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살면서 전하는, 유럽이야기] -5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1582104, 목요일 모든 로마인들이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15821015, 금요일 아침이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이것은 동화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밤사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다만 달력에서 열흘이 없어진 것입니다. BC 46년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달력을 만든 이후, 1,500여 년 동안 사용해 오던 달력의 오차를 수정하기 위해 열흘을 없애 버린 것입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교황 그레고리우스 13(1502-1585)입니다. 그는 1년의 길이가 3656시간인 율리우스력을 1,500년 사용하는 동안 누적된 편차가 약 10일 정도 빠른 오차를 수정하기 위해 새 달력 법을 공표한 것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15821015,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만든, 그레고리력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사용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으며, 한참 동안 두 개의 달력을 사용하는 등 종교와 지역 간 불화도 적지 않았습니다. 영국이 그레고리력을 채택한 것은 1752년이었고, 동구권과 발트 삼국은 1910년대, 그리고 한국은 1895년 고종 32, 189611일부터 그레고리력을 채택하여 공식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로마 문명이 그랬던 것처럼 로마의 달력 또한 로마가 처음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원전 48년 율리우스는 이집트를 정복하여 찬란한 고대 이집트의 문명을 접하며 1년이 365.25일이라는 지식을 얻어 돌아왔습니다.

율리우스는 이전에 사용해 오던 로마력을 폐지하고 BC 4611일부터 1년을 365.25일로 하는 새로운 율리우스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새로운 달력을 만들면서 자신이 출생한 7월을 “Julius”로 개칭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달력에 새겨 영구적으로 남겼습니다.

그림/김학우 목사
그림/김학우 목사

아울러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인류 최초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는 근거에 의해 그의 이름이 의학용어제왕절개 수술(Caesarian)“써 제리언이란 이름에까지 영구적으로 남겼습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면 산모와 의사, 간호사들이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름을 쉴 새 없이 부르고 있습니다.

한편 율리우스가 암살된 후 로마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 또한 율리우스와 동일한 방법으로 자신이 태어난 8월을 “Augustus”라고 수정하여 자신의 이름을 8월에 남겼으며 일자도 2월에서 하루를 더 가져와 31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율리우스력은 홀수 달은 31, 짝수 달은 30일 기준으로 만들었지만, 아우구스투스가 느닷없이 8월을 31일로 만드는 바람에 7월과 8월은 연이어 31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월에서 7월까지 홀수 달이 큰 달이 되었고 8월부터 12월까지는 짝수 달이 큰 달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8월에 하루를 넘겨준 2월은 더욱 짧아져 28일이 되었고 4년마다 윤년을 만들어 하루를 추가, 29일이 되게 하였습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과 같이 이후 여러 로마 황제들이 달력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기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7월과 8월에 이름을 남긴 율리우스와 아우구스투스만이 성공하였습니다.

저술가인 누가는 주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교훈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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