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입양인들의 공통점은 살아있다 것

입양아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

 

해외 입양아들이 자신들을 입양 보낸 기관의 의사 선생님을 찾아왔다. 홀트아동복지회 조병국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병국(趙炳菊)1933년 평양에서 5대째 기독교 신앙을 이어오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으로 가족들이 남한으로 내려오는 과정에 두 명의 동생을 잃었다. 한국전쟁으로 처참하게 버려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의과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좌로 부터 입양인 조디 길(Jodi Gill), Jonas Tislevoll(조나스 티슬볼/ 노르웨이 사진작가),  사라 살란스키(Sara Salansky) 아래 조병국 원장
좌로 부터 입양인 조디 길(Jodi Gill), Jonas Tislevoll(조나스 티슬볼/ 노르웨이 사진작가),  사라 살란스키(Sara Salansky) 아래 조병국 원장

1958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63년 소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서울시립아동병원을 거쳐 세브란스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 중 파견근무를 통해 인연을 맺은 홀트아동복지회 부속 의원 의사로 취직하였다. 그 이후 50년 이상 소아과의사로 아이들을 진료하며 6만여 명의 입양아들을 돌봤다.

디어덥티그룹/‘The Adoptee Group’2009년 조병국 박사가 쓴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라는 책을 조병국 박사 90세 생신에 맞추어 2022년 영어판으로 출판했다. 영어판 제목은 입양 전에... 조 선생님이 계셨다.” Before Adoption... There was Dr. Cho: Stories and experiences of a post-Korean war pediatrician이다. Mrs. Jessica Jung Jorgensen이 번역했다.

조디 길(좌)의 사회로 진행되는 헌정식
조디 길(좌)의 사회로 진행되는 헌정식

조 원장을 통해 해외로 입양되었던 조디 길(Jodi Gill)과 사라 살란스키(Sara Salansky)가 영어판 책과 선물을 준비하고 열방교회 안보혜 집사(열방킹스키즈 원장)의 통역으로 열방교회 예배당에서 지난 12일 헌정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비영리단체 디어덥티그룹/ ‘The Adoptee Group’에서 주최하고 열방교회가 후원했다.

조디 길은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The Adoptee Group의 설립자이자 국제교육컨설턴트이다. 콜로라도 덴버에서 온 자원봉사자 사라 살란스키는 간호장교로 근무하고 은퇴한 공군 중령이다. 조디 길은 책 출판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222월에 조 원장님의 책을 영어로 출간하고자 하는 소망이 입양인들의 건강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디어덥티그룹(The Adoptee Group/ TAG)에 제안되었습니다. 디어덥티그룹이 막 첫 출판을 마친 후여서 완벽한 타이밍이었습니다. 저는 2015년도에 조 원장님을 뵈었고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길에 버려진 아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원장님의 헌신과 봉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제가 바로 그 아이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소아과의사로서 저술하신 조 원장님의 회고록은 병원 계단이나 경찰서 앞에 남겨진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 당시 전쟁 후에 한국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입양아들, 입양 부모님들 그리고 입양단체를 위한 확실한 자료입니다. 저희 단체의 미션과 같은 맥락에 있는 이 책의 출간을 꼭 돕고 싶었습니다.”

책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사라 살란스키
책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사라 살란스키

최종 편집자인 사라 살란스키는 책 제작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2019년에 조 원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조 원장님 책에 대한 한-영 번역프로젝트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원래 2009년에 한국판이 나왔고 지난 10년 동안 몇몇 입양아들과 그 가족들이 번역에 대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작년 11월쯤 책이 출간될 준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 원장님께 연락을 드려 제가 그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조 원장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마지막 편집과 출간을 돕게 되었고 조 원장님의 90세 생신에 맞추어 영어번역본이 나오게 되는 것을 보게 되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출간은 조 원장님의 불우하고 힘든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돌본 인도주의적 사역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또한 전 세계에 있는 한국인 입양인들이 한국 역사에 대해 조금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 책은 소아과의사로써 조 원장님이 겪으신 이야기들을 모아둔 책입니다. 내용은 3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아이들이 생존하는 좋은이야기이며, 두 번째는 한국전쟁의 열악한 환경과 같은 좋지 않은 이야기, 세 번째는 한국의 복잡한 상황들, 입양인과 고아에 대한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관점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조 원장님 생애 전반에 걸친 멘토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입양인들과 함께 기뻐하는 조병국 원장
입양인들과 함께 기뻐하는 조병국 원장

조디와 사라는 조 원장님 때문에 해외입양인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고백하여 참석자들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어떤 입양인들은 성공한 삶을 살지만, 어떤 이들은 슬픔과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압니다. 공통점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입양되기 전 원장님과 동료들의 섬김 때문에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제가 이 아기 중 한 명입니다. 이 영어 회고록은 한국에 있는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내린 어려운 결정, 개선이 필요했던 정부 시스템 상황, 그리고 아기들을 향한 희망의 빛을 뿜어냈던 당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기념하기 위함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저자이신 조병국 원장님을 기념하기 위함입니다.

