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우 박미란 선교사 아홉 번째 선교편지

윤원우 선교사 가족
윤원우 선교사 가족

할렐루야!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전 세계를 덮어버린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이 어느덧 16개월이 지났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마스크 착용과 제한적 이동은 일상이 되었고, 끝 모를 이 고통의 시간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조국 대한민국의 교회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곳 현지교회에도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하루하루의 삶이 힘겹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마저도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역사의 한 부분이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임을 믿습니다. 또한 이러한 시간들 가운데 그분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손길은 머물고, 우리는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분의 통치하심이 완전함을 믿기에 소망을 품고 하루하루 이 순례의 길을 감사함으로 걸어갑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선교편지를 보내드림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지난 4개월간 이 곳 필리핀 세부에서의 사역과 가족 근황,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전해드리고자 하오니 읽어보시고 동역하는 마음으로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역 보고

  • 사역

1)맘발링교회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해 10월 교회당이 건축된 이후 펜데믹 상황속에서도 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는 날로 늘어나 매주 120여명의 성도가 본당에 간이의자를 추가로 비치하여 예배를 드릴만큼 교회는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지역 내 바이러스의 창궐과 확진자 증가로 3주간 교회당에서의 예배모임을 금지하고 각 구역별로 리더를 파송하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후 상황이 다시 좋아져 현재는 대면예배를 드리고는 있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수용인원 30%만 현장예배에 참석가능하기에 예배인원을 분산하여 주일 예배를 포함 일주일에 11회 정도의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약자들을 위해서는 크리스 파뇨(Cris Pano) 목사님과 10명의 리더들이 매일 가정을 방문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청년들과 주일학교 예배는 환기가 잘 되는 야외공터에서 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월요일 리더들 모임에 참석하여 리더십 강의와 청소년 예배에 참석하여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교인 가정 심방 역시 중요한 사역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곳 맘발링은 세부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을 지닌 곳 중의 한 곳이며 마약유통의 본거지입니다. 지난 월요일(913) 리더강의를 마칠 때쯤인 오후 4시경 교회에서 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총격사건이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총소리가 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매주 살인사건이나 방화사건등이 일어나는 지역이지만 바로 옆에서 사건이 발생하니 이곳이 정말 위험한 지역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회 리더 중 한 명이 확인하러 나갔더니 마약에 취한 채 약을 팔던 소년이 무슨 이유에선지 실랑이 끝에 마약 구매자 아주머니를 총으로 가격하는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이곳이 위험하나 두렵다기보다는 그들의 영혼이 불쌍해 마음이 참 아픕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예수님을 영접하지 못하여 소망이 없는 그들의 눈빛과 헐벗은 모습 속에서 과거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구한말 조선을 찾아와 그들의 청춘을 바치고 목숨을 바쳤던 선교사님들이 계셨기에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해졌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음은 기독교인이라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분들의 사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만큼 초라한 사역이지만 복음의 능력이 내가 아닌 하나님의 주권가운데 드러나는 것임을 믿기에 하나님께서 허락한 시간 가운데 이 곳 맘발링 지역의 사역은 저에게 크나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릴 일은 한국에 계신 집사님 한 분을 통해 맘발링교회 전도사님의 집을 지어드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자신의 집이 없어 약 5만원 정도의 월세방에서 생활하던 전도사님의 가정(아내, 자녀2, 장모)에 귀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지난 723일 입주감사예배가 있었는데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전도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곳 세부의 집값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높습니다. 합판으로 지어진 2~3평 정도의 방의 월세가 한국 돈 5만정도 합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벌이로는 5만원은 굉장히 큰돈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집이 있다는 것은 이들의 생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집을 제공해주신 집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교회 건축이 완공되었다는 보고를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다음 달 10일이 맘발링 교회가 완공되고 입주예배를 드린 지 1주년이 되는 날이 됩니다. 비록 펜데믹 가운데 있으나 1주년 감사예배를 드리고자 합니다. 은혜로운 시간이 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딸리사이(Talisay) 교회

