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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2): 원어 활용의 실제적 원리-사전
서상근 목사(제자들교회 담임/건강한교회연구소 연구원)

설교에 원어를 참고한다는 것이 낯선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2009년 목회와 신학 편집부에서 발간한 [한국교회 설교 분석]에 실린 설문 중 ‘설교 준비에서 히브리어나 헬라어 원문을 어느 정도 살펴보십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여기에 설교에 원문을 참고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3.2%였다. 이 응답대로라면 한국 교회 설교자들 10명 중 8명 이상이 원문을 참고하는 설교를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 숫자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명암이 있다. 긍정적으로는 한국 교회 설교자들이 원어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부정적으로는 이렇게 높은 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설교에서는 이런 관심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문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83.2%는 다시 ‘주요 단어의 용례 중심으로 살펴본다’(71.5%)와 ‘원문 전체 맥락을 살펴본다’(11.7%)로 나뉜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원어 참고 설교라는 것의 70% 이상은 그냥 단어의 뜻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다른 항목에서, 한 설교 당 참조하는 주석의 수를 묻는 질문에 3권 이상이 29.7%, 2권이 26.2%, 그리고 4권 이상이 21.9%라고 응답해 77.8%가 한 편의 설교에 2권 이상의 주석을 참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애용하는 주석을 묻는 질문에 ‘호크마’와 ‘그랜드’ 등 종합 주석이 1, 2위를 차지했다. 이런 수치들이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마도 한국의 설교자들 중 다수는 직접 원문을 다루기보다는 원문을 다룬 주석과 사전류를 참고하여 설교를 준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도 원문을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설교자가 직접 원문을 다룰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설교 준비에 있어서 그 주도권을 특정 주석에게 내어주는 비중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오늘날 기술의 발달로 설교자가 비교적 쉽게 원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졌다. 신학생들이야 시대와 상관없이 여전히 단어를 외우고, 분해(parsing)를 위해 어형변화표를 암기해야 하지만, 이미 신학교를 졸업한 설교자가 그렇게 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에 가깝다. 일단 원어를 배운 적이 있는 설교자라면 암기 없이 자료들을 활용하는 정도만으로도 얼마든지 원하는 내용을 연구하고 설교에 적용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설교자가 설교에서 원어를 참고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 정도 된다. 첫째는 사전을 활용하여 원어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단어, 특히 동사의 분해(parsing)를 통해 뉘앙스를 찾는 방법이며, 마지막으로 원어의 구문(syntax)을 살피는 방법이다. 글의 분량 상 이번에는 사전을 활용하는 방법만 논한다.

‘사전은 펼치기만 하면 뜻이 나오는데 무슨 방법이 필요한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전을 제대로 참고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사전에 대한 설교자의 태도부터 짚어야 한다. 사전이라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해례본도 아니고 성령에 영감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학자들이 성경 전체에서(때론 근동 문서들을 포함하여) 특정 단어가 활용된 용례들을 정리해놓은 결과물이다. 그러니 사전이 본문의 의미를 확정지을 것이라는 과신은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전을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우리는 그 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사전은 반드시 참고해야만 한다.

다음으로 사전에서 의미를 가져오는데 자주 범하는 실수들이 있다. 사전들을 참고하다보면 한 개의 단어가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의미의 장(field)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히브리어 zera(H2233)은 ‘씨’라는 의미도 있고 ‘자녀’, ‘자손’ 등의 의미도 있으며, 헬라어 agape-(G26)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사랑’, (인간 사이의) ‘사랑’, ‘애찬’, ‘존경’, ‘호의’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 종종 설교자가 이중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의미를 골라 설교에 적용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러면 거의 본문과 다른 해석이 나오게 된다. 성경을 기록한 저자나 그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이 다양한 의미의 장을 다 사용하려고 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그러니 사전에 열거된 의미 중에서 저자가 의도한 의미만 골라서 설교에 적용시켜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설교자들이 자주 범하는 또 다른 오용의 경우는, 단어를 쪼개는 것이다. 주로 단어의 형성 과정을 추적해서 쪼개고 그것을 설교에 적용시키는 것인데, 신선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성경 본문이 의도와는 다른 해석적 결론이 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모세 실바의 [성경 어휘와 그 의미]를 한번만 읽어본다면 나를 포함하여 설교자들이 그동안 강단에서 원어 어휘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죄를 범했는지를 회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유의 활용들은 오히려 사용하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의도된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새로운 의미가 단어를 대체해버려 본문의 해석 자체가 왜곡되어 버리는 것이다.

앞의 설명은 복잡했지만 이 문제의 답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사전과 용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우선 사전을 보면서 해당되는 단어가 성경 전체에서 사용된 의미의 장을 확인한다. 그리고 선택된 단어의 ‘어휘 문맥’을 따지는 것이다. ‘어휘 문맥’이란 ‘특정 단어가 가지는 의미의 연결들’을 말하는 것이며, 같은 성경 안에서 사용된 용례, 동일 저자가 사용하는 용례, 그리고 동일 시대, 동일 장르 등의 순서로 사용된 의미의 용례를 파악하면 된다. 성경에서 사용 빈도수가 적은 일부 어휘들을 제외하고는 이 두 단계의 방법이 안전한 해석에 유익을 줄 것이다. 이보다 조금 더 전문성을 원한다면 특정 어휘가 본문 안에서 가지는 관계들-대조(contrast), 유사(similar) 등, 혹은 계합적(syntagmatic), 계층적(paradigmatic) 관계-이나 특정 어휘들이 성경의 다양한 본문에서 특정 관계를 유지하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예를 들어 “은혜”와 “진리”는 자주 함께 등장한다-등을 살펴볼 수도 있다.

설교에서 원문을 활용하기 위해 가장 많은 설교자가 선택한 사전은, 설교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본문의 의미를 선명하고 풍성하게 만들며, 교인들의 오해를 풀어주기도 하고, 적용을 구체화시키기도 하는 유익한 도구가 될 수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 사용하면 본문의 의도를 왜곡시키거나 가리기도 하고, 심하면 설교 자체를 성경과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나 역시 이 글을 적으면서 부끄러운 순간들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는 실수하면서 성장한다. 실수하면서도 그것을 모르거나 성장의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 실수 자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설교자는 완벽한 설교를 선포하는 자라기보다는 더 나은 설교를 위해 몸부림치는 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원어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의도하는 더 깊고 풍성한 의미를 직접 찾아내고 선포하기 원한다면, 가장 먼저 설교자가 사전과 용례라는 두 가지 도구에 관심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서상근  webmaster@kscoram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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