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우리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미안하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일로 인해서 두고두고 아버지를 더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사연인즉슨 우리 아버지가 장로직을 고사한 일입니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처음 출석한 교회에서 한 평생을 그 교회에 충성했습니다. 주일 지키는 것을 생명처럼 여겼으며, 무려 40년 이상을 시골교회의 종을 쳤습니다. 예전에는 주일 오전, 주일 저녁, 수요일 밤, 그리고 새벽기도회까지 예배 때마다 종을 두 번씩 쳤습니다. 30분 전에 준비 종을 쳤고, 후에 예배 시작을 알리는 종을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듣도록 뎅그렁 뎅그렁 한참이나 쳤습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고 한겨울 추울 때도 시간에 맞추어서 종을 치기 위해서 찬 바람이 부는 종탑 밑에서 기다렸다가 시간에 맞추어 쳤습니다.

아버지는 20년이나 교회의 재정을 보았습니다. 그때 시골교회는 헌금이 늘 부족해서 마이너스 재정이었고 그래서 꼭 필요한 교회 살림을 알게 모르게 대신 충당해야 했기에 아무도 재정을 안 맡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목사님의 사택이 마땅찮아서 아버지의 몫으로 유일하게 받았던 유산인 밭을 교회에 바쳐서 그 땅에 사택이 지어진 것을 한평생 감격스러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장로 투표를 하면 당연히 우리 아버지 이름으로 몰표가 나왔지만 끝내 장로직을 거부했습니다.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이 장로가 되면 동네 사람들 보기에 아무나 장로가 될 수 있다면서 매번 거절했습니다.

그랬던 아버지가 제가 목사 안수를 받을 때 너희 아버지는 교회를 오래 다녔으면서 장로도 못되었느냐는 말을 듣게 될 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 일로 저는 아버지를 더욱 존경했습니다. 각 교회의 직분자 투표하는 날, 당선되시는 분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동시에 일부러 고사하신 차원 높은 분도 계신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직분과 신앙은 꼭 비례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직분에 합당하게 신앙생활 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기회입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섬기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을 하나님은 더 사랑스러워하십니다.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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