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기 사형수가 회심하게 된 동기
과일 노점상하는 어느 권사님의 사랑 때문에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와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28년 3개월째 광주교도소에 갇혀있는 국내 최장수 사형수 원언식 씨가 회심했다는 소식을 듣고 옥중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면 교도소 측에서 출력해 원 씨에게 전달하고 원 씨의 손편지를 우편으로 받았다. 2월 8일자 소인이 찍힌  편지에서 원 씨는 그때가 생각나서 마음이 울적했다고 전했다. 원 씨는 사실 당시 상황을 잘 모른다고 했다. 술에 만취 되어 어떻게 들어갔는지 어떻게 행동했는지 중간중간 생각날 뿐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원 씨는 당시 판결문을 다시 읽으면서 퍼즐을 맞추듯 기억을 떠올리며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옥중 인터뷰를 위해 원 씨를 위해 기도하며 복음을 전했던 박은조 목사가 도움을 주었다. 전편은 관련기사 참조. - 편집장 주

 

Photo by Saad Chaudhry on Unsplash
Photo by Saad Chaudhry on Unsplash

제가 원언식 씨에 대한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서 궁극적인 범행의 동기가 무엇일까? 생각하다 ‘'증오'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방화를 저지를 당시 어떤 마음이었습니까?

글세요. 당시 범행 동기가 증오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그 당시 제 가정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이 더 컸지, 싶습니다. 장모님 권유로 여호와의 증인이 된 아내에게 왕국회관은 잘못된 종교 같으니 집 앞에 있는 천주교 성당을 다니면 같이 다니겠다고 했지만 싫다고 했습니다. 그럼 기독교 교회를 다니면 같이 다니겠다고 했지만 역시 싫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왕국회관, 여호와의 증인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곡기를 끊었고 손과 팔이 마비되는 모습에 죽을 것 같아 병원에 데려가 영양제 주사를 맞혀서 집에 데리고 오면 또 왕국회관을 찾아갔습니다.

장모님을 집에 모셔와 도움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장모님, 우리 가정이 깨지게 되었으니 일단은 내 가정을 먼저 바로 세울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딸들도 사랑합니다. 아내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내를 미친년이라고 하고 있으니 나를 미친놈으로 만드세요. 그때는 미친년 놈이 왕국회관을 같이 다니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며 애원을 했지만, 장모님은 우리나라는 신앙의 자유가 있는데 남편의 권위를 내세워 왕국회관을 다니지 못 하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럼 이혼하자고 해도 이혼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주말 숙식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또 왕국회관 가는 문제로 아침부터 다투다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술 마시는 사이 아내는 또 왕국회관으로 가고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술에 만취되어 왕국회관을 찾았고 결국 오늘의 죄인 모습이 되고 말았네요. 그것이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증오 때문인지, 왕국회관 때문인지, 내 가정을 지키고, 옛날 화목했던 가정의 모습을 찾으려는 일념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범행 동기를 한마디로 말한다는 게 어려운 일 같습니다. 아무튼 종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으셨을 텐데 요즈음 신앙생활 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회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19932월 안양교도소에서 권사님 한 분을 만나면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권사님이 어느 날 교도소로 접견을 와 주셨고 오실 때마다 예배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주신 말씀이 누가복음 532절 이었어요.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노라이 말씀이 제 심령을 움직이고 마음의 문을 열게 했습니다.

상상하기도 부끄럽고 무서운 죄를 지은 저, 두 손이 꽁꽁 묶여서 부자유한 저를 찾아와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고, 하나님 말씀으로 상처 난 심령을 치유해 주는 이분은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 권사님은 남의 상가 처마 밑에서 과일 장사를 하며 새벽 2~5시까지 요구르트와 우유 배달을 하시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권사님 믿은 예수님 믿으면 권사님 같은 마음을 가지고, 권사님이 베풀어 주시는 사랑을 마음에 품고, 내가 지은 무서운 죄를 하나님께 용서받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때부터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주님만이 우리 가정을 회복시켜 주실 것이라 믿으며 19931224일 하나님의 은혜로 세례를 받았고 지은 죄를 회개하며 속죄의 삶을 살았지만 믿음의 뿌리가 아직 자라지 않아 해마다 사형집행 계절(10~12)만 되면 속앓이를 했습니다. 아마도 그때 간에 암세포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예수님께 깊이 뿌리 박고 예수님의 기쁨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원언식 씨 최근 모습/ 교도소 측은 1년에 한 번 자비 부담으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한다. 늘 여름에 실내에서 배경 그림을 붙여 놓고 찍어주는 사진으로 2020년 8월 사진이니 가장 최근 사진이다.
원언식 씨 최근 모습/ 교도소 측은 1년에 한 번 자비 부담으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한다. 늘 여름에 실내에서 배경 그림을 붙여 놓고 찍어주는 사진으로 2020년 8월 사진이니 가장 최근 사진이다.

사형수이자 최장기 수감자이십니다. 30대 중반의 직장인이 이제 60대 중반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만약에 출소하여 새 삶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고 싶으신지 끝으로 한 말씀 해 주세요.

세상에서 36년을 살았고, 담안에서 29년째 살고 있습니다. 세상에 살 때는 정신없이 바쁘게 일했고, 배우며, 노력하며 살았어요. 기술직 직장이라 지적기사 1급 국가기술 자격증도 취득하며 모범직원으로 직장에서도 최고가 되고, 가정에서도 좋은 남편 아빠로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살았었는데 한순간에 구렁텅이로 떨어졌습니다.

36년을 살면서 벌금 한번 없이 살아왔는데 어쩌다가 제 인생이 한순간에 직장에서 파면되고, 살인자가 되고, 사형수가 되어 갇힌 자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소하여 새 삶이 주어진다는 생각은 제 신분으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 제게 새 삶이 주어진다면, 담 안에 들어와 만났던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믿음으로 사랑으로 기도로 그 병든 마음을 위로해 주고, 방향을 잘 못 잡은 마음을 바꿔주고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죄의 값이 얼마나 무섭고 무거운지 전해주고, 하나님이 주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증거하며, 온전한 신앙과 믿음이 왜 중요한지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나같은 죄인이 생겨나지 않도록 전하고 나누고 증거하면서 하나님의 기쁨으로 살고 싶네요.

사실 세상에 살 때는 하나님을 모르고 외면하며 살았습니다. 하나님이 어디 있냐고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컬으며 교만하게 살았기에 하나님께 더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라는 말씀을 의지합니다.

지금 비록 담안에서 갇힌 자로 살고 있지만, 주님의 은혜로 예수 향기 나는 삶을 살기를 소원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또 한 번 목사님을 통해서 저의 부끄러운 모습이 세상에 드러날 텐데 하나님만 바라보며 부끄러운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고맙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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