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
천헌옥 목사

 

지금도 작은 어항을 집안에 두고 관리를 하면서 물고기를 기르는 취미를 놓지 않고 있다. 겨울철 습도를 위하여서도 좋고 관상어가 평화롭게 노니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서 집엔 수족관을 언제나 두고 있다.

부산으로 이사를 해서 인천에서 기르던 관상어는 샀던 집에 도로 주고 다시 물고기 몇 마리를 샀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같은 종류를 빨간 놈은 2천 원씩 파란 놈은 1천 원씩 모두 다섯 마리씩을 샀다. 그리고 투명한 물고기 두 마리를 샀는데 뼈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고기인데 신기했다.

그리고 청소하는 물고기를 네 마리나 덤으로 받아서 모두 16마리나 수족관에 넣어 놓으니 장관이다. 아하 그런데 어쩌랴 이사를 하는 통에 수족관이 약간 흔들렸든지 물이 새는 게 아닌가? 나는 그 밤에 열대어들을 옮겨놓고 수족관을 비우고 물기를 닦아내고 땜질을 하였다.

실리콘이 마르도록 밤을 지내고 나서 다음 날 아침 새벽기도회를 갔다 온 즉시 수족관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손이 미끄러져 왼손의 엄지가락이 날카로운 유리에 배서 피가 펑펑 쏟아지는 게 아닌가? 나름 꽉 잡아매고서는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달렸다. 그리고 다섯 바늘이나 꿰맸다.

그런데 그 담당 의사가 상처를 집으면서 하는 말이 생선회 뜨듯이 해서 집기가 매우 사납습니다. 하는 말을 여러 번 하는데 참 기분이 묘했다. 나는 생선이 아니라 사람인데 하필이면 생선회 뜨는 데다 비유하였을까?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그래 그 말이 옳을 수 있다. 우리의 삭신은 짐승이나 물고기의 살점이나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다만 영혼이 담겨 있기에 인생이 고귀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나님의 형상인 지정의의 인격이 있기에 만물의 영장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사람만이 자기를 창조하신 신을 찾는 종교적인 존재이다.

며칠간은 아마 적어도 열흘간은 그 배인 손에는 물이 안 가도록 하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아 나는 왼손을 상전 모시듯이 하였다. 그런데 오른손만 가지고 세수하고 머리 감고 면도하고 옷 입고 크림 바르고 하는데 아! 새삼 나의 오른손이 그렇게 왼손을 사랑하는지 놀라웠다.

오른손은 왼손을 얼마나 아끼던지 그 손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도와주지도 않는데 오른손은 왼손을 닦아주고 발라주고 너는 가만있어라. 내가 다 해주겠다면서 왼손을 사랑하는데 그래 이것이다 하고 깨달아지는 은혜가 있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꼭 맞는 말씀이었다.

부임해 간 교회는 청년 15여 명과 학생 20여 명이 주를 이루고 어른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3, 4년 후에는 청년들이 부흥하기 시작하여 80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 학생까지 130여 명이 예배에 참석했으니 50여 명의 장년은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하루는 한 청년이 상담을 해왔다. 새로 들어온 누구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어떻게 좀 해 달라고 한다.

나는 그 청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회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온다. 성격이 안 좋은 사람도 있고 유독 말로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픈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러는 것은 사랑이 부족하다는 비명일 것이다. 죄인들은 모두가 불완전하고 아픈 곳을 가진 사람들이다. 교회는 영적 병원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그들을 오히려 따뜻이 맞아 주어야 한다. 환자는 치료를 받아야 할 존재들이지 그들에게서 위로나 헌신의 대가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너 또한 처음 왔을 때 그런 사람이었다. 이제는 네가 그 아픈 사람을 보았으니 그를 치료해 주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주님은 병든 자에게라야 의원이 쓸 데 있다고 하셨다. 주님 자신도 우리가 죄인이기에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것이다. 그분이야말로 아픈 왼손을 위하여 헌신 봉사하는 오른손과 같이 아니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기까지 사랑하신 분이다.

우리가 그의 제자라면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내 이웃은 나의 아픈 손가락이다. 아픈 손가락은 떼어 내버릴 존재가 아니라 감싸주고 보호해 주고 대신해 주어야 한다. 그러라고 주님은 교회에 사랑이라는 특효약을 듬뿍 안겨 주신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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