딸리사이 교회는 현재 아이들 포함 50여명의 교인들이 출석하고 있습니다. 아직 집마당을 개조해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작은 교회이지만 이들은 기쁨으로 예배와 성경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청소년 예배, 그리고 리더성경모임 등 일주일에 5차례 이상 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저는 주로 수요예배 설교를 맡아서 말씀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오랜 펜데믹으로 인해 실직한 가정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과 아이들에게는 다음 날 저녁 한 끼를 제공합니다. 5만원 가량의 예산으로 50명이 식사를 할 수 있으니 한 끼에 1000원 정도 되는 식사이지만 이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만찬입니다. 그만큼 필리핀 빈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지난 3월부터 이 곳 교회에 은퇴하신 목사님 한 가정이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식구가 8명인데 월세를 낼 돈이 없어 살던 곳에서 내쫓기어 이 곳 딸리사이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거할 처소가 없는 이 가정을 위해 창고 옆 작은 공간에 천막을 쳐서 거처하게 해주었습니다. 결국 몇 개월 걸쳐 이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던 딸리사이 교회 전도사님이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이 일을 두고 기도 중 자그마한 집을 지어주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공사를 바로 시작하였습니다. 자재값이 너무도 폭등하여 재정이 많이 드는 집은 지어줄 형편이 못되어 10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3일 만에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은퇴하신 이 목사님은 젊은 시절 인지도가 있는 카톨릭 사제였습니다. 사제직을 수행하던 어느 날 밤 심장마미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3일간 관속에 있었는데 그 기간동안 입신을 하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죽음에서 깨어난 그는 사제직을 내려놓고 기독교로 바로 개종하여 신학교에 입학하여 목사님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촌은 현재 세부시의 부시장입니다. 하지만 이 곳 필리핀은 개종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게 대합니다. 사제인데다 집안도 좋았지만 기독교로 개종하여 목사까지 되었으니 이 분에게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인간적으로 볼 때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누구보다 성실히 사역을 감당하고 지금은 은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노후를 대비할 형편이 못되었고, 펜데믹마저 겹쳐니 생활이 너무 힘들어진 것입니다. 장성한 자녀 두 명이 간간히 적은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펜데믹으로 인해 그들 가정마저 실직을 하여 이제는 월세도 낼 수 없는 형편이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미혼 자녀 4명과 실직을 하고 홀로 아기를 돌보는 딸 가정과 함께 여덟 명의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같은 목회자로서 그들의 수고를 알기에, 그리고 그 헌신이 얼마나 귀한 것임을 알기에 작고 초라한 집이나마 집을 지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딸리사이와 맘발링에 거주하는 사역자과 다른 리더들의 집 또한 비참할 정도로 열악합니다. 6.25동란 후 빈민가에서 살던 우리네 조상들의 움막보다 조금 더 낫다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금번에 은퇴목사님의 집을 지어드리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감동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재정이 마련될 때마다 한 가정 한 가정 새 집을 지어주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우리 돈 100만원이면 합판과 블록, 현지 대나무를 사용하여 새 집을 지어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고 마음에 감동이 되시는 분들은 협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 한인교회 사역

한인교회 사역은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박지덕 담임목사님을 협력하여 주일대면예배, 수요대면예배, 주일 예배를 위한 영상예배, 그리고 월~토요일까지 매일새벽기도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특별히 매주 첫 째 수요일은 설교사역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방송실과 찬양사역을 겸하고 있습니다.

