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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은 이렇게 먹는 거야!

닉네임
김희택
등록일
2008-01-18 19:28:22
조회수
5529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대학생 때 이었던 듯하다.
한번은 광안동쯤에서 송도에 있는 학교로 오게 되었는데 하도례 선교사의 차에 동승하게 되었다. 다른 탑승자는 아무도 없기에 그는 운전을 하고 나는 조수석에 탔다.

차는 포니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 기다란 사람이 작은 차에 구겨 넣어지다시피 탔고, 운전석에 앉았어도 머리가 바로 천장에 닿는 정도였다.

조금 가다가 부스럭거리며 조수석 앞에 있는 자동차 포켓에서 뭔가를 찾더니 땅콩 캔을 내 놓았다. 나보고 따라고 하는데 따는 걸 봤어야 따지, 우물쭈물하자 자기가 그 통을 땄다. 그 속에는 소금에 버무리다시피한 땅콩이 속껍질을 뒤집어 쓴 채로 가득 들어 있었다.

노란 털이 북슬북슬한 손으로 한 움큼 쥐더니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 먹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보고도 먹으라고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 땅콩을 먹어 봤어야 말이지……. 조금 먹어보았지만 짜기만 한 것이, 게다가 속껍질이 그대로 알맹이와 함께 있는 것아 여엉 당기지가 않았다.

속껍질을 제거하고 먹어보려고 했더니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단다. 그렇지 않아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나든 차에 그런 간섭까지 받자 아예 먹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날의 그 땅콩을 껍질째 먹든 인상은 오래갔다. 그리고 과연 그것이
땅콩을 먹는 바른 방법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의 영향으로 나는 지금도 집에서 땅콩을 먹을 때면 집사람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집사람은 역시 땅콩을 까서 속껍질까지 벗긴 채 노란 콩 알맹이만 먹기를 좋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날 이후 어디서나 언제든지 땅콩을 껍질째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타의에 의해 속껍질가지 벗겨진 채 나오는 음식상의 요리라면 모를까 내가 내 손으로 까서 먹는 땅콩은 언제나 속껍질채로 먹는다. 거기에는 충분한 과학적 이유가 있음을 그날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속껍질을 벗기는 이유는 맛을 위해서라고 안다. 그러면 그 맛이 어떠하기에? 약간의 쓰고 떫은맛이 난다. 그것은 소위 탄닌 성분 때문이라는 것 때문인데 감에서 느끼는 떫은맛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감을 많이 먹으면 어떤 생리적 현상이 일어나는지 아는가? 바로 변비다. 그게 탄닌 성분의 조화인 것이다. 알다시피 땅콩은 우리나라 것이 외국산에 비해 지방 함량이 낮다고 하지만 지방성분이 거의 50%에 육박하는 식물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람의 뱃속에 들어가면 어떤 조화를 일으킬까? 많이 먹을 경우 과다한 지방의 섭취로 인해 설사가 예상된다. 그런데 속껍질까지 같이 먹으면,... 바로 이때 함께 섭취되는 탄닌 성분으로 인해 설사가 예방된다는 것이다.

변비를 일으키는 탄닌 성분이 있는 속껍질과 설사를 일으키는 기름진 땅콩 알맹이의 멋진 조화가 아닌가? 사람들은 이걸 모르고 열심히 속껍질을 까는 수고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땅콩 먹은 다음날 아침 화장지 들고 부지런히 화장실로 달려가고 있으니…….

지금도 땅콩 먹을 때면 먹는 사람의 면면을 유심히 살피면서 그날 하도례 선교사와의 만남을 떠올리곤 한다.
작성일:2008-01-18 19:28:22 222.93.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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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헌옥 2008-01-18 23:18:24
ㅎㅎ. 땅콩 그렇게 먹는거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김목사님!
수박 먹을 때 씨까지 먹습니까?
그거 참 묘한 맛입니다.
수박의 살이 주는 단맛 다음에 씨를 깨물면
고소한 맛이 납니다.
잘 익은 수박일수록 더욱 고소하지요.
수박 씨를 안먹으면 수박 먹는 기분이 나지 않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