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우 목사, 유럽에 살면서 전하는, 유럽 이야기 [7]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김학우 목사[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교회 담임]

마차는 보통 말이 한 마리가 끌 때는 마차, 두 마리는 쌍두마차, 그리고 네 마리는 사두마차라 부릅니다. 그리스인들은 전쟁에 승리 후 신전을 지어 신에게 승리를 받쳤다면, 로마인들은 개선문이나 동상을 세워 승리를 기념할 뿐 아니라, 황제에게 승리를 받쳤습니다.

 

로마제국 역사에서 사두마차를 타고 로마에 입성한 최초의 장군은 기원전 446년 출생한 마르쿠스 카밀루스입니다. 그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여러 차례 나라를 지킨 탁월한 장군으로, 그는 다섯 차례나 독재관을 지낸 로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인물로, 로마 제2 건국자라 불리기도 합니다.

 

한국의 현대 자동차 중 마차에서 따온 이름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현대 자동차 최초로 출시한 포니조랑말이란 뜻이며, “갤로퍼는 질주하는 말, 그리고 에쿠스개선장군이란 뜻으로, 특히 에쿠스는 로마의 장군, 카밀루스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쌍두마차란 말()과 상관없이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글사전에 쌍두마차두 마리 말이 하나의 마차를 끄는 것을 말하며, 혹은 한 분야에서 주축이 되는 두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것이라 적고 있습니다.

 

교회사에서 쌍두마차 시대라 할 때 보통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중세 약 1,000년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 395년 동서 로마제국의 분열과 476년 서로마제국의 멸망, 그리고 1453년 비잔티움제국의 멸망 사이에 교황들과 황제들이 경쟁하던 시대를 뜻합니다.

 

교황, 인노첸시오 3세가 교황은 태양, 황제는 달이다.”라고 했던 말만 보아도, 교황과 황제가 서로 견제하고 충돌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교황과 황제, 두 권력이 충돌한 사건 가운데 1078카노사의 굴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반 세계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노사의 굴욕사건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독일 황제 하인리히 4세를 눈 내리는 카노사성 밖에 사흘 밤낮을 새워놓은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하인리히 4세는 절체 부심하여 7년 후 로마를 탈환하여 교황을 폐위시켰고, 그레고리 7세는 망명 도중 사망했다는 정도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림@김학우 목사
그림@김학우 목사

그러나 카노사의 굴욕사건은 로마교황의 권위가 신성로마제국 황제 위에 군림한다는 사실을 과시한 사건으로, 태양과 달이 충돌한 것으로 비유될 만한 사건입니다. 그런데도 로마인 이야기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시오노 나나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카노사의 사건은 단순히 권력다툼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십자군 전쟁의 원인을 가져왔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역사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두 나라는 한 사람밖에 탈 수 없는 쌍두마차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습니다. 두 나라는 나폴레옹 때부터 140년간 무려 4차례나 전쟁을 했으며, 그 결과는 422패였습니다.

 

1805, 나폴레옹이 독일 프란츠 2세를 상대로 1, 1871년에는 독일 비스마르크가 보불전쟁 때 1, 1919년 제1차 대전에서 프랑스가 2, 그리고 1940년 히틀러가 2승 함으로 현재까지 무승부인 셈입니다. 축구의 불세출 스타로 알려진 펠레가 축구에서 32의 경기가 가장 흥미진진하다.”라고 말한 것 때문에 혹 전쟁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하였습니다. 그는 수공업에서 기계공업으로 변화한 과정 즉, 두 바퀴의 기계가 균형 있게 움직인 것이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후 두 힘의 균형뿐 아니라 건전한 경제나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마차의 두 바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마차의 두 바퀴와 같이 힘의 균형은 국가와 조직사회 등 전반에 걸쳐 요구되지만, 그럼에도 쌍두마차의 불균형 역사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태어난 전체주의와 독재체제는 다름 아닌 마차의 두 바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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