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공동체 세우기 시리즈/ 1

우리의 소명은 일상생활에서 선교하는 일상의 교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매력적인 이벤트를 꾸미는 일에서
매력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우리는 주변부로 밀려났지만, 이는 하나님 백성이 선교의 부르심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팀체스터, 일상교회, 18p-

 

정복기 목사 (현 서울시민교회 부목사/ 전 향상교회 전도사, 한국기독학생회(IVF) 전임간사-고신의대사역,  학사 46기 포병장교)
정복기 목사 (현 서울시민교회 부목사/ 전 향상교회 전도사, 한국기독학생회(IVF) 전임간사-고신의대사역,  학사 46기 포병장교)

코로나가 훔쳐 간 우리의 일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흔들어 놓았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마스크부터 챙긴다. 혹시나 깜빡하고 집을 나서면 다시 나선 길을 돌아가야 한다. 아내는 육아에 지쳐간다. 아내의 다크 써클이 갈수록 짙어진다.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두 아이의 육아를 혼자 오롯이 감당한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이 둘을 데리고 어디로 데리고 나가기도 조심스럽다. 아침부터 저녁이 되어 아빠가 돌아오기까지 아이들과 24시간을 보내는 일이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엄마 아빠만 힘들까? 아이들도 좁은 집에서 하루 종일 지내는 게 지겹다. 밖에 나가 친구들도 만나고 소풍도 가고 싶다. 하지만 영상통화로 친구랑 대화 하는 게 고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생활반경이 좁아지고 있다.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린다. 식당에 앉아 밥을 먹기보단 배달앱을 이용하여 포장 배달된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운다. 영화관을 가고 뮤지컬을 보고 외식을 즐기던 일상이 사라졌다. 교회도 비대면 예배로 전환했다. 올해처럼 썰렁한 크리스마스가 없었다. 사람으로 북적이던 밤거리는 이제 옛말이다. 9시 이후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불을 끈다. 사람들은 문 닫기 전에 겨우 음식 하나를 포장해 집으로 가기 바쁘다. 이제는 군중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타지로 이동하는 것도 삼가는 분위기다.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도 최소한의 가족들 중심으로만 행사를 가진다. 부친의 부고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시절이 되었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자가 격리 중에 부친이 소천하여 장례에 참석하지도 못한 채 영상으로만 부친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모여야 하는 모든 모임과 대소사가 취소되었다.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짙어간다. 뜻밖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작은 교회의 목사님은 교회의 헌금이 줄어들어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코로나 19시대의 일상의 한 단면들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공동체

코로나19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가 몇 가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언택트(Untact)’, ‘비대면이다. 이 세 단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너와 나의 물리적 간격을 최소 1~2m 유지해야 한다. 일상의 공간에서 서로 간에 비접촉하는 것이 매너다. 누군가를 만나 악수하는 풍경이 앞으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카페나 식당은 마주 앉아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도록 테이블과 좌석을 넓게 배치했다. 최근에는 매장에서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의무화되면서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해 다들 노력하고 있다.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점차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온텍트(Ontact)이다. 온텍트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텍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과 외부로 연결(On)을 접목시킨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을 온텍트(Ontact)라고 한다. 이 온텍트를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툴이 유튜브와 줌(ZOOM)이다. 회사와 교회마다 줌으로 회의를 하고 소통을 한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메시지와 내용을 전달한다. 다수가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이 점차 온라인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나도 교회 리더들과 줌으로 서로의 안부와 기도제목을 묻는다. 기도회도 실시간 유튜브 방송으로 진행한다. 작금의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우리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케 한다. 경제, 종교, 교육, 소비 모든 것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19는 공동체 모임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특정 공간에 모이는 인원이 제한된다. 정기적인 모임은 공동체의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전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허락된 인원 외에는 모여서는 안 된다. 공동체는 정기적으로 모일 뿐만 아니라 서로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어간다. 사귐을 통해 공동체는 지속된다. 하지만 언텍트와 비대면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올 한 해 동안 교회 순장들과 함께 모여 밥 한번을 먹지 못했다. 이전에는 봄이면 벚꽃 따라 가을이면 코스모스 축제 현장으로 늘 함께 다녔다. 그런 모임과 교제를 통해 순장들은 힘과 격려를 얻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매주 모이던 순장 모임이 그저 그리울 뿐이다. 이제는 단톡방에서 짧은 단문과 간단한 인사말로 서로를 만난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들은 온라인 모임에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모임을 전환되는 과정에서 확실히 세대에 따라 공동체가 약화되는 연령층이 존재한다. 아무래도 온라인 취약 계층이 있다. 영유아들과 노인세대들은 온라인에 친숙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알지도 못한다. 노인들 중에는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많고 가지고 있어도 사용하지도 못한다. 좋은 콘텐츠를 보내드려도 볼 수가 없는 분들이 많다. 반대로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평상시처럼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단지 조금 더 불편할 뿐이다.

