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 현상’, 맹목적으로 이유도 모른 체 따라 하기만 급급한 모습

 

김양홍 장로(이수성결교회)/ 법무법인 서호 대표 변호사
김양홍 장로(이수성결교회)/ 법무법인 서호 대표 변호사


스프링벅(springbok)은 남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작은 영양입니다. 어느 날 스프링벅 수백 마리가 집단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생활하는 스프링벅은 대형 무리를 형성하고, 시속 94km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치타조차도 쉽게 잡지 못합니다. 그런 스프링벅에게 일어난 집단 떼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선천적으로 식욕이 왕성한 스프링벅은 무리를 지어서 풀을 먹곤하는데, 뒤에서 풀을 먹던 녀석은 앞에서 먹는 녀석보다 더 많은 풀을 먹기 위해 더 빨리 앞으로 달려 나갔고, 앞에 있던 녀석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 보다 더 빨리 앞으로 나가게 되고, 그렇게 수백 마리가 목적을 상실한 채 사력을 다해 달리다가 강이나 절벽으로 뛰어 들어가 떼죽음을 당한 것입니다. 그렇게 스프링벅처럼 맹목적으로 이유도 모른 체 따라 하기만 급급한 모습을 보고, ‘스프링벅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이 스프링벅 현상은 2013년 4월 28일 영국의 한 마라톤대회에서도 일어났습니다. 그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5,000명 중 선두를 달리던 1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전원이 실격된 것입니다. 그 실격 사유는 바로 경로 이탈이었습니다. 선두 선수와 나머지 선수들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에서 2, 3위 선수가 정상 코스가 아닌 잘못된 코스로 들어섰는데, 그들을 뒤쫓아 오던 나머지 선수들도 의심치 않고 따라가는 바람에 전원 실격 처리되었고, 결국 유일하게 코스를 완주한 마크 후드가 우승을 한 것입니다. 그 5,000명은 스프링벅처럼 그냥 앞 사람만 따라간 것입니다. 그 사람이 가는 길이 맞는지 틀린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

우리네 인생살이도 스프링벅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 없이 우리는 그냥 ‘남들’처럼 되기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습니다. 각자의 삶이 다르기에 각자가 이루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남들과 비교하면서 조급해하고, 불안해하고, 아쉬워합니다. 잘 나가는 ‘남들’처럼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또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봄에 피는 벚꽃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사람도 호박꽃의 삶이 있을 수 있고, 들꽃의 삶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들은 언제나 화려한 벚꽃이 되지 못함을 아쉬워합니다.

인생에는 정답(正答)이 없고, 명답(名答)만 있을 뿐입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의 이웃들이 나를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인생의 명답을 받은 것입니다. 또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았고, 또 어떻게 살지가 중요합니다. 조금 늦게 가면 어떤가요? 조금 덜 이루면 어떤가요? 조금 덜 가지면 어떤가요? 우리 서로 사랑하면서, 더불어 함께 가고,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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