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호 작가, 한국교회가 만들어 낸 비성경적 이미지 개혁되어야 한다

전은호 집사는 디자인 작가이다. 그는 올커뮤니케이션이라는 아이덴티티(Corporate Identity, Brand Identity) 전문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디자인하는 전 작가는 현재 지니즈디자인이라는 이미지 디자인 회사의 대표로 있다.

▲ 인터뷰하는 전은호 작가

전은호 작가는 말 그대로 정체성을 디자인 하는 사람이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정체성도 디자인 하지만, 교회를 위한 디자인도 한다. 그는 교회의 정체성을 디자인한다. 다른 말로, 교회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로 디자인하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그를 지난 4일 용인의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향상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전 작가는 교회건축업계의 유명인사다. 특히 이미지통합(CI) 등을 통해 교회의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만드는 교회 브랜딩 분야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 겸 사업가다. 하이패밀리, 다일공동체, 밥퍼 등의 로고를 만들었고 서울 금란교회 왕성교회 오륜교회 사랑의교회, 용인 우리제일교회, 대구 범어교회의 CI 작업을 했다. 하이패밀리 등 사역단체 3곳에는 재능기부 형태로 로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전 작가는 또한 일반 디자인 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10여 년 전쯤 올커뮤니케이션의 기획이사로 일하면서 코레일, KT&G, 인천공항 등의 CI 제작을 총괄하기도 했다.

▲ 전은호 작가의 작품 중에서

이미지 디자인이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전문가로서 한국 교회의 이미지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세요!” 기자의 질문에 전 작가는 한국교회 이미지를 단 한 글자로 표현했다. “한국교회 이미지는 입니다.” 전 작가는 한국 교회의 이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한국 교회는 의도하던 안하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만들어 내고 있는 이미지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미지와 상관없어 보입니다. 성경적 이미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과 구별되지 않는 이미지가 한국 교회를 휘감고 있습니다.”

전 집사에게 구체적으로 한국 교회의 어떤 것들이 비성경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냐?”고 질문했다. 전 집사는 먼저 한국 교회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들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교회 안팎에 걸어 놓은 현수막들에 사용된 언어들이 세속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인들은 일주일 내내 세상의 가치관과 경쟁 사회 속에서 찌들다 교회에 옵니다. 교회 오면 십자가가 보고 싶고, 빛을 보고 싶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교회 현수막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언어들은 십자가의 언어가 아니라 영광과 성공의 언어입니다. 교회에서 내건 현수막의 언어들은 빛과 소망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현수막의 목적은 대부분의 경우 행사를 홍보하고 많은 인원들을 모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목적 자체가 실적 위주의 경쟁을 부추기는 세속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실용과 경쟁이라는 이미지가 교회 현수막을 도배 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수막 이라는 전달 매체가 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단기간 쓰고 버리는 데서 나타나는 저급함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일방적 광고로서 대부분 비슷비슷한 내용 베껴서 만드는 현수막은 시각 공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회 주보나 교회 홈페이지도 이런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만든 전도지, 교회 소개 유인물, 건물 외벽의 대형 현수막,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 등을 보면 담임목사 개인의 이름, 교회당의 크기를 과시하는 그림, 교인 숫자 등을 앞세웁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오늘날 세상의 기업들도 사용하지 않는 저급한 이미지입니다. 어느 회사가 회사 대표의 이름을 홍보합니까? 회사 건물과 직원 수를 홍보의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나요?

오늘날의 기업들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홍보합니다.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개 교회주의에 빠져서 배타적 경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함께 세워져 가는 주님의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희박해 지고, 마구 집어 삼켜서 공룡같이 거대해진 사이즈를 자랑하는 교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량주의에 함몰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미지와 상관없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들 때문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도 못하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도 어필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신 하나님께서 보시기 싫어서 고개를 돌리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하면 교회에 하나님의 이미지가 안보입니다. 십자가의 이미지가 없습니다.

기자는, 언어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와 관련해서, 한국교회의 설교가 만들어 내고 있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대언자의 이미지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대언자 이미지 보다 말잔치의 주인공이라는 이미지가 압도적입니다. 설교자가 주인공이 되니 하나님은 사라져 버린 형국입니다. 설교의 내용이 주는 이미지도 세상이 주는 순간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위로와 카타르시스로 물든 이미지입니다.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가치로서의 이미지, 고난과 연단을 통과한 정금 같은 이미지를 발견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교회가 회복해야 할 이미지는 무엇입니까?” 기자의 질문에 전 작가는 담임 목사나 스타 설교자를 부각 시키는 이미지 보다는 하나님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큰 건물과 교인 숫자를 자랑하는 이미지는 십자가를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님을 사라지게 하는 이미지들을 없애야 합니다. 십자가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세상의 이미지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즉 실용주의 이미지, 배타적 이미지, 경쟁주의 이미지, 성공주의와 실적주의 이미지 등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는 21세기라는 공간 안에 머물면서 하나님을 섬기고 있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신학적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하늘을 향해 열린 공간, 이웃을 향해 열린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교회에 있어야 합니다. 닫혀있고, 옥죄고, 배타적인 이미지에서 열려있고, 자유를 주고, 소통하고, 함께 가는 이미지로 바꾸어야 합니다. 높아지고 성공하고 출세하는 세속적 이미지에서, 낮아지고 섬기고 함께 울고 함께 하는 십자가의 이미지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런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홍보물을 잘 만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교회의 가치관을 바꾸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성공주의 실용주의 실적주의 배타주의라는 가치를 버리고 십자가의 가치를 높이 세워야 가능한 일입니다.

▲ 전은호 작가는 십자가에 까지 낮아지신 주님을 따라서 교회도 주님과 함께 섬기는 자리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전 작가는 한국교회가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성을 빨리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는 하나님의 영역이라고 표현하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교회는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종교개혁자들이 했던 것처럼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통로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합니다. 하나님을 보지 못하게 하는 세상의 이미지를 청산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하여 말씀의 힘으로 살게 하는 통로가 되게 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저의 사역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전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아픔을 이야기 했다. 올해 28세인 큰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 였다. 그는 자폐아를 키우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고통 가운데 계신 주님, 고난을 통해 만나는 하나님,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씩 배워간다고 말했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국교회는 과연 죄인과, 병자들, 장애인들, 약한 자들과 함께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주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너무 멀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 전 작가가 디자인 한 예장 고신 교단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로고
 
 
전은호

지니즈디자인 대표

서울장신대학교 외래교수

unography 작가


010-8906-6934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