 사역

크리스천 커뮤니티 센터(MCCC) 완공 및 입당예배 & 결혼예식
크리스천 커뮤니티 센터(MCCC) 완공 및 입당예배 & 결혼예식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기간으로 인한 격리로 몇 달간 진행되지 못했던 건축이 완공되고 지난 1010일 맘발링교회가 드디어 입당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교회를 가득 메운 성도들의 감사축제는 지역잔치였습니다. 2층으로 지어진 예배당은 맘발링 빈민가에서 가장 아름답고 안전한 장소이자 지역 사람들에게는 사랑방입니다. 굶주림과 마약, 그리고 낙후된 지역 특성상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먹고 살아온 그들에게 MCCC는 최고의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맘발링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점이 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무슬림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세부시에서 해안에 떠돌며 사는 무슬림 빈민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집단으로 거주하게 하게 한 곳이 바로 맘발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리핀 현지들의 국민종교인 카톨릭 성도 역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전도가 쉬운 지역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예배당이 건축되기 시작하자 동네 주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더니 예배당이 완공되자 이제는 주일에 본당 자리를 가득 채우고도 입구까지 사람들이 간이 의자를 가져다 놓고 예배를 드릴만큼 성도가 늘었습니다. 급격한 수적 성장의 원인이 잘 지어진 교회와 그들에게 베푼 빵조각이 되면 훗날 더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으면 분명 그곳으로 발걸음을 돌려 선교지 교회가 쇠락의 길을 간다는 것을 수많은 한국선교지 교회를 통해 우리는 배웠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하나님의 말씀과 경건의 훈련이라 생각하여 저는 우선 현지 교회를 동역하는 목사님과 더불어 신학원 졸업 후 교회를 맡게 될 Melvin전도사, 그리고 8명의 리더를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성경공부와 매일새벽기도회, 지역전도를 통하여 신앙의 용사로 세우고 있습니다이들은 전적으로 교회 일에 헌신된 자들이기에 사례비를 교회재정과 선교비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1022일에는 또 하나의 뜻깊은 행사를 예배당에서 거행하였습니다. 새 예배당이 지역의 명물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지 못한 채 동거를 하여 자식을 낳아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입니다. 그래서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1/3도 되지 않습니다.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신고만 하고 사는 경우도 있기에 제대로 된 결혼예식은 이들에게는 언감생심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새로 지어진 예배당은 최고의 결혼예식장이 되었습니다. 그 첫 결혼식이 입당예배 12일 후인 지난 102211시에 거행되었고 감사하게도 제가 동역자 크리스 목사님과 공동주례를 맡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필리핀 법률에 따르면 공식적인 라이센스가 있는 목사나 신부만이 주례를 설 수 있고 그 혼인만이 정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공식 라이센스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발링 교회 최초의 주례를 서게 된 것입니다. 더 감사한 것은 필리핀 정부에 공식주례 목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필리핀 어느 지역에서나 주례를 설 수 있게 됩니다. 이번 결혼예식을 통해 얼마나 큰 감동이 넘쳤는지 모릅니다. 신랑은 선원이었으나 펜데믹으로 인해 필리핀 교회에서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고 아내는 여자 전도사이지만 사역지가 없어 집에서 머무는 주부입니다

이번 예식을 통해 가난하지만 너무도 행복해하는 신랑과 신부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15천원 남짓 되는 웨딩드레스를 대여하고 신랑은 예복을 대여할 돈이 없어 자신이 전에 일했던 배에서 입던 선원복을 입고 예식을 드렸는데 그마저도 뒤돌아 하객을 향해 인사할 때 보니 허벅지 부분이 찢겨져 기운 옷이었습니다.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며 웃고 우는 그들을 보며 제가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주례사 도중에 즉흥적으로 그들의 대부가 되어주기로 했습니다. 카톨릭 교회의 전통의 영향을 받은 필리핀 결혼식에서는 반드시 신랑과 신부에게는 부모님과 더불어 그들의 삶을 지도하고 영적인 성장을 도와주며 힘들 때 그들에게 물질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대부, 대모를 세웁니다. 이를 필리핀어로 Ninong(니농)이라고 하는데 제가 그 니농이 되어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 한 번 해 본적 없다고 하는 신랑과 신부 그리고 세 살 된 딸과 뱃속의 아기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축의금으로 돈을 조금 주긴 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 첫 주례의 부부이자 그들의 대부가 되었다는 행복한 부담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신혼여행이라는 선물을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비록 12일이지만 어쩌면 다시는 가보지 못할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비싸지는 않지만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 딸린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일정에 맞추어 123~4일 그들은 막탄 호텔에서 신혼밤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현지 교회를 너무 잘 지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을 그동안 많이 만났습니다. 현지수준에 맞게 적은 재정으로 예배드리는 처소 정도로만 만들면 된다는 둥 현지인들이 자립해서 교회를 짓도록 해야 한다는 둥 너무 퍼주면 버릇 나빠진다 등등의 말씀을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교회건물이 화려하다고 하나님께서 더 기뻐하시거나 더 영광스런 예배를 드리게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님을 우리는 잘 압니다. 하나님은 그 중심을 보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일의 때거리를 걱정해야하는 이들에게 교회건축은 요원한 일입니다. 잘 지어진 교회 하나가 지역사회의 자랑이요, 하나님께 영광이요, 그들의 사랑의 처소가 된다면 저는 힘껏 아름다운 교회당을 지을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들이 이 처소를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그들 가운데 교회당을 거룩한 처소로 만드려는 사랑의 수고를 거의 매주 보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는 과정에서 점점 교회를 사랑하고 성도간에 더 큰 사랑과 웃음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그 옛적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그렇게도 예배당을 사모하여 정성스럽게 닦고 쓸고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다시 한 번 지면을 빌어 맘발링 교회당을 세우는 데 헌신을 아끼지 않으신 송정교회 은퇴목사님이신 변재철 목사님과 목사님의 두 분 누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 딸리사이 가정교회

