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앞당긴 미디어사역의 시대, 주의해야 할 점은?
문화사역, 리츨 신학의 영향
가치판단, 문화사역의 중심
문화사역이 발전할수록 교회에 오지 않는 반작용

신요한 전도사. 서경대학교 실용음악과 졸업, 前 Majesty Ministry 예배사역 전임 세션, 판교 열린하늘문교회 중등부 담당 교역자, 코람데오닷컴 객원기자
신요한 전도사. 서경대학교 실용음악과 졸업, 前 Majesty Ministry 예배사역 전임 세션, 現 판교 열린하늘문교회 중등부 담당 교역자, 코람데오닷컴 객원기자

팬데믹이 앞당긴 미디어 사역 시대, 가치판단 신학의 흐름

바야흐로 비대면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시대를 지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교회로 하여금 영상미디어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사실 영상미디어 사역이 보편화 된 지는 팬데믹 이전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소셜미디어, 나아가 메타버스, 이보다 더 멀리 내다보고 미디어 문화의 지각변동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명확한 것은 이제 교계에서도 영상미디어 사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영상미디어 시대의 이후 미디어 매체가 갖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인쇄미디어 시대까지는 텍스트와 언어에 메시지를 담았던 반면, 영상미디어 이후로는 텍스트와 언어보다 시청각적 효과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텍스트와 언어로 전달된 메시지가 아무리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어도, 시청각을 통해 청중의 감정(pathos)을 자극하지 못하면,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메신저는 메시지 뿐만 아니라 시청각적 요소에 각별한 신경을 두어야 한다. 청중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청중의 감정을 지배하고 있는 문화를 읽어야 한다. 문화는 시대의 언어이다. 영상은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소셜미디어와 메타버스는 이미 다음세대의 언어가 되었다. 전통적 제의가 올바른 신학적 의미를 가장 잘 담아낸다고 해도, 소통의 방식이 다른 청중에게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은 가톨릭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교회는 다른 종교와 달리 새로운 문화적 언어를 전통적인 제의에 녹아내는 섬세한 작업을 통한 끊임없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영상미디어 사역이 필요조건이 되면서 갖는 문제는, 청중의 시선이 영상매체에 빼앗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영상으로 얻는 감정의 자극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얻을 수 없다면 교회를 다니는 것에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는 교회의 책임이 없지 않다. 문화사역에 몰두하면 교회 내 문화는 어색한 세상문화에 불과하여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신학은 개혁신학 전통에서 꾸준히 배척되어 왔다. 특별히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지금도 어느 나라보다 보수적인 신학을 지향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방관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교회의 문화사역이 대부분 리츨(Albrecht Ritschl)과 하르낙(Adolfvon von Harnack)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소위 자유주의 신학자라는 별명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학자들이다.

오늘날 영상과 인터넷 미디어를 활용한 문화사역은 매우 중요하다. 리츨과 하르낙에게로부터 좋은 점은 본받아야 한다. 하지만 문화사역이 중요해질수록 본질을 간과하도록 하는 사탄의 유혹을 분별해야 한다. 문화사역은 특히 문화적개신교운동의 흐름을 형성했다고 비판을 받는 리츨의 가치판단신학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리츨의 가치판단 신학을 알아봐야 하는 이유는 문화사역이 중요한 때일수록 문화사역에서 이루어지는 매커니즘을 알고 리츨의 문화개신교운동의 한계를 답습하지 않으면서 본질을 더욱 지키기 위해서이다.

영상미디어 사역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교회는 이전보다 비본질에 경도될 위험에 놓였다. 오프라인 사역보다 온라인 사역에 훨씬 많은 요소들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영상미디어 사역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교회는 이전보다 비본질에 경도될 위험에 놓였다. 오프라인 사역보다 온라인 사역에 훨씬 많은 요소들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리츨의 가치판단신학에 대한 이해

리츨 당시 가장 많이 논의되던 신학 주제는 신학은 학문인가?’라는 주제였다. 신학이 학문이 되려면 모든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으며 동의할 수 있는 영역을 탐구하여 객관적 지식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신의 존재에 대해서 동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학의 학문성은 항상 도전받아 왔다. 그래서 리츨은 신학의 학문성을 변증하고자 했다.

