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희 / 행복한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Th.D.)
최광희 / 행복한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Th.D.)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전 국민이 알고 다 함께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특정인의 문제도 아니고 특정 계층의 문제도 아니고 국가적인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간, 무려 200조 원의 돈을 쏟아부었으나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큰일입니다. 여러 기독교 연합 기관과 시민단체에서도 저출산 문제 대책을 위한 세미나를 하고 있지만, 좋은 내용에 비해 긍정적인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는 중에 언젠가부터 저출산과 같은 듯 다른 용어 저출생이 등장했고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더 세련된 용어인 줄 생각하는지 따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두 단어의 뚜렷한 차이를 알고 사용하기보다 그냥 새로 나온 단어이니 더 좋은 줄 알고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다면 저출산과 저출생은 어떻게 다를까요? 글자는 다르지만 서로 같은 뜻일까요? 이를 구별하기 위해 우선 출산과 출생의 의미를 생각해봅시다. 출산이란 엄마가 아기를 낳는 행위이며 출생은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출산할 때 아기가 출생합니다. 출산의 주체는 산모이고 출생의 주체는 아기입니다. 그리고 출산은 능동적인 행위이고 출생은 수동적인 행위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용하던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두고 왜 저출생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을까요? 여기에는 여성계의 반발과 노력이 작용했습니다. 여성계의 주장은 저출산이라는 용어는 여성이 아기를 적게 낳는 것을 뜻하고 그 문제의 원인이 여성이라는 관념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치 중립적인 용어로 저출생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인구 감소의 문제를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저출산문제라고 말하지 말고 아기가 적게 태어나는 저출생문제라고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 주장을 지지하는 일부 국회의원은 법률에서 저출산저출생으로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어렵게 만드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저출산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표현을 쓰지 말고 저출생이라고 표현하라고 하면 문제의 책임을 태어나는 아기들에게 돌리는 꼴이 됩니다. 하지만 아기는 어머니가 낳는 것이지 스스로 태어날 수 없기에 아기에게는 책임이 없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 내가 돈을 못 벌어와서 우리 가정 경제가 어렵다고 합시다. 이때 내가 돈을 못 벌어왔다고 하지 말고 우리 집에 돈이 안 들어와서 가정 경제가 어렵다고 표현해야 공정한 표현일까요? 그렇게 표현하면 내 책임이 없어질까요? 돈이란 사람이 벌어야 들어오지 스스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는 엄마가 출산해야 태어나지 스스로 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출산대신에 저출생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필요 없는 자격지심입니다. 오늘날 저출산 문제를 논할 때 아무도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녀는 부부가 출산하는 것이기에 부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 청년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려운 사회 구조적 문제이기에 사회 전체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저출산 문제에 대하여 젊은 부부나 여성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전 국민이 함께 걱정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여성이 스스로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생각이며 사회 전체와 젊은 여성 사이를 대립 구도로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저출생이라고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전 국민이 걱정하는 저출산 문제를 여성들만의 문제로 돌리는 행위입니다.

정경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에 의하면 출산율은 출산 당사자인 청년 세대의 삶의 질 향상에 정책의 초점이 있는 반면 출생률은 인구 변화에 적응하는 정책적 지표로 적절한 지표입니다(머니투데이 2023. 3. 26). 이것만 봐도 젊은 부부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행복한 마음으로 자녀를 낳아서 기를 수 있게 하는 문제는 저출산 문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여성 해방을 부르짖는 진영에서 주장하는 저출생이라는 용어는 정확한 의미로 볼 때 잘못된 표현입니다. 다시 말해 저출생은 저출산과 같거나 비슷한 말이 아니라 틀린 말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저출생이라는 어색한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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