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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여담과 미담

제목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고..., 또

닉네임
황 창 기
등록일
2006-10-04 16:59:09
조회수
2975
[대학교회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입니다.]

지난 토요일은 참 기쁘고 은혜로운 날이었다. 섬진강 하류에 위치한 하동 화개 장터에 나들이 갔다 왔기 때문이다. 예부터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장터라는 걸 얼핏 들었지만, 실제로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무엇보다도 섬진강변 도로 양편에 만발한 벚꽃 터널을 지나는 그 기분은 그저 그만이었다. 그 보다는 우리의 나들이 자체가 더 의미 있었다. 우리 대학교회 강 집사님이 돌보는 장애 우들과 좌 반신이 마비된 이 춘학 씨까지 모셨기 때문이다. 외롭고 어려운 분들을 배려한 적은 사랑과 정성이 어우러진 소박한 나들이었다. 여남은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우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이 춘학 씨는 그 날 오륙 년 만에 처음 나서는 나들이란다. 그 동안 건강할 때는 국내의 산이란 산은 안 가본 곳이 없단다. 영도구 보건소 의사인 우리 교회 장 집사의 인도로 예순 중반을 넘어 우리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믿은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구약을 다 쓰고 지금 신약 첫 권을 다 써 간다. 다 쓴 다음에 또 성경쓰기를 시작하겠단다. 주님의 은혜를 만끽하고 있어 정말 오래 믿은 우리 모두가 그의 성장을 부러워할 정도다. 만나면 감격이며 눈물이다. 대학교회가 곧 천국이란다. 금요일 날만 되면 기대가 더 벅차단다. 하루만 지나면 또 교회에 가니까..., 종말론적 신학을 배운 학생들보다도 목사들보다도 더욱 더 천국을 맛보고 즐기며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바람에 그 부인도 옛 여고시절의 신앙을 도로 찾았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으랴! 30명에 가까운 장애 우들은 물론, 대학교회 모든 권속들이 이런 은혜 중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귀한 나들이를 위하여 전 집사님의 차량 및 운전 봉사가 있었고, 강 집사님의 먹을거리가 마련되는 중에 나는 말동무가 되고 그저 밥만 축낸 셈이다. 그런데 사랑과 정성이 깃든 우리 여행을 더 돋보인 지혜가 큰 몫을 담당하였다. 복잡한 시간대를 미리 피하고 조용한 벚 꽃 길을 한껏 즐길 수 있었기에 말이다. 아침 6 시에 떠난 이유를 그제야 실감하였다. 화개 장터에 가니 아침 10시가 조금 지났다. 이제 점포들이 문을 열고 물품을 진열하며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설렁한 시골 장터 분위기다 싶었으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조금 있으니 전국 각지로부터 관광버스와 차량들이 들이 닥쳐 온통 사람 천지가 되었다. 어느 새 우리가 오던 벚꽃 터널은 차량행렬로 길게 늘어져 가다 서다 걸음마를 하고 있었다. 이미 우리는 전라도 편 섬진강 변 도로로 부산으로 돌아오는 여유 속에 즐기고 있었다.

오다가 TV에도 자주 나오는 그 유명한 청매실 농원에도 둘러보았다. 거기서 일제시대부터 30년 이상 유실수 특히 매실 한 가지 연구에 몰입한 설립자의 '선각자'적 혜안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그 분 며느리가 대표로 있으며 그 농원에서 일하는 사람만 백여 명이 넘는다고 하니 기업의 수준인 듯하다.

학위를 얻어 귀국한 이래 한가한 나들이를 별로 해보지 못하였다. 바쁘기도 하였지만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는 소식에 아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가 봤자 고생뿐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아직도 조용히 쉴 수 있는 시설이 외국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성도의 교제를 위하여 작은 정성을 기울여야 하겠다. 조금만 희생하면 소외된 분들이 이미 도래한 주님 나라를 맛보고 즐길 수 있으니까...,

그저 외로운 분들의 친구가 잠시 되어 보겠다는 생각이 이렇게 부듯한 하루가 될 줄 몰랐다. 주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다음 제1 남전도회 나들이도 이랬으면…….하고 기대된다. 우리 주님의 뜻을 세우면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는다. 1석 3조, 4조, 5조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또 다시 체험했다. 물론 성도의 삶에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나 모두 우리가 이기는 것들뿐이다. 그 때마다 피할 길도 주시는 우리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불편은 있으나 불가능은 없다는 어느 장애 형제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주다해 [AD]2005년 4월 초

*** 이 춘학 씨는 2 번째로 성경을 쓰고 있으며, 구약 스가랴서를 쓰는 중입니다. 지금도 주님의 은혜에 감격하고 있습니다.
작성일:2006-10-04 16:59:09 125.189.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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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ug2 2006-10-04 18:47:54
황목사님 귀한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미담의 글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