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어렸을 때 아프리카는 매우 생소한 지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암기할 때 아프니까라고 머릿속에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자라나면서 아프리카의 역사와 현실을 알아가게 되었는데 정말 이 대륙은 아픈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프리카 남단 남아공을 네 번째 방문하면서 아프리카의 아픔들이 가슴 깊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5년 전 선교사 대회 때에 들었던 선교사님들의 아픈 이야기들과 위험한 고비를 넘겼던 생생한 스토리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선교사님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이 기대이면서 아픔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수백 명의 유아들이 버려지는 현실을 눈으로 목격한 후에 꾸준히 쉘터 사역을 도와왔는데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더 아팠습니다. 에이즈에 걸려 치료받는 버려진 아이가 아내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던 모습이 생생하게 생각나면서 그때 안쓰러움이 다시금 나를 북받치게 했습니다. 평생 남편의 말이라면 항상 순종했던 아내가 이번에는 허리 협착증으로 가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내 마음의 감동을 말하며 설득했을 때 어쩔 수 없이 함께 가겠다고 했던 아내를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얼마 전 호찌민 집회를 하러 갔다가 걸린 감기·몸살로 돌아와서도 고생을 했는데 낫자마자 허약해진 육체의 연약을 몸소 짊어지고 17시간의 비행을 하며 남아공으로 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여러 분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했습니다. 도착 첫날부터 집회를 인도해야 하는 무거운 마음도 떨칠 수가 없었으며 5년 전에 만났던 선교사님들에게 어떤 도전의 말씀을 전하면서 마음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코로나로 지쳐있었던 시간들 후에 가지는 집회라 이들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 준비하는 시간 내내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KPM 아프리카지역부 선교대회가 열린 요하네스버그 한인교회당 앞에서
KPM 아프리카지역부 선교대회가 열린 요하네스버그 한인교회당 앞에서

아프리카를 밟는 순간 이 모든 아픔들이 총체적으로 나에게 밀려오면서 조심스럽게 하나님의 마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얼마나 아프실까?’를 생각하면서 온통 시선을 십자가로 옮겼습니다. “하늘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라는 표제를 정하고 두 가지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하나는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가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품에 안겨서 걷기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위로였고 두 번째는 그렇다면 정말 바르게 걷고 있는지를 물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진실하게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이 눈물로 고백되었습니다.

선교사님 한분 한분 사역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백 되는 기도 제목을 나누면서 그분들의 사역 현장이 뜨겁게 내게 다가와 눈물로 하나님에게 나아갔습니다. 후원금을 각 가정에 전달하면서 후원자분들의 이름을 봉투에 담아 기도를 부탁하면서 이것 역시 그들에게는 사치스러운 부탁 같아 부끄럽기도 했지만, 선교사님들과 선교후원자들의 영적 교류가 서로에게 유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실행한 것입니다. 내 눈에 더 깊은 아픔이 보이는 선교사님은 개인적으로 만나 위로하면서 그들의 눈빛을 바라보았을 때 영근 눈물들이 이슬처럼 빛났습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에서 사진@김윤하 목사
남아공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에서 사진@김윤하 목사

귀국 전에 노상강도를 만나 어려움을 겪은 선교사님의 소식을 들었고, 귀국 후에는 요하네스버그 은혜로 한인교회 목사님의 딸이 권총 강도를 만나 위기를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난 주간을 보낼 때마다 스스로 고난을 실행하는 신앙의 훈련이 무색하게 되고 나의 현실의 고난이 너무 안일한 고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퇴와 더불어 고난 주간도 은퇴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각성 속에서 아프리카는 평생의 아픔을 내게 안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생명의 위기 속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님들의 모습이 짠하게 자꾸 내게 다가옵니다.

그 동안 교회 문제로 아팠던 시간들이 온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지만, 그 아픔과는 전혀 다른 아프리카의 아픔은 숭고하고 엄숙한 아픔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문득 선교사님들의 머리에 씌워진 빤짝거리는 면류관이 보이면서 그들의 마지막 날의 영광을 생각해 봅니다. 이들을 향한 아픔과 영혼들을 긍휼히 여기는 아픔이 내 속에 영글어 가면서 나도 십자가의 열매를 맺혀가는 듯했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위로자가 아니고 그들이 나에게 위로자였으며, 그들 위에서 강력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나에게도 함께 하면서 아픔을 승화시켜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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