세부시티에서 남쪽으로 몇 킬로미터만 내려가면 딸리사이(Talisay)라고 하는 시가 있습니다. 세부는 작은 섬이 아닙니다. 제주도의 2.5배가 넘는 크기의 섬이기에 세부주라고 불리며 세부주에는 많은 시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한 시의 이름이 딸리사이입니다. 이 곳 역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빈민촌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빈민촌 가정교회를 알게 된 계기는 세부한인교회 신학원 지도자 모임에서 이 두 부부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워낙 두 부부가 성실하고 인품이 훌륭할 뿐 아니라 인물도 좋기에 저는 현지에 제대로 된 교회당에서 사역하는 부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참으로 어렵게 사역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직접 현지를 방문해 보고 싶어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예배드리는 곳을 보고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열악한 가정 환경가운데서도 복음전파를 위해 애쓰고 있는 부부의 교회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교회를 세워나가고 있었습니다. 지난 해 129일 이 빈민지역에 큰 불이 발생하여 40여 가구가 완전 소실되었는데 그 때 이 부부의 가정 역시 완전 전소되어 겨우 정부 지원금으로 벽만 쌓고 주위에서 주워온 양철 지붕을 이어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그 집과 마당을 큰 보자기 몇 개를 이어 그동안 예배처소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붕 수리와 벽면 수리비용이 얼마나 드는 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채워주신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대로 진행을 하라고 했고 그 날 밤 참 오랜 시간 기도를 하였습니다. 내 감정으로 즉흥적으로 한 것인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인가 하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신일임을 기도 가운데 확신하게 되었고 다음 날 수교 설교 후 두 부부와 가족들을 앉힌 후 약속한 비용을 지불하였습니다. 그리고 믿음대로 하나님은 모교인 연초중앙교회를 통하여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할렐루야!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딸리사이 지역에도 교회를 세우시고 그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찬양받기 위함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 세부한인교회 사역

오랜 펜데믹으로 인한 격리로 이 곳 현지 교민들의 삶에도 수많은 변화와 역경이 찾아왔습니다. 교민의 2/3가량이 한국으로 일시, 혹은 완전 철수를 하였고, 교민 경제는 거의 파탄이 났습니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펜데믹 대유행을 염려하여(현재 필리핀은 하루 확진자가 꾸준히 150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일하는 자국민의 입국과 스페셜 게스트(Special Guest)를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출국한 교민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행객이 없으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한인교회 역시 성도의 수가 급감하여 대면 예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1/5수준의 성도만 출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65세 이상 senior15세 미만 junior들은 여전히 외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현장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부서가 어린이부서이기에 매주 어린이예배를 촬영, 편집하여 주일마다 유튜브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소교리문답을 가르치고 있는데 제가 대학원 다닐 때 수강했던 황희상 교수님의 특강 소요리문답 책을 참고하여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현장예배에서 방송을 맡았던 집사님들 역시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여 돌아오지 못하거나 격리로 인해 교회 출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매주 3회 드리는 현장예배의 방송도 현재는 제가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여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바쁘게 사역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합니다. 바쁘게 사역을 하다 보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줄어들 수 있고 특별히 사역 가운데서 주시는 은혜가 큼을 느낍니다.

 

* 가족근황

아내와 세 딸들이 지난 428일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였으니 어느덧 헤어진 지도 만 7개월을 지나 8개월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운 마음이 너무도 크지만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되어 감을 믿기에 감사함으로 잘 감당하려고 노력합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가족들은 현재 부모님댁에서 함께 머물며 파송교회인 연초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현재 한국에서 학원에서 강사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 첫째 딸 예림이는 일주일에 하루 아르바이트를 하며 온라인으로 고등학교 마지막 12학년 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둘째와 셋째 역시 필리핀 현지 학교의 8학년과 4학년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우리가 지금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고, 하나님의 작정이었음을 깨달을 시간이 올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그분께 전심으로 나아가면 이러한 시간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놀라운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든 성도님께서 이러한 상황가운데서 사탄에게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믿음 가운데 굳게 서서 예배생활에 승리하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사실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생각나실 때마다 이 곳 필리핀 영혼들과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저희 가족의 영육간의 강건함을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 또한 사역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주님의 일에 합당하게 채워질 수 있도록 위해서도 기도부탁드립니다.

모든 영광과 찬송을 받기에 합당하신 하나님을 높여드립니다. 할렐루야!

 

* 기도제목

1. 맘발링 교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역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하도록.

2. 속히 세계가 정상화 되어 자유로운 왕래를 할 수 있어서 맘발링교회 헌당예배가 은혜가운데 드려질 수 있도록.(현재는 입당예배만 드린 상태입니다)

3.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속히 이 곳 선교현장으로 돌아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4. 혼자 남아 있는 이 시간동안 하나님과 풍성한 교제를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도록.

5. 내년에는 더 풍성한 사역에 열매가 있을 수 있도록

 

이 모든 기도제목을 품고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02011월 마지막 날 세부에서

윤원우 선교사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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