그는 전통적인 신존재증명에서 그 대안을 찾지 못했다. 신존재증명은 이론적 인식, 이성을 통한 인식 범위에서 이루어지지만 종교적 인식은 그 범위가 이론적 인식보다 더 넓고 실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츨은 이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인식을 증명하기 위해 가치판단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킨다.

가치판단(Beurteilung)이란 칸트로부터 도출되어 신칸트학파가 발전시킨 개념으로, 대상이나 행동에 대한 판단에 앞서는 선험적인 원리로써, 가치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가 판단의 당위를 결정한다. 쉽게 말해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수행 또는 실천하기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점은 리케르트(Heinfich Rickert)의 "지(知, wissen)가 곧 양심(Gewissen)"이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리츨은 종교를 지((() 총체적인 것이며, 동시에 주체적인 세계관과 주체적인 감정의 유발이며 또한 의지의 투합으로 정리한다. 리츨은 종교에 대한 정의와 기독교를 규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인격을 강조하며, 특히 인식의 주체를 강조하는데, 이것은 로체(Rudolf Lotze)의 가치판단 개념과 분명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리츨에게 종교적인 가치판단은 일반판단 곧 이론적 인식에 위치하면서도 동시에 가치판단과 연관된다. 리츨이 볼 때 종교에서 상징적인 행동과 기도에 사용되는 분명한 언어는 놀랍게도 주관적인 개념과 객관적인 개념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단어들이다. 종교뿐만 아니라 종교적 자기판단도 전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이나 활동 혹은 작용과 같은 현상으로만 다루어질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정의(知情意) 가운데 의지와 관련된 문화행동도 연관되는 성격을 가진다. 그러므로 리츨에 의하면 문화는 신 존재의 증거이다.

가치판단은 지역과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치판단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리츨이 이것을 통해서 신학의 학문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인간의 가치판단으로부터 발생하는 문화 현상들이 매우 일관성 있게 보이기 때문이다.

알브레히트 리츨(Albrecht Ritschl, 1822~1889). 독일의 신칸트학파의 학자이자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조직 신학에 대하여 종교의 독자성을 강조하였으며, 리츨학파의 중심이 되어 슐라이어마허 이후 근대 신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알브레히트 리츨(Albrecht Ritschl, 1822~1889). 독일의 신칸트학파의 학자이자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조직 신학에 대하여 종교의 독자성을 강조하였으며, 리츨학파의 중심이 되어 슐라이어마허 이후 근대 신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가치판단 신학의 문제

가령 살인은 악하다라는 가치판단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살인은 악하다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증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는 살인에 대해서 무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화를 통해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신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고 추정하는 수준에 이를 뿐이다

그가 이해하는 종교는 자연과 정신세계를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서 자연뿐 아니라 정신세계에서 객관적인 통일성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가치판단은 가치가 항상 현상세계의 변화하는 것들 가운데 나타난다고 가정한다. 가치판단의 이론대로라면 형이상학을 신학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러나 정신세계는 형이상학의 범주에 속한다. 그는 정신세계를 윤리와 문화에서 찾는다. 그는 종교를 지정의 총체적인 것이라고 했지만 가치판단에서는 가 배제된다. 여기에서 리츨의 모순이 나타난다

따라서 리츨의 가치판단 신학의 연구는 신학의 객관성을 증명하기 위해 문화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칼 바르트(Karl Barth)와 그 밖의 비평가들은 리츨학파에 대하여 문화적개신교'라고 꼬리표를 붙여 주었다. 대표적으로 리츨을 계승한 하르낙의 기독교의 본질이 가장 많은 '문화적개신교'라는 비판을 받는다. 하르낙은 기독교의 본질을 하나님 나라와 그 나라의 도래”, “하나님 아버지와 인간영혼의 무한한 가치”, 그리고 더 나은 의와 사랑의 계명으로 정리한다. 여기에는 십자가의 대속의 은혜와 부활의 소망, 진노하시는 하나님과 심판에 대한 내용이 없다. 유신론에 기반한 도약만 있을 뿐이다.

<계속>
 

참고문헌: 김성욱, 『리츨의 신학적 고민』, 웨스트민스터 출판부

김성욱, 『리츨의 신학적 고민』, 웨스트민스터 출판부
김성욱, 『리츨의 신학적 고민』, 웨스트민스터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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