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쉼터

제목

공부하는 선교사

닉네임
이성구
등록일
2008-01-15 20:01:53
조회수
4468
영국에서 돌아와 부산신학대학에서 조교수로 가르치면서 사직남교회 목회를 하고 있었던 90년대 중반이었다. 이미 선교사 은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던 하도례 선교사가 한국을 방문하였다는 소식을 오병세박사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나는 그를 주일 예배에 초청하였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마친 다음 오후에는 집에서 쉬도록 하였다. 당시 나는 개쳑교회에서 봉사하고 있었지만 교회가 내게 55평짜리 아파트를 얻어 주어 쉴 수 있는 공간이 넉넉했다.

오후의 모든 순서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하도례선교사님은 쉬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옛날 고려신학교 도서관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하였고, 은퇴 후에도 인도 필리핀 등의 선교지를 방문하여 가르치기도 하고, 책을 보내는 등의 일을 하고 있어 책에는 관심이 많은 분이셨다. 그런데 주일 오후 조금 쉴 수 있는 시간도 그는 책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알고보니 영국에서 내가 수집한 책들을 살피다, 자신이 평소에 보지 못한 책을 발견하자 쉬기를 포기하고 책읽기를 시작한 것이었다. 책을 사랑하고 늘 읽기를 즐기던 그였으므로 그는 한국인 학자들도 별 관심이 없던 한국종교와의 비교연구가 필요한 변증학 책들을 쓰기도 한 것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하도례 선교사는 책을 즐기는 분이었다. 잔디대신 운동장을 덮고 있는, 생명을 가진 풀을 뽑는다고 화를 내던 그는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분이었다. 그의 노년이 너무 고생스럽지 않기를 기도한다.
작성일:2008-01-15 20:01:53 220.66.250.1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게시물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