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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도로 집어 넣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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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헌옥
등록일
2008-01-16 08:44:34
조회수
4734
진주 문산교회를 개척할 때 하도례 선교사를 한 주일 초청하였다. 당시 사택도 협소하고 식탁을 놓을 자리가 없어 한국식 밥상에서 식사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앉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해 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주일 예배 후에 점심을 먹고 학생회 모임이 되었다. 하도례 선교사님께 학생들에게 말씀을 전해 달라 부탁을 했다. 그런데 그는 말씀을 전하기보다는 오히려 내게 시비조로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의 논지는 왜 학생회에 예배를 드리냐하는 것이었다.
그럼 예배 안 하고 뭐하느냐고 물었다.

"예배는 11시에 드렸지 않았느냐. 학생회는 예배를 드리려고 모이느냐?"
"그러면 학생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생회는 학생 모임을 해야 한다. 금방 오전 예배 드리고 돌아서서 다시 학생회 예배 드리고 마치면 그게 무슨 학생회냐?"

그의 지론은 이것이었다.
1. 학생들도 목회자의 설교와 가르침에서 신앙이 자라 세례를 받아야 한다.
2. 학생들도 대 예배에 익숙해야 하고 그것에 중점을 두고 신앙이 성숙해야 고등학교 졸업 후 교회를 졸업하지 않는다.
3. 학생회 모임은 그야말로 자치활동(특별활동)이 되어야 한다.
4. 학생들끼리 모여서 전도활동, 다양한 봉사활동, 성경퀴즈대회, 찬양대회 등 자치활동을 개발하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다.

그날은 학생들이 지도를 받는 날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지도를 받는 참으로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오후에는 조금 쉬시려나 했는데 어디 전도하러 갈 데가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교회 젊은 부인의 남편이 생각이 나서 가자고 했다.
키가 큰 코쟁이 미국 사람이 들어서니 그 왈가닥 남편도 기가 죽었는지 순순히 영접했다.
나는 습관대로 가방에서 성경 찬송을 끄집어 내었다.

"뭐 하는 겁니까?"
"네?"
"성경을 도로 집어넣으시오"
"네?"
"이 사람은 무기도 없이 앉았는데 당신만 무기를 꺼내 들면 어떻게 대화가 되겠소?"

띵했다. 성경을 도로 집어넣고 앉아서 전도의 한 수를 배우는 전도실습의 시간이 되었다.
작성일:2008-01-16 08:44:34 211.244.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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