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로의 진입... 정부 및 지자체에서 다양한 방법 강구
국내 이주민사역, 네트워크 교회, 다인종 교회, 총회 안에서의 연합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정부 및 지자체에서 다양한 방법 강구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고 한다면 '인구감소'라고 할 수 있다. 인구 감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은 출산율 증가 외에는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노동 시간, 경직된 조직 문화, 지역의 갈등을 넘어서 성별 갈등 등 당장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권에서는 이민자를 받아들여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료(출처=법무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료(출처=법무부)

법무부가 공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전체 인구는 약 5,100만 명인데,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약 220만 명이다. 전체 인구와 체류 외국인 모두 2019년에 정점을 찍었고, 코로나 영향으로 수가 줄어들었다가, 전체 인구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체류 외국인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중앙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민자들 수용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초기에는 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하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책들만 마련되었는데, 최근에는 본격적인 이민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 위원회' 15차 회의에 참석해 "현재 우리 나라에 이주 배경을 가진 주민의 수가 충청남도의 숫자의 규모가 된다"라고 발언을 했다. 또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8일 광주에 한 초등학교에 방문해 "다문화 교육 중장기 발전방향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교육청은 전국 교육청 중 처음으로 다문화가정 밀집지역의 학생 맞춤형 지원을 위한 전문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이민청 신설과 관련된 논의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지금 한국 사회는 빠르게 이민 정책 및 다문화 정책들이 수립되는 중이다.

본 기사에서는 이민의 수용으로 인한 여러가지 폐해들과 그에 대한 대책들을 논하기는 논지가 벗어나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 하지는 않겠고,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가 도래했을 때, 한국 교회가 어떤 형태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이민자들에 의해 시작된 나라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 대륙으로 온 청교도들부터 수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을 해서 뿌리 내리고 있다. 미 이민국에서는 작년 한 해만 해도 285,000개 정도의 이민 비자가 발급이 되었으며, 이민 비자를 발급 받은 나라는 멕시코, 중국, 도미니칸 공화국,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등 다양하다. 한국은 24위(3000개)에 위치해있다.

그렇다면 미국에 있는 미국 교회들을 비롯하여 많은 교회들은 다문화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명을 감당하고 있을까?

미국에서 살펴본 다문화 사회의 대안

돟두천 Ameraisan Christian Academy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돟두천 Ameraisan Christian Academy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1) 국내 이주민 선교

미국 교회는 미국 사회로 유입 해 들어오는 이주민들을 잘 섬긴다. 특히, 이주민들은 언어 장벽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교회에서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고, 미국 문화에 대해 소개하며, 지역 사회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이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한 교회가 한 가정을 맡아서 온전한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주거, 의료, 일상생활, 학업 보조 등 다양한 활동을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통해 낯선 나라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자연스럽게 교회로 인도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이주민 선교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해 길게 논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 가지 예를 소개함으로 한국 교회가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재정을 국내 이주민 선교(유학생, 단기 체류자, 장기 체류자 등)에 들인다면, 파송하는 선교 뿐만 아니라 다층적 차원에서 선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한국에 있는 다문화 선교를 위해 동두천에 있는 다문화 자녀 학교(ACA, 강영철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다. 이 학교는 미군과 결혼했지만, 아버지는 떠나버리고 어머니와 아이들만 남은 가정을 섬기기 위해 시작된 학교였으나, 지금은 많이 발전하여 미국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국내외 유수한 대학에 학생들을 진학 시키고 있다. 이 학교는 탈북자를 포함하여 전 세계 17개국 출신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강영철 선교사는 "나는 학교를 통해 매일 17개국의 선교지를 방문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사명감으로 이 일을 감당하고 있다. 하나의 대안 학교만 잘 섬기고, 그곳의 학생들이 복음 안에서 잘 세워질 수 있도록 한다면, 17개국에 선교사를 파송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하자면, 종로구 충신동 낙산 성곽 인근에는 지역사회의 독거 어르신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결혼으로 이주해온 여성과 자녀들을 섬기는 다품 공동체가 있다. 사업 은퇴 후 그 지역을 마음에 품고 기도해온 연동교회의 한 집사님이 2014년 연동교회의 몇몇 분들에게 개인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자비량으로 지역 주민을 섬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잘 정착해서 다문화 한부모 가정, 고시원, 쪽방촌,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잘 섬기고 있다. 특히, 결혼 이주 여성들은 10개국에서 왔는데, 그들에게 섬김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냄으로 국내에서 세계 선교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내에 있는 이주민들에 대한 선교를 보다 잘 감당한다면, 다문화 시대에 더욱 의미 있게 복음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2) 네트워크 교회

이 모델은 한국에도 이미 몇몇 교회들이 실천으로 옮긴 사례가 있다. 높은 뜻 숭의 교회가 4개 교회로 분리 된 후 사라지기도 했고, 나들목 교회 또한 5개의 교회로 분리가 되었다. 나들목 교회와 높은 뜻 숭의 교회의 차이는 전자의 경우 나들목 교회는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는 반면 후자의 경우 높은 뜻 숭의 교회는 사라졌다. 하지만 두 교회 모두 담임목사(또는 대표목사)는 사임하고, 차기 리더십들이 분립된 교회를 맡아서 섬기고 있으며, 네트워크 형태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

