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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여담과 미담

제목

“ 아! 맛있다 ” 란 말을 괜히 했네!

닉네임
문일환
등록일
2006-10-21 13:48:42
조회수
3496
“ 아! 맛있다 ” 란 말을 괜히 했네!

난 습관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 ‘아! 맛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교회에서는 물론이요 식당에 가서도 그렇게 말하면서 음식을 먹는다
그러면 음식이 맛있어진다는 나만의 논리를 가지고
사람들에게도 ‘먹을 때는 맛있다고 말하면서 먹어야해!’ 라며.. 우기기도 한다
요즘 난 일년에 한번 있는 심방중이다
교인들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 너무 즐거운 일이다
약 한 두 시간 정도 이야기하면서 목자와 양의 관계를 맺어 간다
심방 설교는 이야기하면서 거의 끝이 나고 심방예배는 간단히 한다
그리고 대접하는 과일이나 음료수를 먹게 된다
말을 서로 많이 했으니 출출하던 때에 주는 음료수나 과일은 꿀 맛이다
부자 집에 가면 음식이 풍성해서인지 별로 맛이 없는 것처럼 보일때도 있다
그래도 맛있다라며 먹지만 편하게 많이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하게 가난한 집에 가면 진짜 어떤 음식이든 맛있다
돈이 없어서 내 놓은 것이 많지 않아 서로 먹을려고 경쟁을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리고 우리교회 심방은 목사부부만 가기 때문에
거의 목사가 다 먹어도 눈치 볼 것이 없는데도 그 음식이 맛이 있다
엊그제 혼자된 정명랑집사님 집에 갔다
그 집에는 2학년 아들 윤호가 있고 치매 시어머니가 있다
윤호는 태권도 학원에 간다고 나가고 없다
항상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내가 누구요? 했더니
’우리목사님!’ 난 순간 할머니 말을 얼른 가로채면서 ‘할머니 감사 합니다’ 라고
두 손을 꼭 잡고 ‘할머니! 예수님 믿지요?’ 그랬더니 ’예‘ 한다 내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렇게 급하게 물어 본 것은 정신이 좀 있을 때 예수 믿는지 안 믿는지
확인을 해야 나중에 돌아가시면 장례식 때 천국 가셨다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잠시 후 이야기가 끝나고 예배도 끝나고 홀로된 여인의 집에서 주는 간식을 먹는
데 밤이 나왔다 방금 찐 밤인지 손에 잡으니 집사님 마음처럼 따뜻했다
난 여러개를 수저로 파먹으면서 ‘아! 맛있다’했다 아마 여섯 번은 한 것 같다
내가 맛있게 먹어주어서인지 그 집사님얼굴이 환해 보였다
난 그 얼굴을 보고 ‘또 다시 '아! 진짜 맛있네!’ 했더니
이내 그 집사님 얼굴이 빨갛게 되어 진다
조금 밖에 없는 밤! 더 드릴 수 없는데 목사님이 자꾸 맛있다하니...
난 눈칫밥 20여년이기에 미안해 할까봐 바쁜척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갈라요?’하며 나오는데 부엌 작은 솥에서 비닐봉지에 한주먹정도 되는
남은 밤을 싸서 나의 집사람에게 주면서
‘이것 밖에 없네요?’ 라는 그의 얼굴을 보니 아직도 빨개져 있다
난 밖으로 나오면서 ‘가난한 집에 가서는 맛있어도 맛있다는 소리를 작작해야 겠다’
고 그 집사님 목사님께 더 많이 드리지 못해서 마음 아팠고
오랬 만에 찐 밤을 아들 윤호에게 주고 싶어서 한주먹 남겨 놓았을 텐데...
맛있다고 연거푸 말하는 통에 난 ‘윤호의 밤을 훔쳐 온 것 만 같다!’
맛있다고 잘 잡수는 것도 좋지만 아들 윤호를 주려고 남겨 놓은 그 밤 때문에
얼굴이 더 빨개졌을 집사님 생각하니 심방하고 나오는 내 발걸음이 무겁다
‘앞으로는 맛있다는 소리를 하지 말까? 아니면 더 해야 할까?’ 문일환씀
작성일:2006-10-21 13:48:42 211.209.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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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bong01 2013-09-01 09:25:52
주일 아침에 좋으신 목사님께서 쓰신글
훈훈한 마음을 잘 읽었습니다,
속히시장에가셔서
생밤한봉지사다 드리면서 윤호 삶아 주세요,
하는 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앞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