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성도, 비 제도권의 교회 갱신 운동?

"기독지성운동의 최전선은 어디인가?"라는 주제로 ivf 한국복음주의운동 연구실이 주최하는 '6회 아볼로 캠프'가 지난 226-27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 협력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캠프에서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가나안 성도에 대한 이해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예수님께서 가장 관심 갖고 계신 '잃어버린 양' 즉 가나안 성도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강의했다.

가나안 성도 명목적 그리스도인 아니었다.

정 교수는 다양한 통계를 소개하며 "대략 100만 명에 가까운 가나안 성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 전했다. 그는 "가나안 성도들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채 교회 밖에서 맴돌던 이른바 명목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아니었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설문 조사에서 드러난 가나안 성도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기술하면, 이들 중에는 교회 출석 시 서리집사 이상의 직분을 받은 사람이 26.7%를 차지하였고, 교회 다닌 기간이 평균 14.2년으로 나와 대부분 10년 이상 교회를 다닌 사람들이었다. 또한 구원의 확신이 분명했다는 응답이 48.1% 이었고, 전체 응답자에서 네 명 중 한 명 꼴로 지금도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90% 이상이 교회 활동에 어느 정도 적극성을 띠고 참여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교회를 옮긴 경험을 보면, 45.7%가 교회를 옮긴 경험이 없고, 여러 교회를 옮겨 다녔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가나안 성도들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채 교회 밖에서 맴돌던 이른바 명목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나안 성도의 등장 이유

▲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 현상에 대해 "현대 사회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탈현대 사회에서는 집단보다는 개인이 중시 되는데, 이러한 변화에 따라 탈현대 사회에서는 종교성도 바뀌게 된다."면서 탈현대 시대의 사람들은 제도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은 따르지 않으면서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영성은 추구하지만, 더 이상 제도 종교에 소속되어 강요당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러한 개인주의화 경향은 교회의 보이지 않는 교회로서의 특성을 강조하게 됨에 따라 보이는 교회, 역사적 교회, 기성교회를 부정하는 경향을 부추기게 되고, 이는 이른바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들”(unchurches christian)을 양산해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정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가나안 성도 역시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교회를 떠난 이유 중에 절반이 개인적인 문제였고, 응답자의 42.2%는 떠났을 당시 교회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나안 성도, 강요받는 신앙에 불만

정 교수에 의하면 가나안 성도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가나안 성도들은 '강요받는 신앙'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면접자 중 절반이 넘는 가나안 성도들이 모태신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강요받는 것을 매우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신앙의 강요는 신앙 공동체에서조차 소통을 가로막게 된다. 또한 스스로 생각하는 기독교에 대한 관념이 기존 권위와 충돌할 때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권위에 복종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기독교를 스스로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가나안 교회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가나안 성도들이 모이는 모임의 특징은 무엇일까? 정 교수에 의하면 가나안 교회는 "적은 수가 모여서 공동체적인 환경에서 인격적인 교제를 하고, 리더십을 공유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예배는 주일 오후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모이고 주일 이외에는 다른 모임이 없다"고 말하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공통점이자 특징은 이 교회들은 예배 후에 그 날의 설교를 나눈다."고 했다. 특별히 마지막 특징에 대해 그는 "매일 설교에 대해 받은 감동을 나누기도 하고,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며 자기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설교에 대한 비평을 하기도 한다."면서 "기성 교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라 했다.

그러나 정재영 교수는 이러한 "가나안 성도들을 단순히 문제아 취급을 한다든지 불순종자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한다. 그는 "별 생각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애당초 교회를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고민과 생각들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사람들이 없었고, 교회 안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자 결국 교회를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와 신앙생활에 대한 견해에서 "교회 안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교회 안의 다양한 견해에 대한 동의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목회자에 대한 무조건 순종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맹목적인 충성을 하지 않고, 교회가 공동체라 하더라도 획일적인 전체주의가 아니라 협의와 조정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교회는 이렇게 다양해지고 높아진 성도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가나안 성도 비 제도권의 교회 갱신 운동?

때문에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는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기성 교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이 기성 교회에 대해 뚜렷한 불만을 가지고 떠난 사람들이고 그들 중에 일부는 기성 교회와 차별성을 갖는 대안적인 교회를 세우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는 "마치 중세 교회가 제도화되고 교권화 됨에 따라 수도원 운동이 일어나고 교권이 미치지 않는 사막으로 나갔던 사막 교부들의 모습을 가나안 교회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가나안 성도, 가나안 교회도 한국 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는 데 대한 반작용이자 비 제도권의 교회 갱신 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이들을 섣불리 교화하려고 하거나 제도권으로 흡수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들의 영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것을 기성 교회에서 수용함으로써 교회를 갱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 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설문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가나안 성도 가운데 세 명 중 두 명은 교회에 다시 나가고 싶어 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교회 활동을 강요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 가장 큰 이유가 신앙에 대한 강요라는 사실 때문이다. 가나안 성도들에게 교회 활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그들을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 교회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서로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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