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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천털바지 만털바지 바나바/김경근
엊그제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거리에는 전처럼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매달고
자녀들과 함께 손잡고 좋은 곳에 뫼시고 가는 진풍경이
사라진 것을 보고
세대 따라 봉투나 식사 한 끼로 대신하는 모양이다.
난 날마다 어버이날이다. 오늘도 엄마가 그리워 코끝이
찡하다가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얼마나 진한 사랑이기에 삭제도 안 되고 지울 수도 없어..
어느 날 밭 어귀에서 목화를 따시던 하얀 마음, 손은
부지런히 일을 하시면서도 눈은 내 곁에 앉아있다.
가끔 다가와 엉덩이 톡톡 두드려 주시던 어머님의
따스한 손길, 치맛자락 졸졸 그 넓은 품이 그리워
왜 막내로 태어났던가?
‘막내의 울음소리가 저승까지 들린다’던 날, 홀연히 내 곁을
떠나셨던 어머님이 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어 또 울보가 되었다.
얼마나 어려운 시대에, 엄동설한 살을 에이 듯 모진찬바람을
가려줄 속내의가 그때 어디 있던가? 무명바지에 구멍이
송송 나면 또 천조각 붙여 기워서 입다보니 흥부바지처럼
천 조각이 천개 붙었다 하여 천털바지요,
만개나 붙였다하여 만털바지다.
엄마의 ‘천털바지’ ‘만털바지’ 좀 제발 내다버리라고
좋은 것에 길들여진 형들의 그 불평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땐 그 소리가 무슨 말인지 막내동이는 몰랐다
바지 두벌이 있어야 씻고 벗고 가능하였다
그 바지를 붙들고 꿀꿀이자식들은 엄마의 그 마음과 형편을
읽지 못하고, 그 이름을 누가 지었던가?
자기는 헐벗고 주리면서 오직 자식을 위한 마음, 제 먹을
복 갖고 태어난다고 생긴 대로 낳았던 시절에 돼지우리 같은
환경에 엄마의 입은 거미줄을 둘렀는데 그 힘은 어디에서
솟아났나? 아마도 그것이 모성애였나 보다.
‘천털바지’ ‘만털바지’로 우릴 감싸주고 버팀목이 되셨던 어머님!
지금 눈앞에 저 민들레 홀대가 바람에 나부끼네요.
이게 젖먹이의 눈으로 우릴 감찰하시는
천부의 하나님 사랑이 아닐쏘냐! 보라! 세상죄를 지고 가셨던
어린양 우리 예수님은 나의 무거운 죄짐을 도맡아주심으로
힘입은 그 사랑에 감사하며 하나님을 믿어야 하지않겠는가?
-주님을 사랑하는 시마을- (2009.5/10)
- 부산 자성대교회 김경근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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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사명주심을 믿을 때 앉았다가도 일어나야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