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조개의 눈물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진주는 1513년 한 노예가 파나마 만에서 발견한 것으로, 이름은 스페인어로 라 페레그리나”(순례자, 방랑자)라고 하는 진주입니다. 무게는 무려 202.28그레인(50.6캐럿, 10.2g)으로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진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주를 발견한 노예는 당시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에게 바쳤고, 노예는 보상으로 노예의 신분을 벗고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펠리페 2세는 훗날 피의 여왕이라 불리는 영국 메리 튜더에게 결혼 선물로 주었는데, 당시 제작된 메리 왕의 초상화에 진주가 등장합니다. 이후 진주는 스페인 마르가리타 여왕이사벨라 여왕”, 그리고 나폴레옹 3세의 아들에게 넘겨졌습니다.

세월이 흘러, 19691월에 영국의 배우 리처드 버턴”(그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섯 번째 남편으로)이 경매에서 구입하여 그토록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8번에 걸쳐 7명의 남편과 결혼한)에게 청혼한 후에 결혼 선물로 바쳤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턴, 두 사람은 영화 클레오파트라주연을 맡아 촬영을 하면서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려 일곱 명이나 되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테일러이지만, 50.6캐럿의 진주를 가진 버턴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눈이 먼 심순애처럼 말입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결혼까지 했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사랑보다 진주에 눈이 멀어 결혼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뿐입니다. 테일러 사후 진주는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고, 경매의 수익금 중 일부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에이즈 재단에 기부되었습니다.

진주는 조개의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데, 조개가 입을 벌려 먹이를 먹을 때 날카로운 모래알들이 하나둘씩 몸 안으로 들어와 조개 살 갓에 박히게 됩니다. 그러면 조개는 몸속에 들어온 날카로운 모래알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네이커라는 탄화칼슘을 수백 수천 번씩 분비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영롱한 진주가 탄생한다고 합니다. 진주가 아픔과 고통을 통해 생성된다고 해서 인어의 눈물”, “달의 눈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진주는 인류가 일찍부터 사용해온 보석 중의 하나로,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에서 볼 수 있듯이 로마의 여신 비너스는 진주조개에서 탄생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진주조개를 얼어붙은 눈물이라고 불렀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번개가 바다로 들어갈 때만 진주가 만들어진다고 믿었습니다. 유럽의 엄마들이 시집가는 딸에게 진주를 주는 전통이 있는데, 이것은 유럽도 과거 한국처럼 고단한 시집살이를 잘 견디라고 하는 뜻인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오를 유혹할 때 진주를 목에 걸었고, 알렉산더대왕이 인도를 정복할 때 인도의 진주를 보고 더욱 정복욕에 불탔으며, 스페인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은 콜럼버스에게 서인도 제도를 정복하고 돌아올 때 첫 번째로 가져오도록 요청한 것이 바로 진주였습니다.

무엇보다 진주는 성경에서 무척이나 귀하게 취급하고 있는 동시에 천국에 있는 열두 문 모두가 진주로 만들어졌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열두 문은 열두 진주니 각 문마다 한 개의 진주로 되어 있고...”(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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