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폐교 현실화, 고신교회와 고신대학교의 백년대계를 위해

고려신학대학원의 대학원대학교로의 재설립을 준비하자

고려신학대학원을 대학과 분리해서 단설 대학원대학교로 독립시키자는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대학과 대학원의 분립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와 별다른 실현 방안이 없다는 것 때문에 이를 포기하다시피 지나왔다. 그런 중에 2013년에는 총회 임원들과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들 일부분이 곧 밀어닥치게 될 지방 대학교들의 존립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고려신학대학원을 부산 캠퍼스로 이전하는 안을 제시했었다.

즉 천안 캠퍼스를 팔아 대학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밀어닥칠 인구절벽에 의한 대학의 존립 위기를 대비하자는 주장이었다. 이 안에 대해 당시 우리(코람데오닷컴)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그리고 교단 전체의 여론도 이 방안에 부정적이어서 결국은 없던 일로 끝이 났다. 그런데 근년에 캠퍼스 통합에 관한 이야기가 이런저런 자리에서 또 거론되기 시작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번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이유를 밝히고 보다 실제적인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고신대학교를 살리려고 고려신학대학원을 이용해서는 안 될 이유가 한둘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간단히 두 가지만 언급하려 한다. 첫째로 교회가 목회자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목회자 양성 교육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이에 비교하면 대학교육은 차 순위에 속한다. 교회가 일반대학을 직영할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어왔지만, 이 논란 이전에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극단적인 경우 대학은 포기할 수 있으나 신학교는 포기할 수 없다.

둘째로 고신의 경우 부산 영도로 캠퍼스를 통합하자는 주장은 역사를 역주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려신학교가 설립되고 이 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대학을 설립했다. 그런데 지나다 보니 교회가 현실주의(물량주의)에 치우치기 시작하면서 우선순위가 바뀌기 시작했다. 즉 대학이 갑이 되고 신대원은 을이 된 것이다. 일반대학들의 법적인 구조로 보면 대학원은 대학에 종속된다. 그래서 이런 제도와 법이 고려신학대학원의 위치를 애매하게 만들었다. 비록 이런 법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신대원은 독립적인 운영을 해왔는데, 이제는 제도와 구조로 확실하게 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려신학교 수도권 이전 논의는 설립 초기부터 있었다. 설립을 논의할 때부터 서울의 목사들은 남산 아래 YMCA 건물을 불하받아 거기서 신학교를 시작하자고 주장했으나 한상동 목사는 신학의 오염을 염려하여 부산에서 시작할 것을 고집하였다. 그래서 그분의 생전에는 신학교의 수도권 이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수도권 이전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 문제는 거의 10년 이상의 논의를 거쳐 90년대 중반에야 수도권 이전이 결정되었고 이어 1996년에는 현 천안 캠퍼스에 학사건축이 시작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고려신학대학원을 다시 부산으로 옮기자는 것은 역사의 역주행에 불과하다.

물론 이런 방안이 신대원만 위한 방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 둘 다 든든히 서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이런 논의를 위해 우리는 하나의 예로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첫째는 신대원의 단설화이다. 곧 신대원을 대학과 분리하고, 신학교육(목회자양성교육)은 교회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언급한 대로 이런 분립이 현행 교육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마침 기회라고 해야 할지, 지금은 대학교 통폐합하는 일을 정부가 권장하고 있다.

근년에 와서 신학대학원대학교들 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들이 더러 있다. 우선 입학지원자들이 급격히 줄고 있어서 정원의 1/3도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도 있고, 거기다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여 그야말로 존폐기로에 있는 신학대학원대학교들이 있다. 심지어 스스로 폐교 신청을 한 신학대학원대학교도 있다. 이런 학교를 학교법인 고려학원이 인수하여 교단 신학교로 삼을 수 있고 더 나아가 현 신대원과 통합하여 고신대학교와는 독립된 신학대학원대학교로 재설립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모 교단은 수도권의 어느 초교파 단설대학원대학교를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둘째로 고신대학교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미래를 확실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대학의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존립 위기가 예상되는데도 아무 대책 없이 있다가 일을 당하기보다 미리 대비하면 그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폐과가 예상되는 학과들을 정리하거나 스스로 정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폐과가 예상되는 학과의 교수들에 대한 대책이 문제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재원이 필요하다.

이런 재원들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이것은 예전에 캠퍼스 통합논의에서 나온 대로 천안 캠퍼스를 정리하면 된다. 이를 정리하여 신학대학원대학교를 인수하는 것과 대학의 구조조정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가지고 신대원을 단설 대학원대학교로 만들고, 대학은 규모가 작더라도 강한 대학교로 세우면 된다. 현재 상황은 급하다. 그러나 이는 한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결코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총회와 법인이사회, 그리고 대학과 신대원의 당국자들이 마음을 같이 하여 테스크 포스(task force)를 만들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

어려움이 하나둘이 아니겠지만, 고신의 설립이념과 당시 설립자들이 가졌던 열정과 신앙으로 기도하며 나아가면 고신 교회가 백년대계를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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