전 세계에 있는 입양인들을 대표하여, 희망을 잃지 않고 저희를 돌봐주시고 싸워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입양인의 어머니라 불리는 조병국 원장이 책을 들고 기뻐한다.
입양인의 어머니라 불리는 조병국 원장이 책을 들고 기뻐한다.

조 원장은 한국전쟁 후 먹을 것 없던 시대에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한 일인데 입양인 여러분에게 이렇게 환영과 감사를 받게 되어서 감격스럽다.”라며 여기 있는 나부터도 전쟁터에서 살아난 게 기적이었고 전쟁의 후유증으로 당시 많은 아이들이 굶어 죽었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조 박사는 부모가 있어도 힘들던 시대에 부모 없는 고아들은 더 극심한 상황이었고 윤택한 가정에서 먹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외 입양의 길을 찾았다.”고 전했다.

올해로 90세가 된 조 원장은 왜 이렇게 오래 사나 했더니 이런 날을 보려고 했나 봅니다.”라고 전하며 생명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라고 인사했다.

입양인들이 준비한 선물에 소녀처럼 기뻐하는 조병국 원장
입양인들이 준비한 선물에 소녀처럼 기뻐하는 조병국 원장

조디와 사라는 입양인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며 조 원장에게 준비한 선물을 증정했다. 조 원장은 선물을 열어보며 90세의 나이에도 소녀처럼 놀라움을 표현했다. 조 원장은 "1955년에 입양된 입양인의 자녀가 한국에서 다시 입양 하고, 그 손자가 자라서 또 입양하는 가정을 보았다"며, 입양인 가족 3대가 입양 하는 사랑의 역사를 소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입양인들이 이렇게 사랑하며 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처음에는 얼마나 놀랐을까? 그런데 이분들이 모국의 입양되지 못한 장애아들을 도와준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감사를 동시에 느낍니다. 교회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사랑의 실천은 입양인들이 하고 있어서 놀랍고 감사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가슴이 너무 떨립니다.”

감사를 전하는 열방교회 안병만 목사 
감사를 전하는 열방교회 안병만 목사 

출판기념회를 후원한 열방교회 안병만 목사는 이런 자리를 우리 교회에서 개최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입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 교회에도 국내 입양아 둘이 있습니다. 집사님 가정이 입양했지만, 우리 교회가 입양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아이는 어린이집, 영어선교원, 쉐마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조디를 통해서 미국에 유학을 가 있습니다. 지난여름 안식년 때 미국에 가서 입양 이야기를 하며 다른 한 명의 입양아도 미국에 가서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유학 가 있는 입양아를 보면서 우리 교회 성도들 모두가 입양한 아이라는 생각으로 기도하며 후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입양아도 오는 8월에 미국으로 가서 공부하게 될 겁니다.”

“6·25 때와는 한국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해외로 보낼 것이 아니라 한국의 크리스천 가정들이 입양해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양아들은 우리 교회 식구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울 생각입니다. 조 원장님이 입양인의 어머니로 수고했다면 이제 한국교회가 그 사명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희생과 헌신을 통해서 오늘 이런 자리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조 원장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좌로 안병만 목사, 조병국 원장, 허순덕 사모
좌로 안병만 목사, 조병국 원장, 허순덕 사모

양부모 아동학대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입양에 대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많아졌다. 특히 해외입양인들을 보면서 부모와 나라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라느니 고아 수출그만하라느니 이런저런 비판을 한다. 그런데 18만 해외입양인보다 4배가 더 많은 70만의 보육시설 퇴소인들의 부모 찾기에는 관심이 없다. 또 태어나지도 못하고 낙태로 죽어가는 수 백만 명의 생명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조디 길 대표의 말처럼 해외 입양이라는 통로로 그들은 지금도 살아있다. 살아서 또 다른 생명을 도우며 사랑하며 살고 있다. 해외 입양인들의 부모는 적어도 이들을 태중에서 양육하고 고통 가운데 출산했다. 그리고 입양을 통해 지켜냈다.

버려진 아이들은 해외 입양아가 아니라 태중에서 죽임당한 아기들이 아닌가? 입양아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시간이었다. 이제 그 지켜진 아이들이 자라서 또 다른 생명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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