본고에서 말하는 네트워크 교회는 이런 형태라기 보다는 재정과 목회자에 대한 인사는 본 교회에 있지만 네트워크 교회와 협력해서 진행하되, 구체적인 사역은 네트워크 교회 자발적으로 감당하는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성도들도 함께 줄어들고, 교회는 재정적으로 넉넉한 대형교회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 교회로 점차 나누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교회는 많은 사역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특수한 필요를 충족 시키는 전문사역을 집중적으로 하기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다양한 필요들을 만족시켜 나가야 하는데, 대형교회의 경우 조직이 크다 보니 그런 부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 대형교회와 전문적 사역을 감당하는 교회(예, 이주민 사역 전문교회, 실버사역전문교회, 상담사역 전문교회, 지역복지 사역 전문교회 등)가 네트워크로 연결이 되어 있어, 대형교회에서는 큰 틀에서 재정과 방향성 제시를, 전문교회에서는 독립적인 교회의 형태로 의사 결정과 행사를 진행하지만 대형교회와 함께 협력함으로 진행한다면 더 많은 사역들을 유연성을 가지고 감당 할수 있을 것이다.

이 모델에 부합하는 교회가 시애틀 형제교회다. 필자가 아직 형제교회를 방문하기 전이라서 어떤 형태로 교회가 운영되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필자가 지도했던 대학생이 졸업 후 시애틀로 취직해서 형제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이번에 친구 졸업식으로 피츠버그에 다시 와서 대화를 하면서 형제교회의 운영 형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시애틀 형제교회는 워싱턴주 보쉘에 본 건물이 있고, 다운타운 캠퍼스와 벨뷰 캠퍼스도 있다. 각 캠퍼스를 담당하는 목회자는 담당목사의 명칭을 가지지만, 캠퍼스에서는 담임목회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캠퍼스 교회는 전체적인 방향과 재정에서는 본 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동시에 사역에 있어서는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려 필요한 사역들을 감당한다. 이런 교회의 모델이 한국 사회에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다인종 교회인 빌리지 교회(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대표적인 다인종 교회인 빌리지 교회(사진=홈페이지 갈무리)

3) 다인종 교회

성경에는 다인종으로 구성된 교회에 대한 모델이 등장한다. 바로 사도행전에 나오는 안디옥 교회다. 안디옥 교회는 니게르라고 하는 시므온, 구레네 사람 루기오, 헤롯왕의 젖동생 마나엔, 바나바가 교회의 핵심 리더로 섬기고 있었다. 이들은 출신지도 달랐고, 인종도 달랐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이런 다름은 세계 선교를 위한 원동력이 되었고, 바나바와 바울을 파송할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었다.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교회가 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빌리지 교회다. 빌리지 교회는 1949년 Forest Grove Baptist Church가 개척한 교회로 교회 주변 마을과 모든 사람, 모든 인종을 섬기는 교회라는 비전을 갖고 성장했다. 이런 비전 위에 교회는 점점 성장해서 1991년 이래로 20년 동안 한국인을 비롯하여 남미와 중앙 아메리카에서 온 히스패닉 공동체, 인도인, 중국인, 아시아-아메리칸 2세 등 다인종들이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교회가 되었다. 한국인 1.5세인 최규진 목사가 2018년부터 담임목사로 공동체를 섬겨왔고, 최근 2021년 9월에는 인근에 있는 일본인 교회와 합병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빌리지 교회는 중국인 교회, 한국인 교회, 히스패닉 교회와 같이 단일 인종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다인종들이 복음 안에서 서로를 이해 하고 용납하며, 진정한 예배 공동체를 이루는 다인종 교회 모델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교회를 위해 1949년에 미국의 한 침례교회가 모태가 되어서 지난 70여 년의 시간 동안 동일한 비전을 품는 다인종 교회가 세워질 수 있었다는 것은 다문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 교회에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총회 안에서의 연합

미국에 와서 알게 된 사실 중에 필자에게 적잖은 충격이면서 흥미로운 부분으로 다가왔던 것은 미국에 있는 교단(총회) 내에 한인 총회가 있는 곳이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에는 PCUSA(미국장로교회) 산하 한인 총회가 있고, SBC(남침례회) 산하 한인 총회가 있다. 미국 내에 한인 교회를 비롯하여 한인 목회자, 한인 성도들이 많아지니 그들을 위한 총회를 허락한 것이다. 물론 한인 총회가 PCUSA나 SBC 와는 또 다른 교단이 되지는 않는다. 그 교단의 관리 감독 하에 한인 총회가 있는 것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한인 교회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에 맞는 세부적인 정책들을 진행해 나갈 수 있으며, 동시에 한인 총회는 상급 총회에 속해 있기 때문에 교단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유익(benefit)들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PCUSA 산하 한인 총회의 경우 연금을 비롯해서, 재정적으로 많은 유익들을 교단으로부터 얻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도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교회의 건물을  선교 차원에서 다른 문화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임대 할 수도 있고, 이것이 커진다면 그들이 교단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수가 많아진다면, 예컨대, 고신 총회 산하 말레이시아 총회, 혹은 베트남 총회 등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를 위해 준비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래 예측이라는 것은 항상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 해 두어야 한다. 어쩌면 한국 사회는 필자가 생각한 대로 급격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사회 통합의 노력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훨씬 늦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어나는 상황들을 예의 주시하며,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한 번이라도 고민을 했다면, 미래에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보다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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