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영수 목사
사진/ 박영수 목사

목련꽃차를 마시면서.../ 박영수

 

해마다 봄이 오면 늘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연초록빛의 투명한 맑은 빛에 설명하기 어려운 은은한 허브향을 품은 한잔의 차 때문이다.

새하얀 잎 속에 어찌 그리 푸른빛이 담기어 있는지 모르겠다.

10여 년쯤 전이었을까, 어린이집을 지금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 옆에서 함께 운영할 때였다.

그때 마당 한가운데 하얀 목련을 심었더랬다.

2012년 무렵, 아이들이 없어 읍내로 어린이집을 옮기면서 마당도 정리하여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목련 나무를 캐내었다.

그때 목련차에서 나는 그 향 내음을 똑같이 뿌리에서 맡을 수 있었다.

내가 이 목련차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어느 봄날 여수에 계시는 김현승 교수님을 통해서였다.

그분의 꽃 그림 전시회에 갔었는데 목련꽃차를 내놓으셨다.

투명한 유리 포트에 담긴 향긋하면서도 푸른 투명한 꽃차에 막 피어난 매화, 꽃 몇 송이를 띄워 주셨다.

사실 그때까지 나는 차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뭐 지금이라고 한들 별반 다를 바는 없지만.

목련꽃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언제나 꽃송이가 북쪽을 가리키며 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북향화라고도 부른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3월에서 부활을 맞이하는 기간 사이에 잠시의 간격을 두고 흰 목련이 잎을 떨굴 무렵이면 자줏빛의 목련이 피기 시작한다.

이 목련꽃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우리 주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순백의 흠이 없으신 주님, 오직 하나님 아버지의 뜻만을 따라 행하시는 그 모습을 보면 마치 한 송이 목련꽃과 같다는 느낌이어서 우리 주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자줏빛 꽃을 보노라면 부활하신 주님, 왕이신 주님의 모습을 뵈옵는 듯하다.

이렇게 고귀한 흰 백목련의 벌어지지 않은 꽃송이를 몇 개 따다가 매화꽃 한두 송이를 띄워 푸른빛깔의 향을 마신다.

마실 때의 나의 느낌은 허브향과 더불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사와 기쁨이 한데 어우러진다.

올해는 포근한 날씨로 인하여 어디를 가나 목련이 지천이다.

그런데 벌써 떨어져 내린 꽃잎들을 보노라니 이 봄이 아쉽기만 하다.

 

사진/글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사진/글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 박영수 목사님께서 사진에세이 필진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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