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김윤하 목사
시진@김윤하 목사

눈이 내린 의자, 눈이 내린 마음/ 김윤하 목사

 

눈은 은근히 기다리는 중에 내려오는 손님입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눈 내린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산책길 모퉁이에 여러 번 앉았던 의자 위에도

스스럼없이 내려앉아 하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뒤돌아보면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도 쌓여 있고

홀로인 늙은이의 고독한 아픔도 새겨져 있습니다.

언젠가는 눈물로 뒤범벅이 된 여인의 흐느낌도

그리고 철없는 아이의 뜀박질도 남아 있습니다.

어느 날은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그 위를 흘러내리고

가을 늦은 날, 낙엽의 아픔 소리도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는 시 한 구절을 읽으며 묵상하던 곳이었고

아내와 함께 저녁을 산책하던 휴식터였습니다.

그 많은 사연들이 얽혀있는 의자였습니다.

그 의자 위로 하얀 눈이 조심스레 내려와서는

때 묻은 세상사 뒤엉킨 사연을 덮어 버렸습니다.

비록 차가운 감각이 다가왔지만 순결해서 좋습니다.

내 마음의 의자에도 눈은 내리고 지나간 세월의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둘 쌓여 있습니다.

잊어버릴 것도, 기억하고 싶은 것도 눈이 덮었습니다.

하늘의 황홀한 이야기로 충만하고 행복했습니다.

신비로운 영혼의 눈이 자주 내렸으면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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