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쉼터

제목

뇌물가져오면 안 됩니다.

닉네임
남후수
등록일
2008-01-17 23:49:37
조회수
4817
신학교 2학년 2학기가 거의 끝날 즈음에 학교 교무처에서 3학년이 되면 졸업 논문을 써야 함으로 졸업논문 제목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방글라데시 선교 전략"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제출했다. 교무회의에서는 나를 하도례 교수님에게 배정하여 논문을 지도받으라고 했다. 선배들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하도례 교수님은 논문 지도할 때 너무 까다롭고 성적도 제대로 주지않는다는 것이었다. 좀 너그러운 교수님께 지도를 받게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되었지만 이제와서 다시 바꿀수도 없는 처지여서 고민이 되었다. 지도교수가 배정되면 대게는 바로 찾아가서 방학기간에 자료를 준비하는 등 논문 준비에 착수하는데 마침 하도례 교수님은 인도에 가고 안계셨다. 내년 봄학기가 되어야 돌아오신다는 것이었다. 난감했으나 할 수 없어서 나름대로 논문자료를 준비했다. 드디어 3학년 첫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하교수님은 3주간 정도 지나서야 한국으로 돌아오셨다. 그래서 어느날 오후에 논문 지도를 위한 첫 만남을 위하여 교수님 집으로 찾아갔다. 근처 가게에서 과일을 한 봉지 싸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 곧 인터폰으로 응답이 있었고 찾아온 목적을 설명하니 문이 열리었다. 현관에 나와서 기다리던 하 교수님은 대뜸 제 손에 들린 과일을 보시더니 일갈을 하셨다.
"학생! 이런 뇌물 가져오면 안됩니다!!!"
어른을 찾아뵐때 간단한 예물을 가지고 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데 이것을 뇌물이라고 하다니.... 참으로 당황하였다.
서재에 들어가서 두번째로 또 얻어 맞았다.
"논문 제목이 방글라데시 선교 전략인데, 학생은 방글라데시에 가 본적 있어요?"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학생이 이런 논문을 쓸 수 있어요? 이런 논문은 방글라데시 선교사로 10년 이상 사역한 선교사가 쓸 수 있는 논문입니다. 학생은 이런 논문을 쓸 자격이 없어요! 논문 제목을 바꾸세요. 주위에서 가장 자료를 많이 구할 수 있는 주제로 논문을 쓰세요"
참으로 난감했다. 나름대로 준비한 자료를 다 버려야 했다. 나는 많이 고민하다가 일주일 뒤에 찾아가서 "통일교 원리 비판 - 기독교 신학의 입장에서-" 라는 제목을 제출했더니 아주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논문쓰기에 대하여 매번마다 개인지도를 해 주셨다. 그리고는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않은 외국에서 나온 통일교 관련 자료도 손수 찾아 주시면서 논문에 무게를 실어 주셨다. 그리고 마침내 성적으로 A를 주셨다. 나는 이때에 논문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쓰는 것인지를 배웠다.
작성일:2008-01-17 23:49:37 121.185.68.4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게시물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