 

느슨해지는 공동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가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지만 이로 인해 공동체성이 느슨해지고 있다. 눈을 바라보며 표정과 언어의 높낮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던 사귐이 온라인에서는 쉽지가 않다. 앞서 언급했지만 특정계층은 온라인을 통한 연결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고립되어 지내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사도행전을 보면 초대교회 공동체는 날마다 모이기에 힘썼던 걸 알 수 있다. 매일 마다 모여 떡을 떼고 예배드렸다. 매일 마다 만나는 그 만남에서 공동체의 힘이 나온다. 내가 속한 테니스 클럽의 장점은 365일 쉬는 날 없이 모여 공을 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클럽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모여 운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회원 간의 친밀감이나 공치는 감각이 틀리다. 공동체는 함께 모여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 함께 식사하고 회의하고 일하다 보면 공동체는 어느 순간 또 다른 가족이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는 만날 수가 없고 모여서도 안 된다. 공동체 간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혼자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의 경우 공동체로부터 숨어 지내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될 무렵에는 길어도 한두 달 정도 후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독서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사람을 만나고 모임을 운영하고 공동체를 꾸려가기 위해 나를 돌보지 못하지 않은 건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좋았다. 공동체와 적당한 거리를 두면 나를 돌아보고 홀로 있는 시간이 좋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달, 두 달이 아니라 벌써 1년이 지나고 있지 않은가? 이젠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닌가! 공동체가 어떤 상황인지 이제는 무관심 속에 내버려져 있는 건 아닌가? 공동체 속의 사람들에게 처음엔 안부를 물었지만, 지금은 만사가 귀찮아 잊고 지내고 있진 않은가? 코로나19는 공동체로 모이게 못 하게 막을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마저 줄어들게 하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옛 속담은 어느 정도 진리를 반영한다.

대한기독사진가협회 박종욱 님 작품
대한기독사진가협회 박종욱 님 작품


일상 속의 매력적인 공동체를 유지하기

일상교회에서 팀체스트는 우리의 소명은 일상생활에서 선교하는 일상의 교회가 되는 것이다. 매력적인 이벤트를 꾸미는 일에서 매력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우리는 주변부로 밀려났지만, 이는 하나님 백성이 선교의 부르심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새롭게 헌신할 일들이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주위를 둘러보아야 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살펴보아야 한다. 비가 오면 논밭의 둑이 터지지 않을까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서는 농부들이 있다. 비를 맞아 옷이 젖을지언정 둑이 터져서는 안 된다. 허술한 둑을 보수해야지만 맘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공동체의 약한 부분이 터지진 않을까 살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공동체를 해체하고 느슨하게 만들려 하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깨어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 히브리서 10:25에 보면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그리하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은 모이기를 폐하는 것이 상식이며 서로를 위한 배려이자 사랑이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 삼아서는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핑계 삼아 함께 모여 떡을 떼고 예배하며 전도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특별히 교회 공동체는 이러한 때일수록 더욱 무너져 내리는 둑이 없는지 살피며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모이지 못할 때 공동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기도해야 한다.

나의 경우 한동안 온라인 취약계층을 찾아 반찬 배달 심방을 다녔다. 문 앞에서 그저 멀찍이 인사하며 반찬을 건넨 노인분도 계셨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들어드린 노인성도도 있었다. 특별히 70대 이상 성도들에겐 더욱 자주 전화를 드렸고 교회 소식을 전해드렸다. 이 소식을 안 다른 성도님들이 반찬배달을 도와주셨고 나누어 드릴 반찬이 풍성해졌다. 우리에게 영원한 위기는 없다. 오히려 위기는 기회가 되고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위기에 적응하며 잘 살도록 만들어 놓았는지 그저 감탄할 뿐이다. 우리에겐 창의력이 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세워가고 확장할 지혜도, 능력도 있다. 그저 우리가 관심이 없는 게 문제다. 코로나19가 변이되는 과정 속에 언제 이 사태가 완벽히 중단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동적으로 지낼 것이 아니라 이 상황 속에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능동적으로 태세 전환을 해야 할 때이다. 다니엘과 세 친구가 기도할 때 하나님은 상황을 뚫어낼 지혜를 주셨다.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를 통해 교회 공동체를 온전히 세워가고 돌볼 때 교회 공동체는 매력적인 공동체가 되어간다. 어려움 속에서 더욱 빛나고 매력이 넘치는 교회 공동체가 될 절호의 기회다. 교회 공동체가 어려움 중에 무너지고 와해되어버린다면 누구도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교회 공동체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가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교회 공동체가 매력을 발산할 기회이기도 하면서 매력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를 매력적인 공동체로 온전히 세우는 일과 우리 일상의 수많은 공동체를 섬길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느슨해져 가는 공동체의 균열을 막고 약해지는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일에 우리가 좀 더 수고할 때이다. 각자에게 주신 소명과 재능을 따라 코로나19로 약해져 가는 공동체를 지키고 돌아볼 때, 그 헌신으로 인해 나는 더 공동체 깊숙이 들어가 있음을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