펜데믹을 피해 고국을 방문한 성도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지금도 매달 한 두 가정씩 귀국을 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 포함 5~60명의 성도만 예배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확진자가 발생이라도 하게 되면 예배인원도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그럼에도 매 예배마다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3. 선교사회 현황

필리핀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착하고 웃음이 많지만 겁이 많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백신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굉장히 크게 가지고 있습니다. 백신접종률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덕분에 외국인들도 AZ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무료로 접종 받습니다. 저희 부부역시 금번에 백신접종을 하였습니다. 박미란 사모는 지난 월요일 2차 접종까지 완료하였고 저는 다음 주에 2차접종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지금 필리핀은 하루 확진자 숫자가 2만명이 넘는 상황입니다. 그에 따른 사망률 또한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병실이 부족해 병원 밖에 침대와 산소통을 비치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기이한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주변의 지인들 중에서도 제법 많은 분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함께 선교사역을 하던 선교사님 부부가 지난 8월말과 9월초 보름간격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새벽기도 때마다 뵙던 분인지라 갑자기 돌아가신 일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지금도 제가 아는 많은 선교사님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가정에서 요양 중에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간절히 중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현지 교회 전도사님 몇 분도 하나님을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 평소 도움을 많이 요청하였던 50대 여전도사님 부부가 계셨는데 한동안 연락이 없어 궁금해 하던 차에 크리스 목사님으로부터 여전도사님이 지난 달 소천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특별히 가슴이 아픈 것은 자신이 사역하는 교회에 와서 설교도 해주고 성도들의 가정도 돌아봐 달라는 부탁을 자주 했었는데 제가 머무는 시내에서 차로 3시간 이상 떨어진 곳이라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결국 그곳에 방문해서 격려도 해드리지 못하고 전도사님을 천국에 보내드리게 된 것입니다.

 

4. 가족근황

첫째 예림이가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8CDU(Cebu Doctor’s University) 의예과에 입학하였습니다. 세부에서 뿐 아니라 필리핀 전역에서도 유명한 의과대학입니다. 매년 30여개 나라의 외국 학생들이 입학하여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이며 졸업 후 학생들은 미국이나 유럽, 오세아니아 등지의 병원으로 취직이 되는 좋은 대학입니다. 현재 한국은 필리핀의 의과대학 출신 학생들의 의사자격시험을 허락하지 않기에 예림이는 이곳에서 8년 정도의 학업과 수련과정을 거치고 호주나 미국에서 의사고시를 치를 예정입니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 하는 만큼 학업을 감당할 지혜와 건강, 그리고 필요한 모든 재정을 하나님께서 넉넉히 채워주시기를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영혼을 살리는 의사가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둘째 예인이와 예진이는 한 학년씩 진학하여 9학년과 5학년이 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다보니 컴퓨터 화상수업이 익숙해졌습니다. 대신 숙제가 많아 아이들 뿐 아니라 박미란 사모가 곁에서 함께 보조하면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펜데믹으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건강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인교회 주일학교 아이들이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보니 첫째 예림이와 둘째 예인이는 교사가 되어 주일학교를 섬기고 있고, 셋째 예진이는 율동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박미란 사모는 지난 5월부터 새벽기도회 피아노 반주를 맡아 봉사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요예배 반주와 주일 성가대원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함께 현지사역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면역이 약한 터라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하여 현지 사역은 자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건강회복을 위해 기도해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기도제목

  • 사역자들의 사역에 필요한 재정을 채워주시고 건강을 지켜주시기를
  • 영육간 강건하여서 주님 맡겨 주신 사명을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기를
  • 교회 리더들의 집건축 프로젝트가 은혜가운데 진행될 수 있기를
  • 학업뿐 아니라 교회 봉사도 기쁨으로 잘 감당할 수 있기를
  • 가정과 그들의 사역에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넘치기를
  • 가운데 건강으로 인해 어려움 당하지 않도록

 

이 곳 세부 땅과 저희 가족이 생각나실 때마다 잠시나마 기도부탁 드립니다.

 

하나님의 평안과 복이 저희를 후원하는 성도님과 교회 위에 풍성히 넘쳐나기를 바라며 세부에서 윤원우 박미란 선교사 올립니다.

 

202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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